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경찰서 항의농성
변창기
"24일(수) 16시경 지회 사무실 옆에서 지회장 연행. 주간조 잔업거부후 동부서 집결!"
현대차 울산공장에서 비정규직으로 10년 다니다 정리해고된 지 2년 넘긴 저도 비정규직 노조원 입니다. 그러니까 2010년 3월 중순경 제가 다니던 일자리가 사라지면서 정리해고된 것입니다.
그런데 2010년 7월 22일 현대차 울산공장 다니다 노조활동을 이유로 해고된 비정규직 해고자 최병승 조합원이 대법원까지 간 소송에서 "최병승은 비정규직 노동자가 아니라 파견법 6조 3항에 의거 입사일로부터 2년이 지난 다음날부터 이미 정규직으로 봐야한다"는 취지의 판결이 났습니다.
저는 권고사직 당한 상태라 저에게도 법적용 가능성이 있을까요? 금속노조 고문 변호사가 비정규직 노조원을 상대로 집단소송 설명회 한다길래 가서 물어보니 "권고사직도 정리해고에 해당하고 당연히 부당해고에 해당한다"는 답변을 듣고 저도 불법파견 정규직화 투쟁에 적극 나서게 되었습니다.
10월 25일(목)로 9일째 되는 철탑농성. 대법 승소자 최병승 조합원과 천의봉 비정규직 노조 사무장이 9일 전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명촌문 쪽 한 철탑 20여미터 쯤 올라가 농성을 시작했습니다. 현대차가 불법파견 인정은 안하고 비정규직 노조를 고립시키는 행위만 하자 마지막 돌파구로 철탑농성을 시작한 거 같습니다. 철탑농성이 시작된후 비정규직 노조 쟁대위는 매일 오후 6시부터 철탑농성장에서 촛불문화제를 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저도 비정규직 노조 조합원 신분이지만 가정 생계를 위해 돈벌이를 해야 할 처지라 그곳에 24시간 있지 못하고 일용직 일 마치는 대로 퇴근하면서 가보곤 하고 있습니다. 24일 오후 일 마치고 철탑농성장으로 가려고 마음먹고 있었는데 오후 4시경 문자가 온 것입니다. 그래서 얼마 멀잖은 곳에 있는 동부경찰서로 바로 찾아갔습니다. 도착하니 이미 100여 명이 넘는 원청,하청 노동자들이 모여 연좌시위를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조만간 노사협상을 할 예정인데 노동조합 대표를 납치하고 연행해가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습니다."현대차노조도 함께 참석해서 발언을 하고 있었습니다. 현대차노조 간부들은 얼마쯤 같이 하다가 다른 일정이 있다며 모두 철수했고 비정규직 노조원 100여 명이 계속 동부경찰서 정문 앞에 앉아 농성을 했습니다. 비정규직 노조 위원장과 동행하다 경찰의 강제연행을 지켜보았던 노조간부가 이야기 했습니다.
"우리가 수출선적부 조합원 만나러 가는데 이미 사복형사들이 미행하고 있었습니다. 경비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수출선적부에서 1공장을 지나 노조 사무실 쪽으로 가고 있는데 갑자기 사복형사가 승용차를 몰고 나타나 가로막았습니다. 체포영장을 보여주며 '체포한다'고 했고 강제로 태워 갔습니다. 이건 분명코 회사와 경찰이 사전에 짜지 않으면 일어날수 없는 사건입니다. 3분도 안되어 납치연행되었습니다."또 다른 노조간부가 말을 이었습니다.
"법을 수호해야 할 경찰이 일개 재벌기업의 심부름꾼이 되어서 일하는 게 이해가 안됩니다. 우리 오늘 이자리에서 한가지만 확인하고 갑시다. 현대차에서 잡아가라 한건지 아니면 경찰이 현대차에 잡아 가겠다 한건지 그것 하나만 확인합시다. 노사관계에 경찰이 깊숙히 개입했다면 이는 묵과 할수 없는 중대 사건입니다."울산 동부경찰서 앞에 모인 비정규직 노동자는 18시 10분 쯤 경찰서장 면담을 요구했습니다. 그후 30분, 경찰간부가 나오더니 수사과장과 면담하면 안되겠냐고 하는것을 엿들었습니다. 비정규직 노조 대표단은 경찰서장 면담을 재차 요구했습니다. 문은 닫혔고 그 앞으로 젊은 의경들이 중무장 한 채 방패를 앞세우고 문을 막고있었습니다. 경찰서 건물 3층에선 한사람이 우리쪽으로 고성능 사진기로 사진을 찍고 있었습니다. 40분경 12명이 면담에 참여하려 했으나 경찰쪽에서 6명으로 줄이자는 제안을 받아들여 6명이 경찰서장과 면담을 하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