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오전 여의도 새누리당사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본부 회의에서 김무성 총괄선거대책본부장, 이주영 특보단장, 이정현 공보단장 등 참석자들이 "내꿈을 이루는 대통령, 국민대통합, 국민통합, 대통령은 박근혜" 구호를 외치고 있다.
권우성
새누리당 중앙선대위 사람들이 요즘 입고 다니는 단체복도 빨간 몸통에 소매가 하얀 야구점퍼다. '선대위가 전반적으로 젊어보이는 효과'를 노린 것이지만, 어쨌든 중앙선대위 구성원들이 당사에 모여 회의하는 모양은 영락없는 '새누리 야구단'이다.
앞서 언급한 당직자의 '대선도 야구처럼'이란 말 속에는 결승전에 선착한 삼성 라이온즈가 우승한 것처럼 박 후보가 최종승리자가 될 것을 희망하는 바람이 강하게 녹아있다. 또, 박 후보의 정치적 고향이 우승자 삼성 라이온즈의 연고지와 같은 대구라는 점도 작용하고 있다.
박 후보가 여론조사에서 1위 후보라는 점과 삼성 라이온즈가 정규리그 우승자로서 절대강자였다는 점도 유사하다. 박근혜 후보를 위해 선거판에서 뛰거나 지지하는 이라면 절대강자 삼성과 박 후보의 유사성에서 '대선도 야구처럼'이라는 희망을 품어봄 직하다.
롯데선수가 SK유니폼 입고 롯데팬이 SK 응원할 야권단일화그러나 '비유'의 허점은 비유물과 비유대상의 핵심 속성이 일치하지는 않는다는 점에 있다. 단일화 한 야권후보와 박근혜 후보가 맞붙게 되는 대선의 양상이 프로야구 한국시리즈와 구도가 비슷할진 몰라도, 핵심 속성 차이로 '대선도 야구처럼'은 성립하기 어렵다.
한국시리즈처럼 정규리그 뒤 열리는 토너먼트 경기는 원래부터 정규리그 1등에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2·3·4위팀이 격전을 벌이는 동안 1등과 나머지는 체력면에서 큰 차이를 보이게 된다. 그러나 대선판은 아니다. 박 후보는 이미 과거사 인식 논란으로 타격을 입었고, 중도층으로 표를 확장하는데 한계를 노출하기 시작했다.
문재인·안철수 후보는 그동안 정치쇄신안 등에 대한 이견차를 보이면서 단일화 주도권 다툼을 하기도 했지만 두 후보측 모두 주된 공세의 표적은 박근혜 후보였다. '투표시간 연장'과 '3자 TV토론' 요구에 양 후보가 같은 태도를 보인 것이 대표적인 예다.
결정적인 차이는, 단일화를 거치면서 후보는 한 사람만 남을지 몰라도 탈락 후보 쪽 조직과 일꾼들은 떨어져 나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마치 준결승에서 SK 와이번스에 패배한 롯데 자이언츠 선수들이 SK 와이번스에 합류, 두 팀의 '베스트 오브 베스트'들이 삼성 라이온즈에 맞서는 격이랄까.
단일화 뒤 일 대 일 여야 대결을 전제한 여론조사에서 나타나는 결과도 마찬가지다. 각 후보 지지자들도 일부를 제외하고는 원래 지지한 후보가 아니더라도 단일화 후보를 지지하겠다는 응답이다. 마치 롯데팬들이 한국시리즈 결승전에서 SK 와이번스 응원단에 합류할 태세를 갖춘 것 같은 모양새다.
라이온즈는 절대강자지만, 박근혜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