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즈는 다양하게
이희동
퇴근한 뒤, 위와 관련하여 아내에게 이것저것 묻기 시작했다. 나도 예전 회사를 다니면서 자신의 딸을 드라마에 출연시킨 적 있는 화물 운송 기사를 본 적이 있었지만, 어쨌든 아내는 뮤지컬 작가로서 선후배가 연예계 쪽에 좀 있으니 저런 아역 전문 매니지먼트사가 어떤 곳인지 나보다 더 잘 알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아내에게 질문을 하면서도 나는 상상의 나래를 마음껏 펼치고 있었다. 막상 카메라 테스트를 받는데 아이 본인이 안 하겠다고 한다면? 아이가 연예계에 데뷔하면 내가 회사 그만 두고 따라다녀야 하는가? 아이가 계속 연예인을 한다고 하면 녀석에게는 10대 학창 생활이 없어질 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시켜야 할까?
그러나 이렇게 들떠 있는 나와 달리 아내는 무덤덤, 아니 시큰둥하기까지 했다. 이유인즉슨 그녀의 선배 중 이런 사업을 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는 것이었다.
아내의 말에 따르면 연기를 하려다 포기한 선배들이 마지막에 학원을 하나 차리기도 하는데, 그들은 연예계에 작가나 PD로 있는 동기나 선후배를 찾아가 자기 학원생 중 한 명만 꽂아달라고 애걸복걸하고, 그게 성공하면 그 케이스를 크게 광고한 뒤 학원생을 모집하여 돈을 번다는 것이었다. 유아를 상대로 한 엔터테인먼트 사업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아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