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노동자 2명 시너 끼얹고 철탑 고공농성

비정규직 문제 해결 촉구하며 농성 돌입

등록 2012.10.18 09:54수정 2012.10.18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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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오후 9시께 '불법파견 사업장' 현대자동차 최병승(38세) 조합원과 비정규직지회 천의봉(31세) 사무국장이 송전탑 고공농성에 들어갔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명촌중문 인근 송전탑에서 천의봉 사무국장은 20미터 지점, 최병승 조합원은 15미터 지점에서 밧줄로 몸을 묶고 농성중이다.

 현대차비정규직 노동자 2명이 '불법파견 인정, 신규채용 중단, 정 몽구 구속'을 요구하며 현대자동차 앞 송전탑에 올라가 농성중이다.
현대차비정규직 노동자 2명이 '불법파견 인정, 신규채용 중단, 정 몽구 구속'을 요구하며 현대자동차 앞 송전탑에 올라가 농성중이다.용석록

두 명은 "불법파견 인정, 신규채용 중단, 정 몽구 구속"이 적힌 펼침막을 송전탑에 걸었다.

이날 오후 11시께 현대차 사측은 두 노동자를 끌어내리기 위해 용역경비대 5명을 철탑에 올려보냈다. 현대차 사측 관리자는 철탑에 올라간 용역경비에게 "최병승 떨어뜨려 죽여라"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회사 측은 소방차를 대기시키고 사측 차량을 이용해 소화기 등을 모았으나 18일 새벽 2시 40분께 용역경비를 철수시켰다.

현대차비정규직지회는 이 소식을 듣고 야간조 파업에 들어갔으며 조합원들은 송전탑 아래로 모였다. 현대차 사측은 비정규직지회 천막을 실은 포터를 덮쳐 천막과 물품을 빼앗았다.

2004년 노동부는 현대차 울산, 아산, 전주공장 127개 사내하청업체 9234개 공정을 불법파견으로 판정했다. 현대차 울산, 아산, 전주 공장 비정규직노동자들은 자신들의 권리를 찾고자 2005년 투쟁에 나섰다. 그러나 경찰과 검찰은 노동부의 불법파견 판정을 무혐의 처리하고 비정규직노동자들을 감옥에 가뒀다.

2010년 7월 22일 대법원은 현대차 사내하청제도를 불법파견으로 판정했다. 이로써 현대차 사내하청제도가 불법임이 폭로되고 현대차가 사내하청 비정규직노동자들을 불법파견으로 고용했음이 세상에 알려졌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결에도 불구하고 현대차는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하지 않았다. 또한 불법파견을 시정하지도 않았다.

결국 비정규직노동자들은 25일간 공장 점거 파업 등을 벌이며 법이행을 촉구했다. 현대차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요구에 대해 현대차는 기동대로 편성한 관리자들과 용역경비들을 동원한 탄압으로 응대했다. 이때 비정규직 노동자 100여 명이 넘게 해고됐으며 1000명이 넘는 조합원이 징계를 당했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난 2012년 2월 23일 대법원은 다시 한 번 현대차 사내하청제도를 불법파견으로 최종 판결했다. 대법원 최종 판결에 현대차는 지난 6월에 정규직 전환 대상자인 사내하청노동자 일부를 신규채용했다.

사측은 지난 7월 1500여 명의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직고용 촉탁직으로 전환하고, 강제전환배치로 정규직과의 혼재작업을 없앴다. 또 8월에는 3000명 신규채용안을 발표하고, 9월에는 지원반을 없애는 등 불법파견을 은폐하기 바빴다.

그간 정치권은 3번의 국정감사를 실시했다. 국감에서 국회의원들은 10여 년 동안 1만여 명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임금 3조 원 가량을 현대차 사측이 갈취했음을 질타했으나 불법파견 당사자인 정 몽구 회장을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시키지 못했다.

비정규직 철폐가 사회적 의제로 떠올랐지만 불법파견은 시정되지 않고 있다.

고공농성 중인 최병승 조합원이 보낸 편지

신규채용 중단, 불법파견 인정, 정 몽구 구속!
철탑에서 보내는 편지1 - 최병승 현대자동차지부 조합원

저는 2010년 7월 22일 대법원 판결로 승소했습니다. '제조업 사내하청은 불법파견이므로 정규직'이라는 판결 취지였습니다. 하지만 현대자동차 회사는 결과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지리한 소송 끝에 2012년 2월 23일 대법원 최종 판결을 받았습니다. 중노위도 "사내하청 업체 해고는 무효이고 부당해고이므로 이미 정규직이다"고 했습니다. 그런데도 현대자동차 회사는 아직까지 저를 정규직으로 고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저와 똑같은 조건인 1만여 사내하청노동자에 대해서도 '단 한사람도 정규직으로 인정하지 않겠다'고 버티고 있습니다. 오히려 3000여 명 신규채용을 들먹이며 세상을 속이려 들고 있습니다.

오른쪽은 정규직, 왼쪽은 비정규직이 하는 공정을 재배치해서 합법도급으로 바꾸겠다고 수작부리고 있습니다. 2004년 노동부의 9234개 공정 불법파견 판정 이후 온갖 편법, 불법, 탈법을 저지른 정 몽구 회장은 어떤 처벌도 받지 않고 있습니다.

2005년 9월 4일 류기혁 열사가 비정규직의 울분을 안고 돌아가셨습니다. 저는 그때 철탑에 오른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오늘이 두번째입니다. 모든 것을 걸고 철탑에 올랐습니다. 꼭 이기고 싶습니다.

현대자동차 정규직, 비정규직 동지 여러분. 사랑합니다.

#현대차비정규직 #현대차불법파견 #정몽구구속 #고공농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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