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 공소 회장님이 키우는 '공소 지킴이', 공지. 강정마을에서 태어나 강정마을에서 살아갈 강아지. 누구를 만나며 자라든, 무슨 일을 겪으며 자라든, 이 마을에서 평생을 행복하게 살아가길 바란다.
조성봉
10월 중순서부터 강정마을에는 해군기지 건설지에 케이슨(바다에 항을 만들기 위해 사용하는 것으로 강정에서 제작하는 케이슨은 3000톤 급) 제작소가 완공돼 조만간 해군기지 사업단 내에서 24시간 레미콘을 들여 공사를 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돌았다. 누군가는 '전운이 감도는 강정마을'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24시간 공사에 대해 마을 주민과 활동가가 선택할 수 있는 대응책은 많지 않다. 몇 안 되는 사람들은 주야 혹은 철야로 공사장 정문 앞으로 모이자는 의견을 냈다. 무모하지만 다른 방법이 없었다.
지난 10월 25일 오전 7시. 늘 그래왔듯이 10명 남짓의 사람들이 해군기지 사업단과 공사장 정문으로 왔다. 평소와는 달리 이미 경찰들이 배치돼 있었다. 갓길 너머 도로에는 경찰차들이 주차돼 있었고, 사업단과 공사장 각 정문에는 방패를 든 경찰 6명이 일렬로 서 있었다.
안면을 튼 한 경찰관이 "오늘은 좀 더 심할 것"이라며 "몸조심하라"고 조용히 귀띔해줬다. 속상한 마음에 "아저씨는 그때 절 도와주실 수 있느냐"고 쏘아붙이고선 돌아섰다. 두려운 마음이 들었다. 다행이라고 표현해도 좋을지 모르겠지만... 여느 때와 같이 사람들은 각 정문 앞에 앉았고 잠시 레미콘 차량의 출입이 멈췄다. 그러나 강정천을 둘러싼 기동대 버스들을 보며 불안한 마음은 계속됐다.
오전 8시 40분. 교통경찰관의 호루라기 소리와 함께 이곳저곳에서 경찰들이 쏟아져 나왔다. 다 어디에 있었을까 싶은 경찰들이 강정천 다리를 형광색으로 채웠다. 곧이어 서귀포 경찰서 구슬환 경비과장의 고착 명령이 떨어졌다. 수백 명의 경찰 앞에 앉은 사람은 10명 남짓. 의자에 앉은 이들은 의자 채 들리고 팔짱을 끼고 바닥에 앉은 이들은 뜯겨서 옮겨진다. 30분에 한 번씩. 때로는 1시간 간격으로 호루라기 소리가 울리고 경찰들의 고착에 이어 레미콘 차량이 들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