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아들이 고교 2년생입니다. 어떤 잡지를 추천하시겠습니까!
신광태
"아니, 이 잡지가 왜 집에 있지? 당신, 정기 구독 신청했어?""그렇게 관심이 없냐? 지난번 아들이 당신에게 말했잖아"
어느 날, 거실 탁자 위에 놓인 A잡지가 눈에 띄기에 집사람에게 물었더니, '가장이란 사람이 그렇게 무심할 수 있느냐'고 오히려 내게 핀잔을 준다.
그런 일이 있었나! 핑계가 아니라, 정말 기억이 나질 않는다. '늙으면 뇌세포가 급속도로 퇴화한다는데 이젠 그 단계까지 갔나보다' 라는 감상에 빠질 여유가 없었다.
아내는 아들이 고급 공무원이 되길 바랐다고등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인 아들 녀석이 대학진로 결정을 우리 부부에게 통보했다. 신문방송학과. 세상의 빛과 소금 같은 정직한 기자가 되고 싶단다.
우리 부부는 아들에게 찬사를 보냈다.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우리 부부에게는 불문율이 있다. 큰 아이가 그랬던 것처럼 아들의 대학진로에 대한 상담은 하되 결정은 부모가 하지 말자는 거다.
사실 아내는 아들이 법학이나 행정을 전공해 중앙부처의 고급 공무원이 되길 바랐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왜 그런지 짐작은 간다.
"에이 더러워서, 우리 아들 열심히 가르쳐 행정고시 보게 해서 중앙부처 사무관 만들자"라는 이야기를 몇 년 전에 집사람에게 했던 기억이 난다.
어떤 사업설명 때문에 중앙부처를 방문했다. 그런데 담당자를 만나야 설명을 하든지 말든지 할 텐데, 바빠서 이야기를 들어줄 수 없다는 거다. 그걸 거면 애초에 딱 부러지게 올라오지 말라고 하던지, 미지근한 그의 태도에 무작정 찾아왔던 게 잘못이었다.
'포기하자…' 무거운 발걸음으로 1층쯤 내려왔을 때, 흡연실에서 담배를 피우며 동료직원들과 노닥이는 그의 옆모습을 발견했다. 모멸감… '내 비록 지금 말단 지방공무원이지만, 더러워서 내 아들은 사무관으로 만들겠다'는 것이 당시의 내 심정이었다.
고교 2년생인 아이가 진보 성향의 잡지를 정기구독 신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