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귀농운동본부 명함
김병기
박용범 사무처장은 명함부터 달랐다. 전국귀농운동본부 6명 활동가들의 이름과 전화번호, 이메일 주소를 빼곡하게 적었다. 앞장을 보니 큼지막한 글씨로 '국민 모두가 농부'라고 써 있다. 취지를 물어봤다.
"농사를 짓는 사람만 농부가 아니다. 농부들이 흘린 땀의 가치를 소중하게 생각하면서 책임감있게 먹는 것도 농사의 일부다. 도시에서 상추 하나를 키우는 사람도 농부다. 자연 생태의 소중함을 아는 사람은 모두 농부다." 박 사무처장의 말처럼 귀농운동본부는 '생태 귀농'을 중시한다. 몇만 평 규모의 대농보다 3000여 평 정도의 소농이 가장 바람직한 모델이라고 추천하기도 한다. 귀농운동본부 사무실 근처에는 소농 학교가 있기도 하다. 농사 초보생 학습장이다.
다음은 박 사무처장이 말하는 귀농자가 고려해야 할 5가지다.
1) 도심에서 월 400만 원을 벌었으니, 농촌에서 200만 원은 벌겠지?
천만에! 수익에 대한 기대는 버려라. 도시생활 청산하고 시골 내려가면 수입이 줄어드는 것은 당연지사. 하지만 더불어 지출도 줄어드니 수입이 반정도로 줄어도 생활이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이런 생각은 금물. 처음엔 수입이 없을 수도 있다. 배 굶으면서 절약할 생각을 하라.
2) 배산임수가 귀농하기 좋은 곳?
귀농희망자들은 배산임수를 희망하는 경향이 있다. 무주, 진안 등이 대표적인 곳이다. 그런데 산이 많은 곳은 땅이 비교적 험하다. 마을이 형성 안 된 곳도 많고 인적도 드문드문하다. 불편할 수 있다. 귀농지는 꼼꼼하게 따져봐야 한다.
3) 개량한복 입으면 왕따?
여러분이 생각하는 귀농자 복장은? 개량 한복 입고 수염 기르고, 큰 개 한마리 끌고 다니는 모습인가. 물론 괜찮다. 하지만 여기서 팁 한 가지. 처음 귀농해서는 개량한복보다 옷장에 넣어둔 오래된 점퍼를 꺼내 입으시라. 새마을운동 때나 썼음직한 모자 하나는 덤. 길 가다가 이웃 주민이 먼저 친구하자며 다가올 수도 있다.
4) '팔랑귀'를 버려라.
귀농하려다가 실패한 사람들은 대부분 '팔랑귀'다. 옆에서 잘 된다는 작목이 있으면 앞뒤보지 않고 투자를 한다거나, 겁 없이 덤빈다. 어떻게 보면 '욕심'이다. 겁없이 덤비지 마라. 그러다가 금방 쪽박 찬다.
5)농사만 고집하진 말자.
농촌으로가면 무조건 농사만 지어야 한다? 아니다. 자기가 가진 문화적 능력을 펼치는 사람도 있다. 대표적으로 '귀농가수'가 있다. '귀농인의 날' 등 우리 행사에도 초청된다. 또, 번역을 할 수도 있고, 학생들을 가르칠 수도 있다. 이런 능력을 지역공동체를 위해 사용하면 다양한 생태 공동체가 될 수 있다.
도시의 베이비붐 세대 66%가 농어촌 이주를 원한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있다. 최근 들어서 귀농·귀촌 인구가 늘고 있다. 지금도 숨 막히는 도심을 떠나서 하루 빨리 떠나고 싶은 열망을 갖고 있는 사람도 있다. 그런데 박 사무처장은 강조한다. 귀농은 도피처가 아니라고. 목가적인 삶이 아니라 자연을 벗삼아 지역공동체와 함께 새로운 삶을 살만한 자세가 된 사람들이 귀농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그의 외투 소매자락은 닳아서 너덜너덜했다. 흙먼지가 뽀얀 그의 트럭 안은 농촌에서 본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가 건넨 명함에서도 여럿이 함께하고 있다는 온기가 전해졌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댓글
오마이뉴스 장지혜 기자 입니다. 세상의 바람에 흔들리기보다는 세상으로 바람을 날려보내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환경과 사람에 관심이 많은 오마이뉴스 기자입니다. 10만인클럽에 가입해서 응원해주세요^^ http://omn.kr/acj7
공유하기
귀농초보 월수입 최대 50만원...그래도 할래?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