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8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 앞서 '삼성으로부터 그 어떤 대화 제안도 받은 적 없다'며 기자회견을 연 삼성 반도체 직업병 피해자와 그 가족들.
박소희
지난 17일 일부 언론은 '삼성이 보조참가인 자격으로 소송에 참여하는 것을 중단하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이고, 피해자들에겐 대화를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피해자들은 같은 날 오후 늦게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라는 내용의 입장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최 부사장은 "아직 구체적인 내용을 준비한 적 없다"며 "단지 소송대리인을 통해 적극적으로, 또 진심으로 대화하면 좋겠다고 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최 부사장은 삼성이 반도체 노동자들의 문제를 두고 곳곳에서 비판받는 상황이란 점도 인정했다. 환노위 소속 의원들은 공통적으로 '삼성 같은 글로벌기업이라면 의지를 갖고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 부사장은 "투자사로부터 (직업병 관련) 문의가 자주 오고, 회사 이미지에도 상당히 어려움이 있다"며 "이른 시일 안에 문제가 해결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한편, 삼성 직업병 피해자들과 이들을 돕는 시민단체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반올림)은 18일 오후 국감에 출석하기 전 기자회견을 열어 "삼성은 피해자와 반올림에 공식적으로, 또 '조건 없는' 대화를 제안한 적이 없다"고 거듭 밝혔다.
반올림에서 활동하는 공유정옥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연구원은 이 자리에서 "지난 2월 삼성전자 건강연구소 부소장이 만남을 제안하는 메일을 보냈다"며 "4월과 8월 두 차례 삼성에 공문을 보냈지만 묵묵부답이었다"고 설명했다. 공 연구원은 "대화 제안을 받은 적도 없는데 16일 산재 집단신청, 18일 국감이 있는 중요한 시기에 ('삼성과 피해자들의 대화가 시작됐다'는) 언론보도가 나왔다"며 "이 같은 언론 플레이에 언론과 사회구성원들이 휘둘리지 않으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삼성에서 일하다 백혈병으로 숨진 고 황유미씨의 아버지 황상기씨도 "삼성으로부터 어떠한 대화 제의도 받은 적이 없다"며 "삼성이 (노동자들을) 발암물질과 방사선에 과다노출시킨 결과 병에 걸린 것, 산재라는 걸 인정하고 사과하면 언제든 대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엔지니어로 일하던 남편을 똑같은 병으로 잃은 정애정씨도 "지금 삼성전자 블로그를 봐도 우리 이야기가 다 거짓이라는 글이 올라와 있다"며 "(삼성은 피해자들을) 직업병으로 인정하지 않고 우리가 생떼를 쓰는 것처럼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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