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이 세상에 단 하나뿐인 사람
이국화
엄마와 떠나는 여행은 늘 나를 설레게 한다. 굳이 말하지 않더라도 서로의 얼굴을 마주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감사하다. 박장대소 큰 소리로 웃지 않더라도 해맑게 미소 짓고 있는 엄마의 표정만 봐도 단단한 마음이 사르르 녹는다. 엄마는 나에게 그런 존재다.
내가 이세상에 태어날 수 있게 해준 사람이면서, 비밀스런 이야기를 털어놓을 수 있는 친구, 따끔한 충고와 아낌없는 격려를 해줄 수 있는 스승, 힘들 때 곁을 지켜주는 애인. 가끔 주변에서 묻곤한다. 엄마랑 여행 다니면 불편하지 않느냐고, 싸우기도 할 거고 맞지 않는 부분도 많을 테고, 아무래도 엄마니깐 딸로서 양보해야 하는 부분이 더 많지 않겠느냐고. 어느 관계가 그러지 아니할까. 가장 가까운 사람도 이해하지 못하면서 누구의 마음을 얻고 감동시킬 수 있을까.
비자림에 찾아온 사람도 참 다양하다. 다정히 손 마주하고 나란히 어깨동무를 하고 있는 커플, 어린 아이를 포함한 단란한 가족, 아직 말조차 하지 못하는 갓난 아이를 유모차에 태우고 온 할머니, 주름진 얼굴로 어린아이보다 더 해맑게 웃고 있는 노년의 커플, 나처럼 엄마와 함께 온 모녀, 중년아버지와 멀찌감치 떨어져 걷는 부녀. 각기 다른 모습과 이유로 왔겠지만 그들의 마음은 오직 하나일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행복.
*** 여행 Tip
- 서귀포 구시외버스터미널에서 동회일주버스를 타고 구좌읍 평대리에서 내려 세화/김녕 순환버스로 갈아타야 한다. 순환버스는 1시간마다 운행되기 때문에 시간표를 미리 확인해두는 것이 좋다. 택시를 탄다면 요금이 6000원으로 똑같다. 서울과 다르게 콜을 불러도 콜비를 따로 받지 않는다.
날씨가 화창하다면 걷는 것을 추천한다. 나 같은 경우 갈 때는 택시를 타고 올 때는 걸어왔다. 따사롭게 내리쬐는 햇살을 맞으며 돌담과 밭둑을 벗삼아 현장학습을 해본다. 집 주변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식물들이지만 매번 볼 때마다 헷갈리는 것이 몇 가지 있었다. 이번 기회에 확실히 알아 두겠다며 엄마께 묻고 또 묻길 열 대번, 이젠 확실히 알게 되었다. 어른인 나도 야외 공부 덕을 톡톡히 보는데, 아이들이라면 얼마나 효율적일까.
- 도시락은 준비하는 것이 좋다. 매표소 앞에 식당 겸 매점이 하나 있긴 한데, 사먹기보다는 어릴 적 추억을 떠올리며 소풍가는 설렘을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 자그마한 돗자리 하나 깔고 옹기종기 모여앉아 도란도란 담소도 나누고, 비자나무의 싱그러움을 맡으며 몸과 마음을 정화시켜 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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