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9일 경기도 평택을 출발한 2012 생명평화대행진. 지난 5일 제주도를 출발해 오는 11월 3일 서울광장에 도착할 예정이다.
생명평화대행진
사진작가들은 자기 몸이 공감하는 장소에 가면 그곳에 있는 생물·무생물들이 말을 걸어온다고 한다. 비단, 사진작가들만 그렇게 느낄까? 아닐 것이다. 우리 몸이 기억하는 그곳에 가면 우리 역시 감응하고 반응한다. 그곳이 바로 '거리'이다. 거리에서 외침과 몸짓, 거리에서 풍찬노숙, 거리에서 연행과 체포 등 그 많은 기억 가운데 나의 뇌리에 또렷하게 각인되는 영상 하나, 거리에서 '행진'이다.
여기, 거리의 순례자들이 있다. 강정에서 서울까지 무려 몇천 킬로미터에 이르는 길을 걸어서 배를 타고 버스로 이동하면서 한반도 곳곳에 남겨진 상처를 보듬는 이들이 있다. 삶의 터전에서 쫓겨나고 차별받는 사람들, 붕괴된 공동체, 파괴된 자연을 만나고 시대의 질문에 답을 구하는 순례의 길을 떠난 사람들, 그래서 아래와 현장의 목소리를 모으는 이들 '2012 생명평화대행진'. 이들이 이번 주부터 안산·인천·부천을 거쳐 11월 3일 드디어 서울로 입성한다.
그동안 순례의 길은 이명박 정부가 훼손시킨 상처받은 생명과 만남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전쟁기지를 막고 평화의 섬을 만들기 위해 싸우는 주민들, 복직을 위해 투쟁하는 노동자들, 송전탑 증설 반대에 나선 할머니들과 만나면서 저항의 공감을 만들고 함께 살아 내보자는 다짐을 모았다. 지금 이 땅에서 흐느끼고 있는 생명과 연대하는 것은 우리가 쫓겨나고 있고 해고당하고 있으며 죽어가고 있음을 방증한다.
그래서 가진 것이 없는 사람들의 행진은 존재 그 자체를 드러내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존재자체가 느끼는 생명과 평화에 대한 위협이 있기에 우리는 걷는다. 우리의 하늘을 지키고자 묵묵히 자기 몸을 들여 내어 걷고 또 걷는다. 아래로부터 힘이 지금 당장은 세상을 움직일 수 없더라도 분명 사람답게 살고자 하는 주춧돌을 놓기에 우리는 걷는다.
그동안 순례는 결코 순탄치 않았다. 거리에서 시시각각 변하는 궂은 날씨를 감내해야 하고, 가슴 아프지만 외면할 수 없는 현실을 직시해야 하며, 몸과 마음에 쌓인 피로감도 무시할 수 없다. 그렇지만 이렇게 내딛는 한 발 한 발이 저항과 다짐으로 모여 우리가 원하는 세상에 대한 밑그림으로 드러날 수 있는 희망이 있었기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지금 대선을 앞두고 정치의 계절을 맞이했다. 대선주자들은 표심을 얻기 위해 전국 방방곡곡을 뛰어다니지만, 정작 가장 아픈 사람들의 존재는 외면하고 있다. 정말 이들에게만 정치를 맡길 것인가? 우리가 행진함으로써 그 정치의 시작을 선언하면 어떨까?
인권은 권리가 있어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인권을 침해받은 생명이 있기에 존재하는 것이다. 내쫓김, 해고, 죽음을 막기 위해 우리 걷자. 우리도 사람답게 살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주고 드러내자. 우리가 염원하는 모두의 하늘이 우리의 발로 땅에 닿을 수 있도록 걷고 또 걷자. 11월 3일 오전 9시 30분부터 여의도에서 2012년 생명평화대행진 서울 일정이 시작된다. 함께 걷자! 함께 살자! 그리고 다같이 깨어 일어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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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탄치 않은 순례... 이들이 이제 서울로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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