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자노조의 "세상을 바꾸자"는 구호 속에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 정규직으로 전환 시키자"는 내용은 있을까요?
변창기
저는 2000년 7월 초에 현대차 울산공장 수동변속기부에 들어가 일하기 시작했습니다. 현대차는 1998년 IMF를 겪으며 1만여 명의 정규직 노동자를 정리해고하고 그 자리에다 비정규직 노동자를 투입시켰다지요. 당시 현대차 노조와 회사는 16.9% 선에서 사내하청업체로 노동자를 쓰자고 노사합의했다는 것입니다. 2년 후인 2000년 초부터 100여 개가 넘는 현대차 울산공장 사내하청업체가 우후죽순처럼 생겨났고 교차로 같은 무료신문에도 모집광고를 낼 정도로 비정규직 노동자를 많이 모집했습니다.
저는 2000년 6월에 울산으로 내려와 7월 초에 하청업자가 먼저 손을 내밀어 들어가 일하게 됐습니다. 주야간이 힘들었지만 열심히 했습니다. 결혼하여 가정을 꾸리고 자녀가 생겼기에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마음 먹었었습니다. 저는 정규직이 휴가를 내면 '땜빵'도 하면서 노력을 많이 했었습니다. 당시 최저시급인 2100원 받고 일했습니다.
어느 달엔 580시간이나 했습니다. 10여 년간 그렇게 열심히 일해 주었는데 2010년 3월 공장합리화 공사라는 이유로 정리해고 당했습니다. 그때는 대법원에서 현대차 불법파견 판결나기 전이었습니다. 그래서 권고사직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2010년 7월 22일에서야 대법원에서 불법파견 판결이 났고 저는 9월경에야 그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억울해서 그냥 물러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다시 시작하고 있는 것입니다.
제 생각에 두 비정규직 노동자가 철탑에 오를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고립'이었습니다. 철탑농성은 '고립이 만든 투쟁'이라고 제 나름 이름을 붙였습니다.
지난 2010년에 대법원 1차 판결에서 '현대자동차는 불법파견 주식회사'라고 했고, '최병승은 이미 정규직'이라고 했습니다. 그럼에도 현대자동차는 항소한 뒤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지난 2012년 2월 23일 대법원에서 같은 내용으로 최종판결이 났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회사 측은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현대차 노조도 최병승씨를 '현대자동차 노동조합 조합원'으로 받아들이긴 했습니다. 하지만 올해 임단협 자리에서 '최병승 조합원을 조합원으로 인정한다'는 안건이 있었음에도 회사 측은 임금인상과 처우 개선 문제만 거론하고 끝내 버렸습니다. 그래서 최병승씨는 공중에 붕 뜬 상태가 되었습니다. 말로만 정규직 조합원이지 실제는 비정규직 노동자와 다를 바 없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현대차노조는 송전탑에서 멀찍히 떨어진 곳에 천막을 하나 쳐두었습니다. 비정규직 노동자가 머무는 곳 가까이에 천막을 치면 누가 뭐라나요? 왜 그렇게 멀찌감치 천막을 쳐두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