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9월 21일 조선닷컴의 연재 '그(녀)가 대통령이 되면 안 되는 이유 10가지'가 새삼 주목 받고 있다.
조선닷컴
제17대 대선을 앞두고 당시 한나라당 대선후보들 간 물밑 신경전이 한창이던 2005년 9월 21일 <조선닷컴>이 시리즈로 내보냈던 '그(녀)가 대통령이 되면 안 되는 이유 10가지' 중 3편인 '지지율 2위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의 약점'편이 18대 대선전이 후끈 달아오른 지금 세간에 화제가 되고 있다.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인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를 타고 다시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 불가론'의 출처는 다름 아닌 최근 '박근혜 띄우기'로 주목받고 있는 <조선일보>의 관계사인 <조선닷컴>이라는 점에서 더욱 흥미를 끈다. 그러나 가뜩이나 '안철수 현상'과 '문재인 바람' 앞에서 초초하게 흔들리는 지지율이 더욱 초라해 보인다.
아이러니하게도 당시 <조선닷컴>은 이명박 후보와 당내 경쟁을 벌이던 박근혜 후보를 노골적으로 비판했다. 그녀를 겨냥해 "공포의 수첩이 없으면 말도 못한다", "이미지는 좋은데 알맹이가 없다"는 등의 표현을 써가며 그녀가 대통령이 될 수 없는 첫 번째 이유로 "컨텐츠가 없다"를 꼽았다. "박 대표는 내용은 별로 없으면서 '이미지 정치'만 한다는 비판을 자주 받는다"며 "'민생정치'의 전도사로 자처하고 있으나, 대선 예비후보로서 민생의 기초인 경제 등에 대한 식견이 부족하다"는 내용을 인용해 부각시켰다.
당시 <조선닷컴> 기사는 포털사이트 네이버 등 인터넷 커뮤니티 공간에 나도는 말들을 인용해 박근혜 후보가 치명적인 결함이 있는 것처럼 혹독한 비판을 가했다. 그 중에는 "'박정희 후광', '유신공주'란 비판"을 두 번째 이유로 내세워 대통령이 될 수 없다고 했다. 또한 세 번째 이유로는 "정치지도자 보다는 연예인 같은 인기"를 내세웠다. 이어 "한나라당 내 '박근혜 전위대'가 부족하다"는 네 번째 이유에선 "심지어 퇴진론까지 터져 나온다"고 조롱하기까지 했다.
박근혜 때리기와 이명박 띄우기 이밖에 "박정희 전 대통령으로부터 물려받은 정수장학회와 스위스은행 비자금 조성 의혹 등도 박 대표에게 걸림돌이 될 수 있다"며 "정수장학회 등 재산 의혹"을 다섯 번째 이유로 꼽았다. 지금 같으면 눈과 귀를 꽉 막고 있을 내용들이다. 이것으로도 모자라 <조선닷컴>은 박근혜를 겨냥해 "스킨십이 부족하다", "물러서지 않는 고집"을 대통령이 될 수 없는 여섯 번째와 일곱 번째 이유로 들었다.
이어 여덟 번째 이유로는 "베일 가린 사생활, 시한폭탄 될 가능성"을 들며 "박 대표가 당무를 마치고 귀가한 후 누구를 만나고 무엇을 하는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의문을 던지기도 했으며, 아홉 번째 "부드러운 리더십'의 한계"란 이유에선 "비바람을 맨 앞에서 견뎌내야 하는 대통령에는 맞지 않는 리더십"이라고 꼬집었다. 맨 마직막인 열 번째 이유로 내세운 "정상적인 성장과정을 겪지 않았다" 편에선 "박 대표가 결혼을 하지 않았고, 자녀를 낳아 길러본 적이 없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비판하는 이들이 있다"고 날을 세웠다.
제17대 대선 전에서 이명박 후보를 향해 박근혜 후보가 "BBK의 실소유주이며 주가조작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집중 제기하면서 공세를 퍼부었지만 이를 외면했던 게 바로 <조선일보>였다.
당시 <조선닷컴>은 이 연재를 보도하면서 "주요 신문이나 방송 보도가 아닌 인터넷 매체의 특정 기사를, 그것도 스트레이트 특종이 아닌 기획기사를 이렇게 많은 인터넷 매체가 인용한 것은 유례를 찾기 힘든 일"이라며 자화자찬을 늘어놓기도 했다.
그러나 7년 만에 <조선>은 SNS의 빠른 의제파급(Agenda-Rippling)에 홍역을 치르게 됐다. '인터넷상에서 형성되어 파급되는 의제가 처음 익명의 한사람이나 단체의 발화에 의해 시작되어 점차 시간이 지나면서 인터넷 공간 또는 오프라인 공간으로까지 확산되는 현상'을 '의제파급'이라고 한다. 그런데 <조선>은 이런 인터넷의 의제파급을 이용하려다 되레 혼쭐이 난 꼴이 됐다. 이런 경우를 빗대어 흔히 '자업자득'이라 해야 하나.
<조선일보>의 이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