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산 사고 인근 공장 조업중단 요청에도 밤새 작업

아사히글라스 100여 명 불산가스에 노출, 안전보호구 지급 없어

등록 2012.10.09 18:07수정 2012.10.09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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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불산가스 유출사고가 난 (주)휴브글로벌 공장 모습.

불산가스 유출사고가 난 (주)휴브글로벌 공장 모습. ⓒ 조정훈


불산가스 유출 사고가 일어난 지난달 27일 사고현장인 (주)휴브글로벌 인근 공장에 대해 고용노동부가 조업을 중단하고 대피하라는 등 조처를 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나 비난을 사고 있다.

고용노동부 구미지청은 위급한 상황임에도 대피명령을 내리지 않았고, 구미시가 사고현장으로부터 50미터 이내의 공장에 대해 대피하도록 요구해 4개 업체 5개 공장은 조업을 중단하고 대피했으나 일본기업인 아사히글라스는 이를 무시하고 조업을 강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사히글라스 사고 당일 조업중단 안 해, 일부 직원 고통 호소

특히 사고 당일 오후 7시까지 직원 100여 명을 대피시키지 않아 불산가스에 3시간 동안 그대로 노출됐다. 당시 작업을 하던 직원들에게 아무런 안전 장구도 지급하지 않고 외부에서 일하는 지게차 기사 2명에게만 마스크를 지급했다. 일부 직원들은 불산가스 유출로 인한 고통을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공장에 근무하는 한 직원은 "당일 밤새워 일했지만, 회사는 아무런 조치도 취해주지 않았다"며 "아직도 통증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말했다. 이 직원은 "밤새 작업하고 집에 돌아와서야 불산가스 유출 사고가 일어난 줄 알았다"며 "회사에 대한 불신이 높다"고 말했다.

현재 공장의 직원 상당수가 불산가스 흡입에 대해 불안감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회사는 사고발생 일주일이 지난 5일부터 원하는 직원들에 한해 검진을 했다.

아사히글라스는 일본 아사히글라스(주)가 67%의 지분을 보유하고 한국전기초자(주)가 33%를 출자해 만든 회사로 2004년 구미시 산동면 봉산리에 공장을 두고 있다. 이 회사는 그러나 일본기업이라는 이유로 국회의원의 출입도 거부하고 취재요청도 거부했다.


a  구미 국가산단 4단지에서 불산가스 유출사고가 난 후 인근에 있는 한 공장의 외벽 파이프가 녹이 슬고 외벽이 거칠게 부식되었다. 하지만 사고가 난 공장과 담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는 아사히글라스 공장은 밤을 새워 조업을 했다.

구미 국가산단 4단지에서 불산가스 유출사고가 난 후 인근에 있는 한 공장의 외벽 파이프가 녹이 슬고 외벽이 거칠게 부식되었다. 하지만 사고가 난 공장과 담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는 아사히글라스 공장은 밤을 새워 조업을 했다. ⓒ 조정훈


지난 7일 장하나 민주통합당 국회의원이 아사히글라스 공장 입구에서 공장의 피해 상황과 직원의 건강을 조사하겠다며 출입을 요청했으나 거부당했다. 이에 대구지방노동청 직원을 불러 같이 동행해 조사를 요구했지만, 이 직원은 "개입하지 않겠다"며 줄행랑을 쳤다.

고용노동부 산하 대구고용노동청 소속인 김 아무개 사무관은 총리실, 환경부, 기재부, 농림부, 민간전문가 등 9개 부처 26명으로 구성된 중앙재난합동조사단의 일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김 사무관은 장 의원의 요구를 거부하고 이 공장에 대해서도 전혀 실태조사를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장 의원실 이대원 보좌관은 "아사히글라스 공장이 24시간 3교대로 일하고 있어 현장 근로자들의 건강상태와 회사의 안전조치가 있었는지 알아보고자 했으나 노동부 직원이 함께 조사하기를 거부했다"고 말했다.

노동부 직원 "국회의원이면 무조건 들어가도 되나?", 조사도 안 해

그러나 김 사무관은 <오마이뉴스>와 통화에서 "사고현장인 휴브글로벌 공장을 안내하려고 했지 아사히글라스에 들어가려고 했던 것은 아니다"면서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와도 회사에서 출입을 거부하면 들어갈 수 없어 돌아갔다"고 말했다.

김 사무관은 "국회의원이라고 무조건 들어가 조사해도 되느냐"며 "회사가 거부하면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없다"고 말했다. 중앙재난합동조사단이 이 공장을 조사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도 "다 해야 하느냐"며 "다른 조사반원들하고 함께 조사해야 하는 것이지 내 맘대로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아사히글라스는 기자들의 출입도 거부한 채 일절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 아사히글라스 입구를 지키는 용역직원은 "일본기업체이기 때문에 아무나 들어갈 수 없다"며 취재진의 출입을 막았고, 회사 관계자는 "일부 직원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있지만, 알려줄 수 없다"며 취재를 거부했다.

사고 초기부터 아무런 대책도 내놓지않고 있는 구미지청 관계자도 "노동부 직원들이라도 관할권이 있기 때문에 아무나 들어갈 수 없다"며 "적법한 절차를 거쳐야만 한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보였다. 아무리 재난상황이라 하더라도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노동부가 불산가스 유출 뒤에도 근로자의 건강에 대해서는 대책도 내놓지않고 일본기업인 아사히글라스의 눈치를 보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수백 명의 한국인 근로자들이 자신의 건강을 챙기지도 못하고 조업을 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도 이렇다할 조치를 하지 않고 있다.

민주노총 구미지부 배태선 국장은 "지금이라도 즉시 조업을 중단시키고 현장노동자의 건강검진을 해야 한다"며 "노동부 직원의 부적절한 처사에 대해 분노를 느낀다"고 말했다.
#구미?가스유출 #아사히글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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