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동까지 이어지는 참나무 숲에는 이고들빼기, 벌개미취, 꽃향유, 쑥부쟁이 등 가지각색의 가을 숲(들)꽃들이 어여쁜 자태를 뽐냅니다.
최방식
궁금했던 마을 이름도 하나 둘 아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도성으로 들어오는 길목에 있다고 해 붙은 '기리묵골'을 한자음으로 고쳐 쓴 길음(吉音, 긴 계곡에서 사시사철 물소리를 들으면 좋은 일이 생긴다는 한자음 풀이). 커다란 바위에 작은 돌을 나이수대로 문질러 붙였을 때 달라붙으면 아들을 얻는다는 전설의 '부암'(付岩). 신덕왕후의 능을 세워 붙은 '정동'(貞洞, 중구).
평창동까지 이어지는 참나무 숲에는 이고들빼기, 벌개미취, 꽃향유, 쑥부쟁이 등 가지각색의 가을 숲(들)꽃들이 어여쁜 자태를 뽐냅니다. 여행자 눈높이의 조무래기 졸참나무부터 높이 파란 가을하늘을 가리고 버텨선 상수리나무까지 온갖 참나무가 가을 향을 풍기고 서있습니다.
김명희 선생의 숲 생태이야기는 북한산둘레길 문화역사여행의 인기품목이 됐습니다. 숲속 나무, 풀, 꽃으로 이어지는 해설은 이제 여행자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일. 학교 교사답게 숲 전문서적을 배낭에 가지고 다닙니다. 배움의 여행인 것입니다. '관심을 갖는 만큼 보이고, 사랑하는 만큼 깊이 볼 수 있다'면서.
형제봉 들머리까지 이어지는 명상길. 2.4km로 1시간 남짓 걸으면 됩니다. 그러다 어느 널따란 바위 위에 앉아 일행은 점심을 들었습니다. 가래떡, 과일, 커피와 차, 김밥까지 바리바리 싸들고 온 음식을 즐기고 앉았는데, 김명희 선생이 '창'을 하겠다고 합니다.
애초 다른 한 분이 시를 낭송키로 했는데 불참했고. 춘향가 중 '사랑가'를 멋들어지게 뽑아냅니다. "사랑, 사랑, 내~사랑~이야..." 흥에 겨웠는지 박혜숙 선생이 벌떡 일어나 춤을 춥니다. 남은 일행은 '추임새'로 흥을 돋우고. 이거야말로 때 아닌 산중 난장 아니오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