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산초등학교 양지분교 운동장 주변의 나무들
김현자
내가 다닌 초등학교는 일제강점기인 1915년에 개교한 학교로 운동장도 꽤 넓고, 나무들도 무척 많은 전형적인 시골학교였다. 30여 년 전에 졸업한 데다가, 예전의 모습은 전혀 없는 학교로 바뀐 지 오래라 그저 아련하게 떠오를 뿐이다.
아련한 기억이지만, 여러 동의 교실 중 교문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교실 뒤쪽의 포플러 숲과 이즈음 교정의 많은 부분을 노랗게 물들일 정도로 제법 굵었던 은행나무 두 그루. 너도나도 가방 던지기 일쑤이던 축구골대 옆 굵은 플라타너스는 그래도 제법 또렷하게 기억나는 것들이다. 그런데 솔직히, 나의 초등학교를 떠올릴 때면 늘 아쉽다.
대부분의 건물들이 일제 때 나무로 지어진 것들이라 '걸음 한 번에 삐걱 한 번'인 곳이 많았다. 해진 팔꿈치나 무릎에 천을 대고 기운 것처럼 복도며 교실 여기저기에 판자를 덧댄 곳도 많았다. 교실 바닥에 난 구멍으로 연필이나 지우개가 빠져 아까운 마음에 납작 엎드려 교실 밑을 들여다보면 쥐와 눈이 마주칠 때도, 쥐가 교실까지 타고 올라와 아이들을 소스라치게 놀라게 하는 일도 있었다.
이처럼 열악한 교실들이 이미 오래 전에 바뀐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그곳에서 자라던 많은 나무들까지 죄다 잘라냈다. 그래서 고향집에 갈 때마다 학교 앞을 지나갈 수밖에 없지만 이후 다시 들어가 보지 않게 됐다.
올가을 초, ㈔생명의숲국민운동 아름다운 숲 마을숲 부문 수상을 한 담양 관방제림(천연기념물 제366호)에 갈 날짜를 잡으며 2008년에 아름다운 숲 학교숲 부문 장려상을 수상한 봉산초등학교 양지분교에서 어쩌면 내가 잃어버린 추억 속 학교와 나무들을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며 기대했다.
'관방제림(천연기념물 제366호)'과 '메타세쿼이아 길'을 만나고자 담양에 가기 며칠 전부터 설렜다. 담양까지 가서 잠깐이라도 들르지 않으면 후회하고 후회하다 결국 언젠가 다시 날을 잡아 다녀와야만 할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생각이 들었다. 가는 길을 모르고 시간이 부족하면 택시를 타고서라도 들러야 겠다며 담양으로 향했다.
관방제림과 메타세쿼이아 길이 있는 담양읍 담양군청에서 봉산초등학교 양지분교(전남 담양군 봉산면 양지리 135번지)까지는 약 10km. 자동차로 12분 걸렸다. 중앙분리대에 어린 대나무들이 무리지어 심어져 있는 담양읍을 벗어나 벼가 익어가는 전형적인 시골도로를 잠깐 달린 후 학교에 도착한 것은 오후 4시 30분. 학교에 도착해서야 관방제림의 고목들과 메타세쿼이아 길의 운치에 홀려 시간가는 줄 모르고 마냥 걸었던 것이 후회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