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이명박·박근혜, 김재철 비호하지 말라"

MBC 노조 방문, 김 사장 퇴임 입장 표명... "박근혜, 외압 밝혀야" 공개질의

등록 2012.11.09 13:57수정 2012.11.09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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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가 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문화방송(MBC)를 방문, 로비에서 김재철 사장 해임 촉구를 위한 농성을 벌이고 있는 노조원들을 만나 격려한 뒤 밖으로 나오고 있다.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가 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문화방송(MBC)를 방문, 로비에서 김재철 사장 해임 촉구를 위한 농성을 벌이고 있는 노조원들을 만나 격려한 뒤 밖으로 나오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는 9일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후보는 더 이상 김재철 (MBC)사장을 비호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의 김재철 사장 해임결의안 부결 과정에 청와대와 박근혜 캠프의 외압이 있었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을 두고 한 말이다. 안 후보는 이날 오전 서울 영등포구 MBC 본사 1층에 마련된 MBC 노조의 농성현장을 방문해 "김재철 사장은 물러나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안철수 후보 캠프도 이날 청와대와 박근혜 후보의 '김재철 사장 유임 외압설'에 대해 대대적인 공세에 나섰다. 송호창 공동선대본부장은 브리핑을 통해 "대선 주자들이 공동으로 김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고 조속히 MBC를 정상화할 것을 제안한다"면서 김 사장의 해임안을 부결시킨 것과 관련, 박근혜 후보에 대한 공개 질의를 발표했다.

앞서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 쪽도 박 후보를 향해 날을 세우면서 MBC 사태가 대선의 핵심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진성준 대변인은 "방송장악, 언론통제, 기자감금 이러한 일련의 사태는 박근혜 후보가 '여자 이명박'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들게 한다"고 비판했다. 지난 6일 단독 회동에서 합의한 투표시간 연장 캠페인에 이어 MBC 사태를 두고 두 후보가 박근혜 후보를 협공하기 위해 다시 한 번 손을 잡는 모양새다.

MBC 노조 농성장 찾은 안철수 "김재철 사장은 물러나야"

9일 오전 11시 20분경 서울 여의도 MBC 본사 1층 로비. 텐트 옆으로 "국민의 품으로 돌아가겠습니다" 등의 플래카드가 걸려있고, 정영하 위원장 등 노조 간부들이 로비 바닥에 4~5cm 두께의 스티로폼을 깔고 일렬로 앉아 있다.

잠시 후 로비로 들어서는 안철수 후보의 모습이 보이자, 노조 간부들이 모두 일어나서 안 후보를 맞았다. 안 후보는 간부들과 일일이 악수를 하면서 "수고하십니다, 고생 많으십니다" 등의 인사를 나눴다.

안 후보의 MBC 노조 방문은 이날 오전 전격적으로 결정됐다. MBC 노조는 12일째 '김재철 해임 촉구를 위한 철야농성'을 벌이고 있다. 앞서 이재훈 민주방송실천위원회(민실위) 간사는 안 후보를 취재하기 위해 미리 도착한 기자들에게 "원래 노조에서 기자회견을 한다고 하면 회사 쪽에서 기자들을 들여보내지 않고 다 막았는데, 오늘은 안철수 후보가 온다고 하니까 차마 그렇게는 못한 것 같다"며 씁쓸하게 웃었다.


정영하 위원장은 안 후보에게 "어제 김재철 사장 해임안이 부결됐다고 해서 끝날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올해 대선 등이 있는 해인데, MBC가 불편부당하게 방송을 잘 하고 있다는 평가를 못 받고 있다"며 "최대한 공정방송을 해야 하지만, 김재철 사장 하에서는 참 힘들다"고 토로했다.

안 후보도 "김재철 사장은 물러나야 한다"며 "그리고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후보도 더 이상 김재철 사장을 비호하면 안 된다"고 강한 어조로 호응했다.


이어 이용마 홍보국장이 "(안철수 후보 쪽에서는) 청문회와 국정조사를 요구한 걸로 알고 있는데, 더 세게 요구해서 관철을 시켜달라"고 주문하자, 옆에 있던 정 위원장도 "일단 (안 후보도) 편파보도의 피해자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지난달 MBC가 보도한 안 후보의 '서울대 논문 표절 의혹' 보도를 두고 한 말이다.

정 위원장이 "(표절 보도 때문에 MBC에 대해) 선거방송심의위에서 경고를 내렸다"고 말하자, 안 후보는 "방송사로 받을 수 있는 가장 큰 벌 중 하나 아니냐"고 반겼다. 정 위원장도 "대선후보 상대로 한 검증 보도에서 경고를 받는다는 건 전례를 찾기가 힘들다"고 거들었다.

그러자 안 후보는 웃으면서 "결국 권력이 언론을 이렇게 만든 건 단기간 성공할 수 있겠지만 국민들의 준엄한 평가를 받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 후보는 "대통령이 되면 (MBC 사태를) 정리해줄 것이냐"는 이용마 홍보국장의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박근혜, 김재철 공동 해임 촉구에 동참할 의향 있나?"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가 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문화방송(MBC)를 방문, 로비에서 김재철 사장 해임 촉구를 위한 농성을 벌이고 있는 노조원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가 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문화방송(MBC)를 방문, 로비에서 김재철 사장 해임 촉구를 위한 농성을 벌이고 있는 노조원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가 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문화방송(MBC)를 방문, 로비에서 김재철 사장 해임 촉구를 위한 농성을 벌이고 있는 노조원들을 격려하고 있다.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가 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문화방송(MBC)를 방문, 로비에서 김재철 사장 해임 촉구를 위한 농성을 벌이고 있는 노조원들을 격려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안철수 후보의 MBC 노조 농성현장 방문에 앞서 캠프에서도 김재철 사장 유임 외압설과 관련해 박근혜 후보에 대한 공개질의를 발표하는 등 이번 사태를 대선 쟁점화 했다. 송호창 본부장은 "김재철 사장의 해임안을 방문진이 부결시킨 것은 누가 보더라도 MBC에 재갈을 물리고 불공정 보도를 통해 특정후보를 지원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하금렬 청와대 대통령실장과 새누리당 선대위의 김무성 총괄본부장이 (김재철 유임과 관련) 방문진 이사에게 전화를 걸었다는 증언이 나왔다"며 "국민적 지탄을 받고 있는 김재철 사장의 비호 세력이 누구인지 스스로 밝히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후보는 민주주의에 대한 최소한의 인식이라도 있는지 의심이 든다"며 "방송을 권력의 전리품으로 여기고 방송으로 선거에서 득을 얻으려는 낡은 정치 행태를 더 이상 지켜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송 본부장은 그러면서 "박근혜 후보는 김재철 사장의 유임이 옳은 결정이라고 생각하는지, 본인의 소신을 분명히 밝히라"고 공개 질의했다. 그는 또 외압설과 관련 "김재철 사장 유임에 김무성 본부장과 박 후보가 사전에 어떤 협의를 했는지, 또 보고를 받았는지 밝혀야 한다"고 압박했다.

송 본부장은 이어 "박근혜 후보만 동참하면 김재철 사장도 더 이상 국민을 우롱하며 버티지 못할 것"이라며 "대선 주자들의 김재철 공동 해임 촉구에 동참할 의향이 있느냐"고 물었다.

특히 이날 안철수 후보 캠프는 '공영방송의 공공성 강화와 정치적 독립 보장' 등을 골자로 한 방송통신 분야 정책을 발표했다. 공영방송 이사는 국회의 합의적 추천으로 구성하고, 사장은 객관적이고 공정한 '사장후보추천위원회'를 구성해 선출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공영방송의 뉴스 및 시사프로그램 등의 편집권 독립을 명시화하는 한편 공영방송 법 조항을 정비해 공영방송의 공공성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문재인 후보 쪽에서도 안 후보 쪽의 공세에 보조를 맞추고 있다. "박근혜 후보가 김 사장 해임안과 관련해 김무성 본부장으로부터 보고받은 적이 있는지 대답해야 한다"는 것이다. 진성준 대변인은 "김재철 사장의 해임안이 부결된 것은 MBC를 이명박 방송에서 박근혜 방송으로 탈바꿈 시키려는 이명박-박근혜 공동기획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진 대변인은 이어 "박근혜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우리 언론은, 우리 국민의 말할 자유는 유신시대 암흑기로 돌아가고 말 것"이라며 "아울러 김재철 사장이 일말의 양심이라도 있다면 지금 즉각 사퇴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새누리당 "'묻지마 단일화' 이어 '묻지마 폭로'"

한편 양문석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은 지난 8일 오전 방통위 기자실에서 한 사퇴 기자회견에서 방문진 여당 추천 이사들이 청와대와 박근혜 후보 선대위 고위 관계자에게 전화를 받은 뒤 입장을 바꿨다고 주장했다. 하금렬 대통령실장과 김무성 총괄본부장이 김충일 방문진 이사에게 전화를 걸어 "김재철을 지켜라"고 했다는 것이다. 앞서 방문진 이사회는 이날 오전 김재철 사장에 대한 해임결의안을 상정했지만, 이사 9명 가운데 3명만 찬성했을 뿐 5명이 반대하고 1명이 기권해 결국 부결됐다.

새누리당은 양문석 방통위원의 폭로에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최수영 중앙선대위 수석부대변인이 이날 논평을 낸 게 유일한데, 최 수석부대변인은 "양문석 방통위원은 민주당이 추천한 인사가 아니냐"며 "민주당의 '묻지마 단일화'에 이어 '묻지마 폭로'로 이번 대선을 정책 검증없이 진흙탕 싸움으로 이끌어가겠다는 속셈을 국민들은 준엄하게 심판할 것"이라고 역공을 폈다.

최 수석부대변인은 "(양문석 방통위원의 폭로에 이어) 국회 문방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까지 나서서 비난을 퍼붓는 것은 '야권후보의 정치 공학적 단일화'에 대한 국민적 비판을 물타기 하려는 신종 수법"이라며 "김무성 총괄본부장은 'MBC와 관련한 어떤 얘기도 방문진 이사와 한적이 없다'고 분명하게 밝혔다"고 주장했다.
#안철수 #문재인 #MBC노조파업 #김재철 #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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