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 표절 의혹으로 새누리당을 탈당한 문대성 의원이 무소속으로 지난 7월 9일 열린 7월 임시국회 첫 본회의에 참석해 스마트폰을 보며 입가에 미소를 머금고 있다.
남소연
새누리당에게 '김재범 영입'은 여러모로 의미 있는 카드였을 것으로 보인다. 20·30대 지지율이 현저히 낮아 고민인 상황에서 패기 넘치는 20대 유도 스타가 박근혜 캠프에 몸담는다는 것 자체로 캠프에 생동감을 불어넣을 수 있다. 또 체급 변경과 부상이라는 도전을 이겨내고 세계 최정상에 우뚝 선 김 선수가 앞장서서 '박근혜 후보에게 한 표를'이라고 호소한다면, 젊은 세대에게는 어떤 정치인의 유세보다 잘 먹혀들 수 있기 때문이다.
운동선수의 정치활동이 그 자체로 비난받을 이유는 없다. 법적으로 정치적 중립 의무를 가지는 이들을 제외하면 누구든 자신이 지지하는 대통령 후보의 선거운동을 할 수 있다. 이를 두고 무조건적으로 비난하는 것은 온당하지 않다.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를 위해 정치적인 목소리를 내고 사회적 활동을 하고 있는 연예인들이 많아 '소셜테이너'라는 말이 일반명사처럼 쓰이고 있고, 연예활동의 인기를 바탕으로 정치인으로 변신한 이들도 있다.
그러나 이번 김재범 선수의 박근혜 캠프행 소동은 선수 본인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공동선대위원장 위촉을 '날치기'해버렸고, 이 과정에서 한 스포츠 스타를 논란의 중심에 세워버렸다. 온당한 비판이든 그렇지 않은 비난이든 모두 김재범 선수에게로 쏟아졌다.
새누리당은 인기 많은 스포츠 스타를 하루아침에 비난의 대상으로 바꿔버린 전력이 이미 있다. 겨우 5개월 전, 새누리당은 총선 판에 아테네 올림픽 태권도 금메달리스트 문대성 선수를 내세웠다가 총선이 끝나고 난 뒤 '식물 국회의원'으로 만들어버렸다.
19대 총선에서 문대성 후보를 영입한 쪽은 새누리당이었다. 민주당이 '낙동강 전선'을 운운하며 부산에서 공세를 펼 때, 문대성 후보는 전선 사수의 대항마로 발탁됐다. 선거결과, 새누리당도 문 후보도 목적을 달성했다. 그런데 당선 뒤 문대성 의원의 논문 표절 의혹이 논란이 되자 새누리당은 곧바로 문 의원에게 탈당을 요구했다.
문 의원으로서는 자신을 세계적 스타로 만든 뒤돌려차기를 새누리당에 당한 꼴이다. 자기들이 급할 때는 출마해달라고 했다가 선거에서 승리하고도 당이 비난에 직면할 상황이 되자 '당을 나가라'는 식이었다. 문 후보를 공천한 것에 책임지는 사람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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