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후보가 9월 26일 밤 서울 중구 신당동 뉴존에서 상인과 악수를 하고 있다.
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9월 들어 하우스푸어 대책이 정치권의 관심사로 부상하면서 박근혜 캠프는 공격적으로 대책을 쏟아낸다. 특히 지난 9월 23일 하우스푸어와 렌트푸어, 20~40대 무주택자를 위한 집 걱정 덜기 종합대책이 정점이었다.
우선 하우스푸어대책으로 '지분매각제도'를 내놓았는데, 기본 개념은 '세일 앤 리스백'과 같지만 집 전체를 매각하는 것이 아니라 부채에 해당하는 지분만큼을 공적 금융기관에 매각한다는 것이 다르다. 매각한 지분의 6%를 임대료로 내면서 자신이 살던 집에 계속 거주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세일 앤 리스백 정책에 대해서는 부정적 비판이 상당하다. 채권은행이 손실을 회피하는 데 유리할 뿐 채무자인 주택 소유자에게 유리한 제도가 아니라는 점, 주택 매각 가격을 어떻게 책정할지가 불분명하다는 점, 주택 소유자가 5년 후 되살 가능성이 사실상 없다는 점, 실제 이런 식으로 매각하려는 주택 소유자가 거의 없을 것이라는 점 등이 그것이다. 박 후보의 지분매각제도 역시 재원이 덜 들어갈 것이라는 예측 말고는 똑같은 비판을 받을 수 있다. 더욱이 현실성은 세일 앤 리스백보다 더 떨어진다.
둘째로, 렌트푸어 대책으로 '목돈 안 드는 전세제도'를 내놓았다. 한마디로 집 주인이 집을 새로 임대하거나 기존 전세금을 올릴 때 전세 보증금을 세입자가 아니라 집 주인이 금융기관에서 저금리로 대출해 조달하고, 그 이자를 세입자가 금융기관에 납부토록 하는 방안이다.
이게 도대체 무슨 소리인가? 세입자가 전세를 사는 데 집 주인이 은행에서 돈을 빌리다니! 결국 전세라고는 하지만 매달 대출금 이자라는 명목으로 임대료를 내는 셈이다. 월세와 무엇이 다른가? 세입자 입장에서는 굳이 이렇게 복잡한 월세를 선택할 이유가 없다. 집주인 역시 그냥 월세를 주면 되지 굳이 은행 대출을 받아 전세를 줄 이유가 없다. 세상에 목돈 안 드는 전세란 존재하지 않는다.
올해 나온 선거 공약 중에 가장 황당한 선거 공약 1순위에 올라야 할 대책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이 공약이 실현되면 확실하게 이익을 보는 집단이 있다. 바로 은행이다. 대출은 늘어나고, 공적 금융기관이 이자 지급보증까지 해주어 떼어먹힐 가능성도 없다. 정확히 금융권에서 설계를 해주었을 법한 정책이다. 또한 이 제도는 틀림없이 전세가격 상승을 부추길 가능성이 높다.
셋째, 20~40대 무주택자를 위한 '행복주택 프로젝트'라는 것도 내놓았다. 일본 등지에서 벤치마킹했다고 하면서 국가 소유인 철도부지 위에 인공 부지를 조성해 고층건물을 지은 뒤 아파트, 기숙사, 복지시설, 상업시설을 지어서 주변 시세보다 훨씬 싼 영구임대주택을 약 20만 가구를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기차길 위에 지어진 20만 채의 영구임대주택이 어떤 주거환경일지 상상하는 것은 미뤄두자. 이미 새누리당은 2018년까지 공공임대주택을 120만 호 건설하겠다는 공약을 내놓은 바가 있다. 그런데 굳이 기차길 위 20만 임대주택을 따로 내놓은 이유는 무엇일까? 결국 박 후보는 패러다임 전환기에 있는 주거정책의 원칙과 내용을 충분히 숙지하지 않은 채, 대단히 급조된 것으로 보이는 졸속적인 세부 주거정책을 내놓았다.
부동산 정책은 이제 세부정책 경쟁 단계로 접어들었다. 비교적 원칙과 방향이 잘 세워진 문재인 후보, 안철수 후보도 세부정책을 가지고 박근혜 후보와 차별화할 시점이다. 세 후보는 시민사회에서 제시해온 주택담보 대출까지 포함하는 통합 도산법 제정으로 하우스푸어 채무조정, 주택을 담보로 하는 과잉 대출 규제법(공정 대출법)으로 약탈적 대출 재발 방지, 전월세 상한제의 조속한 입법화와 임대차 보호제도 강화, 공공임대주택 확대 등 다양한 정책 대안을 적극적으로 수렴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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