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 이명희 회장, 딸 빵사업 부당지원 '딱걸렸네'

과징금 40억 원... 그룹 내 부당지원에 총수 직접 개입 '첫 사례'

등록 2012.10.04 11:14수정 2012.10.04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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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총수의 '딸 사랑'이 중소 사업자들을 시장에서 몰아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3일, 재계 순위 17위인 신세계기업 집단 소속인 (주)신세계, (주)이마트, (주)에브리데이리테일에 계열사 부당지원을 이유로 총 40억610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들 회사들은 판매수수료를 과소책정하는 방법으로 지난 2009년부터 올 3월까지 1846억 원의 지원성 거래를 통해 같은 신세계 계열사인 (주)신세계SVN, (주)조선호텔에 총 62억 원을 부당지원했다. 이같은 결정은 이명희 신세계 회장이 직접 내린 것으로 밝혀졌다. 재벌 부당지원과 관련 총수의 직접적인 개입이 드러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신세계 계열사들이 신세계SVN에 부당하게 수수료를 낮게 책정해온 현황 자료.
신세계 계열사들이 신세계SVN에 부당하게 수수료를 낮게 책정해온 현황 자료. 공정거래위원회

'엄마 지원' 등에 업고 승승장구... 경쟁 중소업체들은 매출 급감해

신세계SVN은 신세계백화점과 이마트 안에 가게를 내고 빵이나 과자, 피자 등을 파는 업체로 이명희 회장의 딸인 정유경 부사장이 40%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회사다. 이 회사는 2009년부터 베이커리 사업 매출신장이 급격히 둔화돼 곤란을 겪었다.

이에 신세계 기업집단 경영지원실은 그룹 차원에서 신세계SVN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방법은 판매 수수료를 적게 받는 것이었다. 신세계 백화점과 이마트, 소매점인 '에브리데이리테일'에서는 신세계SVN을 지원하기 위해 이곳에서 만든 빵을 팔 때 받는 수수료를 적게는 기존의 90%, 많게는 기존의 20% 수준까지 낮췄다.

이같은 결정에는 이 회장과 정용진 부회장의 '입김'이 작용했다. 이같은 사실은 신세계 내부 문서에도 잘 나타난다. 2010년 9월 신세계SVN의 경영실적 회의록에 따르면 기업 관련자가 "상반기까지 어려웠지만 7월부터 그룹 지원등으로 인해 실적이 대폭 개선되었다"면서 "앞으로도 이런 추세가 지속되도록 할 것(회장님, 대표이사님 그룹지원 당부)"이라고 발언한 기록이 나온다. 이러한 정황은 경영전략 내부문건이나 담당자 개인 기록에서도 일관되게 발견됐다.

시장 경쟁업체들보다 현저히 유리한 조건에 놓인 신세계SVN의 실적은 수직상승했다. 2011년 신세계SVN의 매출은 전년대비 54.1% 증가했으며 이마트 등에 납품한 '슈퍼프라임 피자'의 경우 전해에 비해 5배 넘게 성장하며 피자업계 4위로 뛰어올랐다.


모기업을 등에 업은 신세계SVN은 승승장구 했지만 반면 관련시장의 중소사업자들은 '죽을 맛' 이었다. 지난 해 베이커리 프랜차이즈 점포 수는 200여 개 감소했고 피자사업의 경우에도 중소업체 매출은 34% 감소했다.

대기업의 '골목상권' 침해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난 것이다. 공정위 조사 결과, 이 기간 동안 신세계 총수일가 대주주인 정유경 부사장은 배당금만 12억 원을 수령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번 제재가 소속 그룹의 전국적인 유통망에 손쉽게 입점하여 판매수수료까지 특혜를 받는 '땅 짚고 헤엄치기식' 영업관행에 제동을 걸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신세계 측은 이날 공정위 발표에 대해 과징금 부과 취소소송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 #신세계 #이명희 #정용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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