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가 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문화방송(MBC)를 방문, 로비에서 김재철 사장 해임 촉구를 위한 농성을 벌이고 있는 노조원들을 만나 격려한 뒤 밖으로 나오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는 9일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후보는 더 이상 김재철 (MBC)사장을 비호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의 김재철 사장 해임결의안 부결 과정에 청와대와 박근혜 캠프의 외압이 있었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을 두고 한 말이다. 안 후보는 이날 오전 서울 영등포구 MBC 본사 1층에 마련된 MBC 노조의 농성현장을 방문해 "김재철 사장은 물러나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안철수 후보 캠프도 이날 청와대와 박근혜 후보의 '김재철 사장 유임 외압설'에 대해 대대적인 공세에 나섰다. 송호창 공동선대본부장은 브리핑을 통해 "대선 주자들이 공동으로 김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고 조속히 MBC를 정상화할 것을 제안한다"면서 김 사장의 해임안을 부결시킨 것과 관련, 박근혜 후보에 대한 공개 질의를 발표했다.
앞서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 쪽도 박 후보를 향해 날을 세우면서 MBC 사태가 대선의 핵심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진성준 대변인은 "방송장악, 언론통제, 기자감금 이러한 일련의 사태는 박근혜 후보가 '여자 이명박'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들게 한다"고 비판했다. 지난 6일 단독 회동에서 합의한 투표시간 연장 캠페인에 이어 MBC 사태를 두고 두 후보가 박근혜 후보를 협공하기 위해 다시 한 번 손을 잡는 모양새다.
MBC 노조 농성장 찾은 안철수 "김재철 사장은 물러나야"9일 오전 11시 20분경 서울 여의도 MBC 본사 1층 로비. 텐트 옆으로 "국민의 품으로 돌아가겠습니다" 등의 플래카드가 걸려있고, 정영하 위원장 등 노조 간부들이 로비 바닥에 4~5cm 두께의 스티로폼을 깔고 일렬로 앉아 있다.
잠시 후 로비로 들어서는 안철수 후보의 모습이 보이자, 노조 간부들이 모두 일어나서 안 후보를 맞았다. 안 후보는 간부들과 일일이 악수를 하면서 "수고하십니다, 고생 많으십니다" 등의 인사를 나눴다.
안 후보의 MBC 노조 방문은 이날 오전 전격적으로 결정됐다. MBC 노조는 12일째 '김재철 해임 촉구를 위한 철야농성'을 벌이고 있다. 앞서 이재훈 민주방송실천위원회(민실위) 간사는 안 후보를 취재하기 위해 미리 도착한 기자들에게 "원래 노조에서 기자회견을 한다고 하면 회사 쪽에서 기자들을 들여보내지 않고 다 막았는데, 오늘은 안철수 후보가 온다고 하니까 차마 그렇게는 못한 것 같다"며 씁쓸하게 웃었다.
정영하 위원장은 안 후보에게 "어제 김재철 사장 해임안이 부결됐다고 해서 끝날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올해 대선 등이 있는 해인데, MBC가 불편부당하게 방송을 잘 하고 있다는 평가를 못 받고 있다"며 "최대한 공정방송을 해야 하지만, 김재철 사장 하에서는 참 힘들다"고 토로했다.
안 후보도 "김재철 사장은 물러나야 한다"며 "그리고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후보도 더 이상 김재철 사장을 비호하면 안 된다"고 강한 어조로 호응했다.
이어 이용마 홍보국장이 "(안철수 후보 쪽에서는) 청문회와 국정조사를 요구한 걸로 알고 있는데, 더 세게 요구해서 관철을 시켜달라"고 주문하자, 옆에 있던 정 위원장도 "일단 (안 후보도) 편파보도의 피해자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지난달 MBC가 보도한 안 후보의 '서울대 논문 표절 의혹' 보도를 두고 한 말이다.
정 위원장이 "(표절 보도 때문에 MBC에 대해) 선거방송심의위에서 경고를 내렸다"고 말하자, 안 후보는 "방송사로 받을 수 있는 가장 큰 벌 중 하나 아니냐"고 반겼다. 정 위원장도 "대선후보 상대로 한 검증 보도에서 경고를 받는다는 건 전례를 찾기가 힘들다"고 거들었다.
그러자 안 후보는 웃으면서 "결국 권력이 언론을 이렇게 만든 건 단기간 성공할 수 있겠지만 국민들의 준엄한 평가를 받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 후보는 "대통령이 되면 (MBC 사태를) 정리해줄 것이냐"는 이용마 홍보국장의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박근혜, 김재철 공동 해임 촉구에 동참할 의향 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