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벗들 통일체육축전새터민들의 노래자랑 대회. 오늘 하루는 고향에 대한 그리움 다 내려놓고 어깨춤 덩실덩실 추었다.
이준길
"♬ 서울에서 평양까지 택시요금 이만원. 소련도 가고 달나라도 가고 못가는 곳 없는데. 광주보다 더 가까운 평양은 왜 못가. 우리 민족 우리네 땅 평양만 왜 못가… ♬ 얼씨구." 통일을 염원하는 노래가 연이어 울려퍼진다. 새터민들의 마음 속 한이 노래로 표현되는 것 같았다. 노래가사처럼 왜 평양만 못 가나. 남한 주민들과 북한 주민들이 서로 만나지 못하도록 가로 막는 것은 무엇일까? 노래를 들으며 계속 그 생각을 했다.
흥겨운 노래자락도 끝이 나고 선물도 다 나눠드리고 이제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다. 다들 아쉽다며 악수에 악수를 거듭한다. 선물을 한 보따리 받아들고 정문을 나서는 새터민 이금순(가명, 58)씨에게 오늘의 소감을 물어봤다. 곧바로 눈물을 글썽이며 답한다.
"오늘 즐거웠어요. 스트레스 받은 것 확 풀었어요. 더군다나 2년 반 만에 하나원(탈북자 남한정착교육기관)에서 같이 만났던 언니들을 다 같이 만났어요. 행복했어요. 앞으로도 한국 사회에 정착을 더 잘할 것 같아요. 최선을 다하면서 기죽지 않고 당당하게 살겠습니다. 내년에 또 오고 싶어요." 이금순씨의 눈에 맺힌 눈물을 보니 내 눈에도 눈물이 맺혔다. 또 다른 새터민 어머님은 "추석 때 북에 두고 온 가족들 생각에 잠 못 이루었다"고 하셨다. 언제쯤 이 어머님의 가슴 저 밑에 쌓인 한을 풀어드릴 수 있을까 생각하니 내 가슴도 그냥 아려왔다. 이렇게 아픈 가슴을 안고 살아가지만, 그래도 오늘 하루만큼은 어릴 적 추억이 담긴 놀이도 해보고 고향 친구들도 만나 마음껏 놀 수 있었기에 얼마나 다행인가.
하루종일 행사 준비하느라 고생한 남한 쪽 자원봉사자에게도 소감을 물어보았다. 준비 단계에서부터 새터민들을 만나며 하나하나 꼼꼼히 챙겼다는 이숙영(좋은벗들 자원봉사, 47)씨다.
"새터민들이 다들 크게 만족하시며 돌아가는 모습을 보니 너무 뿌듯해요. 새벽부터 준비했고 정말 정성을 기울였거든요. 행사를 준비하며 새터민들을 많이 만났어요. 아이가 어린데 남편은 없고 엄마가 혼자서 돈을 벌어 사는 집이 있었어요. 추석 때 뵈었을 때 정말 우울해 보였거든요. 그런데 오늘 행사에 와서는 많이 웃기도 하고 한층 밝아져 있더라구요. 그 모습을 보고 저도 그냥 눈물이 났어요." 이숙영씨처럼 이렇게 자원봉사로 참여한 남한 사람들은 200여 명이다. 남한 주민들과 북한 주민들은 이렇게 작은 통일을 만들어가고 있었다. 새터민들도 남한 자원봉사자들을 보며 감동을 받은 듯했다. 새터민 김정숙(가명, 45)씨는 자원봉사에 대한 생각을 적극 내비쳤다.
"나도 여유가 생긴다면 여러분들처럼 이웃을 돕는 자원봉사를 꼭 해보고 싶어요."통일의 핵심은 마음의 통일이다. 이렇게 조금씩 서로의 마음을 열어가며 만나가는 이들의 모습에서 찐한 감동이 느껴지는 이유다. 정치적으로는 아직 미완의 통일이지만, 오늘 통일체육축전에서는 남북한 동포 간에 작은 마음의 통일이 이뤄지고 있었다. 삶 속의 통일을 일구어가는 이 분들의 모습을 보며 자꾸만 눈물이 났다. 너무나 아름답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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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기자. 오연호의 기자 만들기 42기 수료. 마음공부, 환경실천, 빈곤퇴치, 한반도 평화에 관심이 많아요. 푸른별 지구의 희망을 만들어 가는 기자를 꿈꿉니다. 현장에서 발로 뛰며 생생한 소식 전할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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