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호창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 캠프 공동선대본부장이 31일 오전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 중 "단일화의 방법도 고려해야겠지만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단일화를 왜 하려고 하는지 무엇을 개혁하려고 하는지 그 내용을 단일화 하는 게 훨씬 중요하다"며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국민과 함께한 '단일화의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안되게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유성호
"노무현-정몽준 단일화는 결국 투표 전날 깨졌다. 왜 그랬을까. 정치기교로 유불리만 따져서 그렇다. 단일화로 어떤 개혁을 이룰지 정치적 합의가 안 돼서 그렇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단순히 후보 단일화의 시점과 방식에 초점을 맞춰선 안 된다. 단일화를 하려면 제대로 해야 한다. 내용적으로 '돌이킬 수 없는 단일화'가 돼야 한다. 완전히 화학적 결합을 해서, 누가 대통령이 되든 '단일화의 약속'은 꼭 지킬 수밖에 없도록 만들어야 한다. 이건 둘만 해서도 안 된다. 반드시 집권여당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도 함께해야 한다." 단일화 블랙홀. 최근 여의도 정가에서 자주 나오는 푸념이다. 그 어떤 이슈도 단일화 앞에 나서지 못한다는 것이다. 대선 D-48일, 국민적 관심이 야권단일화에 쏠려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무소속 안철수캠프의 송호창 공동선대본부장도 단일화 이슈를 피해갈 수는 없었다. 다만, 어떤 단일화를 해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목소리를 높여 강조했다.
송 본부장은 시월의 마지막 날인 지난달 31일 서울 공평동의 한 찻집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났다. 지난 9일 민주당을 탈당한 뒤 1시간여 언론과 나눈 첫번째 인터뷰였다. 지난 4월 총선에서 민주당의 전략공천을 받아 과천의왕에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지 불과 6개월도 채 안돼 탈당했다며 온갖 비판을 받았다. 그에게 가장 궁금한 건 '왜 안철수였나'였다.
"이번 대선은 과거 경험했던 5년 전, 10년 전의 선거와 본질적으로 다르다. 그 중심엔 국민들의 생각이 있다. 시대정신이다. 예전에는 정권교체만으로 해소됐다. 그런데 이번에는 정권교체 뿐 아니라 과거의 정치체제 자체를 완전히 바꿔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정치의 새로운 틀을 짜고 과거와는 전혀 다른 방식의 정치를 하라고 주문한다. 만약 이번에 안 후보를 통해 새 정치개혁을 이뤄내지 못하면 5년 후에는 훨씬 더 큰 국민적 저항에 부딪힐 것이다. 더이상은 국민들이 이런 낡은 정치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훨씬 더 많은 사회적 비용을 치러야 할지 모른다. 이번 대선이 중요한 이유다."그는 정치생명을 걸었다고 했다. 이번 대선에서 실패한 뒤 재선, 3선 국회의원 노릇을 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읊조렸다. 안철수 후보도 목숨을 걸었다고 했다. 대한민국의 주류 50년 보수정치의 벽을 넘을, 가까운 장래에 다시 오지 않을 기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런데 한가하게 '단일화 셈법'을 내세워 국민적 열망을 폄훼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단일화의 방법도 고려해야겠지만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단일화를 왜 하려고 하는지 무엇을 개혁하려고 하는지 그 내용을 단일화 하는 게 훨씬 중요하다"며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국민과 함께한 '단일화의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안되게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박근혜 후보는 진짜 세다"며 "이기는 단일화 방법을 모색해야 하는데 민주당에서 자꾸 조직력으로만 이기려고 한다면 진정한 가치공유의 단일화는 아니기 때문에 굉장히 잘못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송 본부장은 "부정부패와 과거 판결 부정 등 온갖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해도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의 지지율에는 변동이 없다"며 "이런 상황이라면, 야권의 아무리 사소한 힘이라도 다 모으지 않으면 안 된다, 전부 끌어 모아도 박 후보를 겨우 1% 이길 것이다, 새누리당 정권의 재집권에 반대하는 모든 세력이 힘을 합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근 민주당 고위관계자들의 입을 통해 나온 '결국 기호 2번 달고 뛸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에 대해서도 그는 "정치혁신에 대한 국민의 기대와 열망은 저버리고 결국 조직 안으로 들어와라, 게임이론 안으로 들어와라, 만약 이게 민주당의 전략이라면 정말 불행한 것"이라며 "진짜 이기는 단일화를 만든다면 번호가 중요한 게 아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기호 10번이었다"고 맞섰다.
무엇보다 송 본부장은 "이번 대선, 박근혜 후보와 박빙의 싸움이 될 가능성이 높다"며 "둘이 합하면 박 후보를 이기니 안심하자? 그럴 때 아니다, 잘못하면 4.11 총선의 재판이 될 수 있다, 이번 대선을 계속 구도의 문제로 갖고 가면 결국 야권은 새누리당의 트랩에 걸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음은 송호창 본부장과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정치체제 바꾸는 데 내 정치 생명을 던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