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락도 모두 죽어버렸다. 지금은 한창 생육해야 할 시기라 했다.
정수근
불산은 공기보다 가벼워 확산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그에 따른 피해도 광범위했다고 한다. 현장에서 만난 한영수(55)씨는 "바람이 동쪽으로 불 때 봉산리가, 서쪽으로 바뀔 때 공단과 인근 신당리와 양포동이, 다시 바람이 동쪽으로 불 때 봉산리 넘어 산동면 임천리까지 피해를 입혔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 면적만 해도 엄청나다.
불산은 불소화합물인데 불산의 주성분인 불소는 기본적으로 독극물로 분류된다. 불소는 쥐약과 살충제의 주성분인 맹독성 물질이기도 하며 화학전에 사용되는 군사용 신경 독가스의 기본 물질이기도 하다. 이 화학 물질은 세포조직을 쉽게 통과하고, 흡입·섭취·피부 접촉 등 거의 모든 노출경로에 대해 독성을 갖는다.
시민환경연구소 고도원 연구원은 "목으로 흡입시 비염·기관지염·폐부종 등을 일으킬 수 있고, 눈으로 흡입시 각막 손상으로 실명에까지 이를 수 있다"며 "또 이 물질은 끓여도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뼈 같은 곳에 농축돼 뼈를 녹인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뇌신경세포의 기본기능을 저해해 지능을 떨어뜨리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당국의 안이한 대처로 커진 피해와 주민의 분노사람이 죽고, 농작물이 집단 고사하는 일이 발생했음에도 당국의 대처는 안이하기 그지없다는 지적이다. 봉산리 마을이장 박명석씨는 "당국이 '(독극물이) 기준치 이내이므로 안전하다, 이제 주민들은 집으로 돌아가도 좋다'고 밝혔다"며 "가장 직접적인 피해를 입은 봉산리 주민들은 9월 27일 사고 직후 집을 떠났다가 만 하루도 지나지 않은 28일 오전 11시께 다시 마을로 돌아왔다"고 당시 정황을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