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에서 영원으로> 표지
김영사
성철스님, 대한민국 현대불교사에 커다란 발자취를 남기고 일획을 그은 성철스님의 일대기야말로 바로 이런 경우, 어미아비 말도 듣지 않고 집을 뛰쳐나온 못된 인간, 한 성깔로 고집을 세운 못된 중, 그 성깔과 고집으로 득도 해 시대적 불교를 평정한 선지식이 아니었을까 생각됩니다.
김영사에서 펴낸 <영원에서 영원으로>의 저자인 불필스님은 성철스님이 출가하기 전에 낳은 두 딸 중 둘째입니다. <영원에서 영원으로>는 불필스님이 구도자로 살아가는 출가 수행이력이자 일대기, 불필스님의 가족사입니다.
불필스님은 '잘 사는 집' 둘째 손녀1937년, 경상남도 산청군 단성면 묵곡리에서 출생한 불필스님의 속명은 이씨 성에 수경(壽卿)입니다. 할아버지께서 '명을 받아 오래 살라'는 뜻으로 지어준 이름이라고 합니다.
불필스님은 당신 스스로의 어린 시절은 할아버지와 할머니에게 공주 대접을 받으며 자랐다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불필스님이 보낸 유아기와 학창시절에서 느껴지는 건 '잘사는 집 손녀'라는 느낌입니다. 엄청나게 이름난 부잣집, 천하를 호령할 수 있는 권세가는 아니었을지 몰라도 유학자의 기풍쯤은 꼿꼿하게 드러낼 수 있는 재력과 위세쯤은 지닌 가문이었을 것으로 짐작됩니다.
아버지가 출가를 하고, 언니 도경이 마저 불필스님이 9살 때 세상을 뜨니 할아버지와 할머니 입장에서야 남다른 손녀였기에 공주처럼 대접6하며 키웠겠지만 그런 환경에서 자란 '티'가 곳곳에서 드러나는 게 불필스님이 지나온 유아기, 학창시절이 아니었을까 생각됩니다.
성철스님의 피를 이어받은 유전적 성정 때문일 수도 있고, 공주처럼 대접을 받으며 자란 성장배경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외숙모가 단감을 가져와 반쪽씩을 나누어 주었을 때 하루 종일 울었던 6살 때의 고집이랄까 괴팍함이랄까 아니면 되바라짐이라고 해야 할지가 망설여지는 성정(性情)은 출가 후까지도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