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조년은 경북 성주에 유배를 와 있을 때 <다정가>를 노래했다. 사진은 그의 아버지 이장경 등 이씨 집안 유명 인물들의 영정이 보관되어 있는 경북 성주 <안산영정>에 있는 이조년의 초상이다. 물론 작품의 일부만 촬영되었기 때문에 전체 그림과는 느낌, 구도 등이 다르다.
정만진
<다정가>로 알려진 이조년(李兆年, 1269∼1343)의 노래다. 여기서 '시조'라 하지 않고 '노래'라 하는 것은 당시 사람들과 지금 사람들이 서로 다른 눈으로 시조를 보기 때문이다. 현대시조는 곡조가 없는 '문학'이지만 고려와 조선 시대의 고시조는 곡조와 가사를 두루 지닌 '노래'였다.
우리나라 시조의 대표작 중 하나 <다정가><다정가>는 고등학교 국어 교과서에 실려 있었기 때문만이 아니라 작품 자체가 지닌 수준에 힘입어 '국민 시조'의 반열에 올랐다. 이화, 월백, 은한, 삼경, 일지춘심, 자규, 다정, 병, 잠 못 들어 하노라…… 시어만으로도 너무나 아름다우니 더 이상 내용은 따져서 왈가왈부할 여지도 없다.
이조년은 이장경의 5남이다. 백년(百年), 천년(千年), 만년(萬年), 억년(億年)이 그의 네 형이다. 재미있는 작명법이다. 그런데 형제의 이름만 재미있는 데 그치지 않고 이씨 집안은 전체가 살아가는 재미에 푹 빠져 지냈다. 조년을 포함하여 다섯 형제가 모두 과거에 합격하여 가문의 이름이 나라 안에 펄펄 날게 되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