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바위 부처'를 100m 정도 앞둔 삼성각 경내에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 있다. 삼성각을 바라보며 기도도 하지만, 그보다는 점심을 주기 때문에 저렇게 줄이 길다고 보면 될 듯하다.
정만진
이윽고 산정, 인파에 짓눌려 갓바위 앞으로 갈 수가 없다. 석불 앞의 교실 한 칸 남짓해 보이는 뜰에 1000명도 넘을 성싶은 사람들이 정말 콩나물 시루처럼 들어차 있다. 모두들 방석 같은 것을 깔고 앉아서 108배를 하는 등 절을 하고 기도를 올리고 있기 때문에 그들 사이를 함부로 지나갈 수도 없다.
산 아래에서 예까지 올라오는 데 20여 분 걸렸는데, 5m 앞 석불까지 다가서는 데에는 그보다 더 많은 시간이 소모되었다. 그래도 어쩔 것인가. 사람들 사진도 찍어야 하고, 부처님도 촬영해야 한다. 기도를 올릴 일은 없지만, 사진 한 장도 안 찍고 그냥 하산해서야 '갓바위 부처'께도 그렇고, 이 많은 기도객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수능 대박' 기도를 들어주는 신도 있을까?그건 그렇고, 과연 부처님은 이들의 기도를 들어줄까? 사찰만이 아니라 천주교의 성당에도 개신교의 교회에도 '수능 기도' 현수막은 드물지 않게 걸려 있지만, 어느 신인들 '수능 대박 기도'를 들어주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부정 입시' 아닌가.
방법은 없다. 아니, 단 한 가지 있다. 우리 사회가 '대학 입시 결과에 따라 생애의 상당 부분이 결정되는 천박한 국격'을 뛰어넘는 수밖에 없다. 그런 날이 오면 이곳 갓바위를 찾는 사람들의 '소원'도 지금보다는 좀 더 '아름다운 내용'을 가지게 될 것이다.
그나저나 오늘까지는 '수능일에 볼 수 있는 대한민국 최고의 풍경'이 이곳 갓바위에 있다. 물론 그 함의가 부정적인 게 마음에 불편하기는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