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념있는 스타 강사' 최진기 JK COMMERCE 대표
오마이스쿨
때때로 인문학은 현실문제와 동떨어진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칼 마르크스는 140년 전 영국의 노동현실을 바라보며 <자본론>을 썼고, 칼 포퍼는 1930년대 전체주의의 광풍을 비판하려 <열린사회와 그 적들>을 내놓았다. 인문학의 출발과 끝은 현실문제다.
"역사는 아무것도 행하지 않고, 막대한 부도 갖지 못했으며, 어떤 전투도 하지 않는다. 모든 일을 하고, 소유하고, 싸우는 것은 오히려 인간, 실제로 살아 있는 인간이다."자주 인용되는 칼 마르크스의 말이다. 여기서 '역사'라는 단어를 '인문학'으로 바꾸어도 괜찮을 듯싶다. 모든 학문은 살아있는 인간, 즉 현실문제에 대응해야 한다는 의미다. 다시 강조하지만, 그 주체가 인간이기에 인문학은 현실문제와 동떨어질 수 없다.
예를 들어 2008년 광우병 촛불 시위를 통해 하버마스의 '공론장' 이론을 좀더 살펴볼까요? (줄임) 하버마스는 이 촛불시위에 대해 매우 긍정적인 입장을 표했을 것입니다. 일단 촛불시위는 안전한 삶이라는 '공통의 사회적 목표'를 가지고 모인 사람들이 누구든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표출할 수 있는 '공론장'이 형성된 것입니다. (줄임) 정부정책을 실질적으로 바꾸지 못했더라도, 권위적인 권력에 도덕적 문제제기를 했으며, 시민들이 정치, 사회 면에서 민주적 참여를 통해 '저항'을 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는 것이죠. - 51쪽막스 베버가 오늘날 우리의 자본주의 사회를 본다면, 아마 '천민 자본주의'라고 신랄하게 비판했을 것입니다. 천민 자본주의란 근대 자본주의와 구분되는, 근대 이전의 비합리적 자본주의를 가리키는 말인데, 베버가 처음으로 사용했습니다. (줄임) 부동산 투기, 정경유착, 빈부격차 등…. 노동과 직업에 대한 소명의식 없이 욕심으로 가득 찬 부에 대한 집착, 그에게 오늘날 우리의 자본주의는 매우 천한 것으로 보였을 것입니다. - 221쪽책은 매 꼭지마다 현실문제에서 인문학의 역할도 고민한다. 촛불시위는 위르겐 하버마스의 '공론장' 이론이, 천민 자본주의는 막스 베버의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으로 고리를 맺는 방식이다. 단순히 현상으로 그치지 않고, 그 현상을 바라보는 유효한 해석도구이자 관점으로 기능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저자는 인문학을 '인간을 정말 인간답게 만드는 학문'이라고 설명한다. 세상과 사람을 둘러싸고 일어나는 일들을 통합적·유기적으로 보고, 그 이면을 꿰뚫어 볼 수 있는 안목이라는 것이다. 앞선 과정은 인문학이 살아있는 학문으로서, 독자들에게 다가서게 만든다. 인문학은 '상아탑 철학'이 아니라,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사유임을 확인시키는 것이다. '지금, 이곳'에서 인문학의 가치는 그렇게 새로워진다.
각박해진 사회, 인문학이 필요할 때흔한 말이지만, 점점 세상이 각박해진다고들 말한다. '힐링'이 우리시대를 관통하는 열쇳말 중 하나로 자리 잡은 이유도, 거기에 있을 것이다. 지난 9월에 실시된 한국정책방송(KTV)의 여론조사는 이러한 분위기를 분명하게 드러낸다. 응답자의 절반가량이 '각박해진 사회 때문에 힐링이 필요하다'고 답변했다.
우리사회의 논리 중심에 '인간'이 없어서 발생한 결과다. 철저하게 자본, 경쟁 따위의 논리가 만연하면서, 인간의 배제는 필연적일 수밖에 없다. 구성원의 대다수가 정신적인 치유를 원하는 사회, 우리가 직면한 현실이다.
그래서 인문학이 필요하다. 책은 강의를 시작하며 "언제 어디서나 너와 다른 사람을 결코 수단이 아닌 목적으로 대우하라"는 칸트의 말을 소개한다. 저자가 인문학 강의를 통해서, 독자들에게 전달하고픈 메시지도 이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학문'인 인문학이, 우리 사회의 논리에서 인간회복의 발판을 마련하리라는 기대다.
서평을 쓰다가, 아주 막연하게, 이 책을 대통령에게 선물하고 싶다는 엉뚱한 생각을 했다. 지난 5년 동안 우리 사회가 각박해지는 데 그의 역할이 작지 않다고 여기기 때문일 것이다. 비인간적인 신자유주의가 아니라 인문학을 바탕으로 한 정치를 보고픈 소망도 있다. 물론, 안타깝지만 그에게는 때가 늦었다. 그러나 우리들에게는 아직 기회가 많이 남았을 것이다. 인문학을 통해서 더 나은 우리 사회를 고민해보자. <인문의 바다에 빠져라>를 그 첫걸음으로 삼아도 좋겠다.
인문의 바다에 빠져라
최진기 지음,
스마트북스,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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