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둑길을 따라 걷고 있는 귀농인들.다같이 살아가게 하는 힘도 못살게 하는 힘도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나온다.
권명심
다시, 홀로 하는 귀농에 대해 현실적인 방안을 찾던 권씨는 전북 남원 산내여성농업인센터에서 회계와 행정을 맡을 사람을 구한다는 정보를 듣고는 곧바로 내려갔다. 바로 면접을 본 후에 센터에서 제공하는 주거지까지 얻었다. 그렇게 해서 초보귀농인이 되어 이제 두 달에 접어들고 있다.
"이곳에 들어온 것을 귀농의 연착륙단계로 보고 있어요. 센터에서는 맡은 일 외에도 지역주민들과 다양한 행사와 교류를 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지역에 대해 알게 되고 주민들과 소통할 수 있어서 저에게는 적절한 일터인 것 같아요."권씨는 귀농인들이 많은 지역이라 어려움을 이해하고 도움을 주려고 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새로운 사람에 대해 쉽게 마음을 열지 않는 사람들도 있기 때문에 스스로 꾸준히 노력해야 한다고 말한다. 또 마을에서 유지되고 있는 질서와 관행에도 무조건 맞춰야 하는 현실적인 어려움에 대해서도 토로했다.
그럼에도 그녀는 사람들에게서 감동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현재의 생활에 만족한다고 했다. 어려운 일을 당하게 되면 혼자 해결하게 놔두지 않고 내 일처럼 함께 고민하고 해결하려고 하는 문화가 있다는 것. 농촌에서는 혼자 잘 사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란다.
권씨는 아침마다 빌딩숲과 '지옥철'이 아닌 다랭이논이 펼쳐진 풍경을 보면서 논밭 길을 따라 출근한다. 이곳은 전국에서 열손가락 안에 드는 드라이브 길이 뻔질나게 드나드는 길목이어서 일상이 곧 여행이기도 하다.
[사례3] 귀농 경제난, 전 이렇게 극복했어요누구나 낭만적인 일상을 꿈꾸는 귀농(귀촌)을 꿈꾸지만 경제적인 부분으로 곤란을 겪는 경우도 많다.
귀농 1세대라고 할 수 있을 우정미(58, 가명)씨는 20여년 전, 남편을 따라서 농촌으로 일찍 내려갔다. 처음에는 공동체에서 농사를 지으며 생활했지만, 현재는 독립해 초등학교 방과 후 교사라는 직업을 얻어 반농반업 귀농인으로 살고 있다. 우씨는 귀농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현실적인 어려움들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반드시 갖추라고 말한다.
"현실적으로 어느 정도 큰 규모의 농사가 아니면 수익을 내기 어려운 것이 농촌의 현실이기 때문에 기존에 가졌던 직업을 귀농지역에서 활용해 일정 소득을 확보하는 게 안정적 귀농에 도움이 됩니다."우씨도 농사만으로는 경제적인 어려움이 있었기 때문에 방과 후 교사 자격증을 땄다. 특히 직업을 가지고 귀농하면 주민들과 교류하거나 유대를 맺는 데 수월하다.
공동체에서 오랜 생활을 해온 그녀는 혼자보다는 여럿이 함께 귀농을 하면 서로에게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공동체와 함께 하는 귀농도 막연한 환상에 집착하면 서로에게 상처를 줄 수 있다며 신중해야 한다고 했다.
"관심 있는 공동체가 있다면 먼저 자세히 알아보고 직접 방문해서 실제 공동체가 어떻게 운영되는지 정확히 알아야 합니다. 공동체마다 각기 지향하는 목표가 있고 특성이 있는데 그것들이 자신의 가치관과 부합되는지가 매우 중요합니다."'귀농푸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땅을 소유했더라도 빚으로 묶여있는 경우가 많다. 우씨는 귀농인에 대한 보조금이나 대출에 대해 매우 부정적이다. 농자금을 대출받아 농사를 시작할 때, 적게는 몇 천만 원에서 몇 억까지 빌리는데 대부분 상환을 못 하고 어려움에 직면하는 경우가 많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농사로 돈 벌어보겠다는 생각은 농촌 현실을 모르는 것이라고 했다.
"확실한 상환계획이 없어도 안 되지만 상환 자체가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귀농하려는 분들이 도시를 떠날 때, 손에 쥐고 있는 돈에 맞춰서 귀농생활을 꾸려야 한다고 생각해요."새로운 삶을 위한 귀농을 결심했다면 스스로 독립적이고 자주적으로 살겠다는 굳은 의지가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