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롬니가 <뉴욕타임스>에 썼던 2008년 칼럼.
뉴욕타임스
자정이 넘어서도 롬니 진영은 패배를 인정하지 않다가 현지시각으로 7일 오전 12시 40분 경 롬니가 오바마에게 전화를 걸어 축하를 했다는 속보가 흘러나왔다. 그리고 이어 곧 롬니는 보스톤에 있는 롬니 본부에서 패배 승인 연설을 했다.
무대에 오른 롬니는 아쉬운 표정으로 자신의 가족과 자원봉사자들에게 감사를 표시하는 것으로 연설을 시작했다. 그는 "민주당과 공화당 그리고 정부 모두가 국민들을 정치보다 앞에 두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대권에 도전한 것은 "미국인들을 염려했기 때문이며, 폴 라이언 부통령 후보자와 자신은 선거에 모든 것을 다 바쳤고 최선을 다했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지금은 미국에 거대한 시련이 닥친 시기이며, 나는 대통령이 이 나라를 성공적으로 이끌어가도록 기도하겠다"고 말하고 연설을 마쳤다.
불과 10분이 채 되지 않은 짧은 패배 승인 연설을 마친 후 롬니 가족과 폴 라이언 가족은 무대에서 지지자들에게 인사를 한 후 곧 무대 뒤로 사라졌다. 보스톤 롬니 본부에 모인 수백명의 지지자들도 매우 허망한 모습으로 뿔뿔히 흩어졌다.
오바마 "여러분 때문에 전진했다" 한편 8%에 육박하는 실업률, 4년 내내 하원을 장악한 공화당과의 갈등, 그리고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등장한 수퍼팩(Super PAC)의 막대한 물량 공세에도 재선에 성공한 오바마는 이날 오전 2시가 채 못된 시각에 시카고의 맥코믹플레이스에 등장했다.
스티비 원더의 "Signed, Sealed, Delivered I'm Yours"에 맞춰 오바마는 미셸 오바마와 두 명의 딸의 손을 잡고 무대로 나왔다.
이후 약 25분간 진행된 연설에서 오바마는 "오늘 밤, 완전한 하나가 되려는 우리의 임무가 앞으로 전진했다. 여러분 때문에 전진했다"며, 그의 재선의 모토였던 '전진'의 의미를 재확인했다.
오바마는 "오늘 밤 이 선거에서 미국인들은 우리의 길이 험했지만 스스로를 일으켜세워 다시 싸우러 갔다는 사실을 일깨워 주었다"며, "미국에 최고의 순간이 아직 오지 않았다는 것을, 우리는 마음 속으로 알고 있다"고 외쳤다.
그는 또한 롬니 가족이 이번 선거에서 열심히 싸워준 것에 깊은 감사를 표시하며 "존경과 감사의 박수를 보낸다"고 말했다. 그는 "정치적 유세라는 것이 때때로 하찮고 심지어 바보같이 보일 때가 있다는 것을 안다. 3억의 인구로 구성된 민주주의는 혼란스럽고 복잡할 수 있다"고 말하면서, "우리가 벌이는 언쟁이야 말로 우리 자유의 상징이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양당의 지도자들과 함께 미국에 산적한 문제를 풀어갈 것이라고 약속했다.
특히 오바마는 "민주주의에서 시민의 역할은 투표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며, "미국은 역경과 좌절을 뚫은 우리들에 의해서 만들어진 나라"라고 강조했다. 끝으로 그는 "우리는 개개인의 야심을 함친 것보다 더 위대하고, 붉은주와 푸른주를 합친 것보다 더 크다. 우리는 지금도 앞으로도 영원히 미국일 것이다"며 연설을 마쳤다.
"오바마 보다 빠르고 과감하게 정치 주도해야" 현재 미국의 정치적, 경제적 지형이 오바마의 재선에 결코 유리하지 않은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그는 선거 기간 내내 롬니보다 높은 당선 가능성을 보였다. 그리고 6일 출구 조사에서 미국의 유권자들은 "미국이 잘못된 방향으로 향하고 있다"고 대답하면서도 결국 오바마의 손을 들어주었다.
<뉴욕타임스>는 "이제는 거의 누구도 그가 워싱턴 문화를 본격적으로 바꿔줄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유권자들은 단지 그가 제대로 기능하기만을 바라는 것처럼 보인다"며 "지난 4년의 경험으로 오바마가 보다 노련해지고 덜 거창하고 덜 이상적이 됐을 것"이라고 적었다.
오바마는 올해가 끝나기 전에 하원을 장악한 공화당과 예산 문제 및 감세안을 놓고 씨름을 해야 할 상황이다. 오바마의 재선을 두고 한 쪽에서는 오바마가 보다 더 개혁적인 정책을 추진할 수 있다고 평가하기도 하지만, 다른 한 쪽에서는 미국인들은 여전히 공화당 주도의 하원을 유지시켜 주었다는 사실을 상기시키며 앞으로 그의 4년도 결코 순탄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빌 클린턴의 참모였던 패트릭 그리핀은 "만약 뭐라도 빨리 꺼내지 않으면, 더 빨리 도태될 것"이라며 "오바마가 첫 임기 때와는 달리 보다 빠르고 과감하게 정치를 주도해야 한다"고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