'저격수' 장하성, 삼성과 이헌재 넘을까

안철수 캠프 전격 합류에 재벌들 '긴장'...이헌재 전 장관과의 관계설정도 주목

등록 2012.09.27 20:28수정 2012.09.27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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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공평동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 캠프 사무실에서 정책네트워크에 합류하는 장하성 고려대 교수가 안 후보와 손을 잡고 있다.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공평동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 캠프 사무실에서 정책네트워크에 합류하는 장하성 고려대 교수가 안 후보와 손을 잡고 있다.권우성

"다음 정권에는 애매한 이념적 정체성으로 갈팡질팡하기보다는 재벌체제와 관료 경제를 극복한 시장경제의 정상화부터 해보자."

27일 안철수 대선후보 경제사령탑으로 간 장하성 고려대 교수의 말이다. 그는 지난 5월 <조선일보>에 '노무현식 우파와 이명박식 좌파'라는 칼럼을 통해 재벌과 경제관료에 대해 매우 비판적인 목소리를 냈다.

장 교수는 칼럼에서 "좌파성향의 노무현 정권에서는 정부 역할이 소극적이었고, 우파성향 이명박 정권에서는 정부가 적극적 역할을 했다는 것이 참으로 역설적인 모순"이라고 적었다. 이어 "두 정권 모두 기업, 금융, 노동 등 어떤 부문에서도 박정희 시대의 유산인 왜곡된 시장구조를 개혁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신 "노무현, 이명박 대통령이 경제에선 두 가지 공통점이 있다"면서 "재벌에 의존하는 경제정책을 폈다는 것과 경제관료 중심의 경제운영을 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나라 경제권력은 시장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재벌과 경제관료가 나눠 갖고 있다"고도 했다.

장하성, "재벌 기업을 시장이라 믿는 것은 오산"

장 교수는 "재벌 기업을 시장이라 믿는 것은 오산"이라며 "불공정한 경쟁체제에서 관료의 비호를 받으며 공생하는 기업은 그저 독과점 관치 경제의 유산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또 "노무현식 우파와 이명박식 좌파의 희극적 교차가 가능한 것은 박정희가 만든 재벌과 관료의 덫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의 이같은 생각은 이날 안 후보 공평동 캠프 사무실에서 연 회견에서도 나왔다. 그는 "대한민국은 공고화되는 기득권과 비전을 제시해주는 지도자 부재로 선진강국으로 도야할 추진력을 잃고 있다"면서 "근본적인 변화와 혁신이 필요하며, 새로운 자본주의와 혁신경제모델을 모색할 때"라고 말했다.


이어 "새로운 혁신 모델은 경제민주화부터 시작한다"면서 "더불어 함께 잘사는 경제, 희망을 주는 혁신의 경제, 모두가 공정하게 참여하고 공정하게 배분하는 공정한 시장경제가 경제민주화의 목표"라고 설명했다. 재벌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았지만, '공정'이라는 단어를 수차례에 걸쳐 사용하면서 재벌개혁에 대한 의지를 내비치기도 했다.

하지만 그동안 비판해 왔던 경제관료체제에 대해선 언급이 없었다. 대신 기자들이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와의 관계 설정에 대해 묻자, 장 교수는 "많은 경륜과 경험이 있는 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저와는 충돌로 논쟁도 많이 했던 분이지만, 그의 경륜과 경험이 혁신에 지혜를 준다면 당연히 함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재벌과 경제관료 극복'하자는 장하성 앞에 놓인 삼성과 이헌재

장하성 교수와 오랫동안 소액주주운동을 펼쳐왔던 김상조 교수는 "(안 후보 캠프에서) 이 전 부총리의 역할은 제한적이지 않은가"라고 되묻기도 했다. 김 교수는 이어 "하지만 장 교수가 앞으로 어떻게 캠프 내부에서 (이 전 부총리와) 관계를 설정해 나갈지가 중요하다"고 전했다. 그는 "장 교수가 안 후보 캠프에 합류함에 따라 경제개혁연대와 함께 해왔던 공식적인 활동 등도 그만두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장 교수가 캠프 내부에서 맞부딪힐 사람이 이헌재라면, 외부에선 재벌도 넘어야 할 산이다. 그는 익히 알려진 대로 '재벌 저격수'로 통한다. 지난 1997년 참여연대에서 경제민주화위원장을 맡으면서, 삼성 그룹의 부당내부거래와 지배구조 문제를 집중적으로 제기해 왔다. 지난 1998년 삼성전자 주주총회 때 소액주주로 참석해, 13시간 동안 부당내부거래를 집중적으로 문제 삼으면서 '삼성 저격수'라는 호칭까지 얻었다.

삼성그룹의 한 고위임원은 장 교수의 안 후보 캠프 합류에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그는 "여야 모두 경제민주화 공약을 내걸고 있지만, 구체적인 공약은 아직 나오지 않은 것 아닌가"라며 "앞으로 지켜봐야 할 것 같다"며 유보하는 태도를 보였다. 장 교수가 유독 삼성과 악연이 많았던 점에 대해선, "과거 시민사회 활동과 대선후보의 경제 정책을 조율하는 것과는 다르지 않은가"라며 즉답을 피하기도 했다.

다른 재벌들도 관심을 갖기는 마찬가지였다. 4대 그룹의 한 임원은 "이미 여야를 불문하고 경제민주화, 재벌개혁을 외치는 과정에 캠프마다 마치 선명성 경쟁을 벌이는 듯하다"고 말했다. 그는 "안 후보 스스로도 내년에 경제위기를 언급하지 않았는가"라며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선 기업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은 각 후보 캠프도 알고 있으리라 생각한다"고 전했다.

재벌과 경제관료체제 비판에 앞장서 왔던 장하성 경제팀이 향후 이를 극복할 어떤 대안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장하성 #안철수 #삼성 #이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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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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