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넬 웨스트 교수
안희경
코넬 웨스트 교수. 그는 미국의 대표적인 인문학자이자 가장 대중적인 사회민주주의자다. 그가 하버드 종신교수를 그만두게 되었을 때, 미국 전역뿐만 아니라 서구 지식사회가 들썩였다. 2000년 클린턴 정부 당시 재무장관이었던 로렌스 서머스가 하버드 총장으로 부임하고, 대외 활동에 전력하는 스타 교수를 묵인할 수 없다는 이유로 코넬을 공격했다. 학계에서는 대학에 불어온 신자유주의 논리라는 비난이 일었고, 프린스턴 대학에서 코넬을 초빙해갔다. 학자로서뿐만 아니라 정치적으로도 중심에서 여론을 만들어 온 코넬 웨스트 교수는 지금도 방송, 집회, 저술 활동 등을 활발히 펼치고 있다.
미국의 인권 운동세력에게 큰 영향력을 미치는 신학자인 코넬 웨스트를 빼놓고는 <깨어나자 2012> 인터뷰 시리즈를 완성할 수 없다는 생각에 지난 봄부터 그에게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그 당시 코넬은 다시 (대학에서) 자리를 옮기는 과정이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겨울, 유니언 신학대의 정현경 교수에게서 코넬이 유니언 신학대로 돌아온다는 말을 들었기에, 자리를 옮기는 시기라서 섭외가 힘들 것은 예상했다.
그 가운데, 종교와 과학, 종교와 환경 등이 부닥치는 일련의 사건들이 일어나고, 한국의 현실이 주의·주장뿐만 아니라 종교를 통해서도 더 갈라지기에 이를 벗어나고자 코넬에게 다시 연락을 시도했다. 또한, 한국의 기독교를, 해방 이후 정부의 정통성을 세우고 개발 정부의 이데올로기를 합리화시켜 주는 방향으로 끌고가려는 일부의 왜곡된 해석이 있는 듯하여 더욱 코넬을 만나려고 했다.
코넬이 뉴욕 유니언 신학대학으로 오게 됐다는 발표가 나자, <뉴욕타임스>는 장황한 환영 기사를 실었다. 그 기사 제목은 "코넬이 돌아온다"였다. 그는 종교와 사상을 넘어, 르네상스와 현대 힙합을 아우르는 거리의 철학자다.
"진정한 선지적 기독교인이라면 불평등에 굴종해선 안 됩니다" - 논란이 있는 주제에 대해 질문하려고 합니다. 미국의 보수교회 지도자들이 (10월 9일) 주말에 무슬림에게 관대한 오바마의 낙선을 위해 기도를 한다고 해요. "세상에! 미친짓입니다. 기독교인인 제가 느끼는 보수 기독교의 표현들은 매우 강성입니다. 기독교 전통에 나오는 존경받는 선지적 기독교인이 되고자 한다면, 우리는 가장 먼저 교회를 소유하는 주류 교단에 대한 저항부터 해나가야 합니다."
- "미국 정부는 복음주의 기독교단의 후원을 받고, 이들 보주주의자의 압력이 다각적이고 막강하기에 중동에 포탄을 떨어뜨리는 것이며, 결국 이는 종교적 파워게임이다"라는 말이 떠돕니다. 최근 대통령선거 열기 속에서는 몰몬교도인 롬니와 가톨릭 신자인 부통령 후보 라이언이 차라리 무슬림인 오바마보다 낫다는 말도 기독교인들에게서 나온다고 합니다. 오바마의 아버지가 이슬람교도이고, 또 오바마가 끼고 있는 반지의 의미가 신을 부정하는 글귀라는 루머까지 있습니다. "아닙니다. 오바마가 이슬람교인이라는 말은 사실이 아니에요. 반면에, 민주당이 특정 보수들을 두려워하는 것은 의심할 여지없는 사실이구요. 그들은 뿌리깊은 보수인 <폭스 뉴스>와 텔레비전, 라디오 진행자들에 대한 두려움이 있죠. 정치 평론가이자 방송인인 러쉬 림보같은 이의 눈치를 봅니다.
항상 우익이 무엇을 말하고 있는가를 귀 기울이는데, 저는 이런 태도는 옳지 않다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에서 점점 더 벗어나도록 기준을 만들어 주기 때문입니다. 만약에 그들이 '민주당의 국가방위 능력이 약하다, 이라크에 폭탄을 투하해야 한다'라고 말하면, 즉시 따라합니다. 왜냐하면, 강하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어지니까요. 그러면, 우파 방송에서는 또 다음 비판을 해요. 그들은 결코 민주당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죠.
정치인들은 자신이 믿는 것, 자신의 신념을 흔쾌히 말해야만 합니다. 하지만, 민주당은 그렇게 하지 않을 거예요. 그들은 선거를 염두에 두고 있고, 방송 진행자들의 영향력을 신경쓰니까요. 그러나 만약에 그대가 정치력 있는 정치가라면, 비록 인기 없는 신념일지라도 입장을 밝혀야 합니다. 요즘에는 보기 드문 일이죠. 한국에서도 드문 일일 테구요. 우리 지도자들의 가장 깊은 곳에서 울려나오는 신념은 무엇일까요? 여론 조사원들이 그들에게 말해주는 것 말고 말입니다.
내 영감의 일부 원천은 선지적 기독교인으로부터 왔습니다. 이들은 불평등에 굴종하지 않았고, 현재의 상태로 타협해 들어가지 않았어요. 다른 사람을 사랑하고, 고난받는 이들을 사랑하고, 현 상태에 대항해 세상을 이끌었습니다. 한국에도 선지자적인 기독교인들의 올바른 역할이 매우 중요합니다."
- 한국의 보수 기독교도 굉장히 강한 관점을 갖고 있어요. 특히 5월에는 창조론자들의 요구로 한국 과학교과서에서 진화론을 설명하는 시조새 등이 삭제된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파문이 커졌습니다. "와우~ 그건 과학 자체를 거부하는 반(反)과학입니다. 그러면, 다음 단계에는 지구가 평평하다고 할 건가요? 우리 눈에는 그렇게 보이잖아요. 그런 그들도 휴대폰을 쓰며 과학 속에서 살고 있습니다. 그런 주장에는 보다 복잡한 함의가 있는 겁니다. 거기에는 깊은 두려움이 있어요."
"자연을 '나와 그 물건'이라는 주종 관계로 맺어온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