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살해당했어요... 당신은 무관한가요?

NGO 활동가들에게 듣는 아시아 이야기... 참여연대서 11월 19일까지

등록 2012.10.09 15:00수정 2012.10.09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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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서파푸아 소개 인도네시아 활동가가 서파푸아에 대해 소개합니다.

서파푸아 소개 인도네시아 활동가가 서파푸아에 대해 소개합니다. ⓒ 전보임


"그들은 파괴를 만들고 그것을 평화라고 불렀다."(Solitudanem Faciunt Pacem Appellant)

지난 8일, 인도네시아에서 온 한 젊은이에게 들은 말입니다. 실상과 정반대의 단어를 사용하는 것은 이명박 정부만의 장기인 줄 알았는데 외국의 독재자도 그런 모양입니다(이명박 정부의 반의어 사용의 예는 다양합니다. '4대강 살리기'는 '4대강 죽이기',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은 '도덕적으로 가장 취약한 정권' 등).

서파푸아를 아시나요? 아마 파푸아뉴기니는 들어보셨지요? 남태평양의 섬으로 원주민들이 낙원과 같은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평화롭고도 원시적인 삶을 살 것 같은, 관광 엽서에 나오는 풍경이 떠오르시나요? 저는 그 정도의 이미지만 갖고 있었습니다.

서파푸아는 인도네시아 영토에 속해 있는 뉴기니섬 서반부 지역과 인근 섬들을 말합니다. 과거 네덜란드의 식민지였다가 1963년 인도네시아가 서파푸아의 주권을 이양받았습니다. 서파푸아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파푸아섬의 서쪽 절반이며 동쪽 절반은 독립국가인 파푸아뉴기니입니다.

서파푸아에는 원주민들이 전통 방식대로 살고 있었으나, 인도네시아의 통치를 받기 시작한 이후로, 폭력과 수탈을 겪으며 살고 있습니다. 미국의 지원을 받은 수하르토 대통령은 프리포트(Freeport)라는 미국의 광산회사에게 자원 침탈의 길을 열어줬습니다. 지금 서파푸아에서는 주거지 개발과 금과 구리를 캐는 광산·벌목사업으로 환경 파괴는 물론 원주민들과 서파푸아 독립을 주장하는 사람들에게 무자비한 인권침해가 자행되고 있습니다. 서파푸아에는 한국 기업들도 진출했습니다.

10월 8일부터 일주일에 한 번씩, 총 일곱 차례에 걸쳐 아시아의 이야기를 들을 기회가 생겼습니다. 참여연대 국제연대위원회와 성공회대 대학원 MAINS가 공동으로 기획한 '아시아시민사회 활동가와 함께하는 생생토크'가 바로 그것입니다. 이 자리에 참석하면 아시아의 인권과 민주주의, 평화, 환경과 개발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습니다.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네팔·필리핀·태국·방글라데시 등지에서 온 아시아 NGO 활동가들이 몸으로 겪은 현지의 이야기를 한국의 시민들과 나눌 수 있지요. 저는 환경 문제에 관심이 있어서 이 강좌를 신청했는데, 인권과 민주주의, 사회정의의 문제가 결국 환경 문제와도 전부 맞닿아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첫 강의로 소개된 서파푸아의 사례도 그렇습니다. 크게는 서파푸아의 독립과 자유, 민주주의의 문제였지만 그것을 어렵게 하는 것은 탐욕스러운 선진국 기업들(이 경우엔 미국의 광산기업 프리포트사)과 그들과 결탁해 호의호식하는 군부 독재자들이나 정치가들이 있었습니다.


대대손손 조용히 살아오던 주민들은 살던 땅에서 강제 이주를 당하거나, 산림과 천연자원은 침탈이 되며 이에 저항하는 이들은 살인·고문·강간·구금과 같은 폭력에 무력하게 노출됐습니다.

당신, 아시아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나요?


a 서파푸아 인권 침해  인도네시아 군부에 의한 서파푸아 주민들에 대한 인권침해는 오래된 일입니다.

서파푸아 인권 침해 인도네시아 군부에 의한 서파푸아 주민들에 대한 인권침해는 오래된 일입니다. ⓒ 조은미


서파푸아의 사례를 소개한 젊은이는, 민주주의와 독립운동에 관여하다 살해당한 동료나 친구들에 대해서도 소개했습니다. 심지어 올해 여름에도 그의 친구인 마코 타부니(Mako Tabuni)가 살해당했다고 합니다. 발표하는 중간, 그의 목소리는 점점 격앙돼 결국 강의 후반에는 눈시울을 적시고야 말았습니다. 원래 강의의 마지막에는 파푸아의 전통 춤을 배워볼 예정이었는데, 분위기가 숙연해져서 춤을 배우는 것은 다음 기회로 미뤘습니다.

우리나라는 아시아의 일부이고, 우리의 삶과 아시아의 시민들의 삶은 연결돼 있습니다. 우리는 아시아를 얼마나 알고 있을까요. 아시아는 우리에게 '괜찮은 여행지' 정도일까요? 우리나라에 온 아시아 노동자들도 급격히 늘었는데도 우리는 아시아에 대해 잘 모릅니다.

서파푸아의 사례도 그렇고 아시아의 다른 국가들, 필리핀·미얀마·라오스·베트남 등 수많은 나라에 한국의 대기업들이 진출했습니다. 자원개발을 비롯해 여러 가지 큰 사업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지요. 이런 대기업들이 아시아 개발에 적극 가담하고 있는 것을 무조건 환영만 해야 할까요?

개발사업을 내준 정권은 기업들이 용이하게 일을 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후원을 마다치 않습니다. 그 후원이라는 것이 개발을 반대하는 원주민들에 대한 인권 탄압은 물론, 강제이주와 같은 것들이 포함됩니다.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우리나라 기업들의 해외진출로 인해 평화롭게 살고 있는 다른 이들이 삶이 파괴되고 유린당한다면? 당연히 마음이 편치 않겠지요.

아시아의 여러 국가들에서 온 다양한 활동가들로부터 생생한 목소리를 들어보길 권합니다. 그리고 책임있는 한국인으로서, 보편적 인류애를 가진 따뜻한 한 시민으로서 그들에게 어떤 연대의 손길을 내밀 것인지 한 번쯤 생각해보는 건 어떨까요. 또 다른 아시아 이야기는 매주 월요일 저녁 참여연대에서 들을 수 있습니다. 날짜는 11월 19일까지입니다.

a 아시아 시민사회 황동가를 만나다 아시아 시민사회 활동가들의 이야기를 듣는 강좌가 진행 중입니다.

아시아 시민사회 황동가를 만나다 아시아 시민사회 활동가들의 이야기를 듣는 강좌가 진행 중입니다. ⓒ 전보임


#아시아 시민사회 #참여연대 아카데미 #서파푸아 #성공회대 MAI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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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쓰고, 산책하는 삶을 삽니다. 2011년부터 북클럽 문학의 숲을 운영하고 있으며, 강과 사람, 자연과 문화를 연결하는 사회적협동조합 한강의 공동대표이자 이사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한강'에서 환대의 공동체를 만들어나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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