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움은 끝났다, 남은 건 '단일화 + 알파'

[분석] "TV 토론으로 각자 지지층 결집"... 22일 회동서 여론조사 담판 예상

등록 2012.11.22 10:03수정 2012.11.22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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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가 21일 오후 서울 용산구 효창동 백범기념관에서 열린 '2012 후보 단일화 토론회'에 참석해 토론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가 21일 오후 서울 용산구 효창동 백범기념관에서 열린 '2012 후보 단일화 토론회'에 참석해 토론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가 서울 효창동 백범기념관에서 다시 만났다. 지난 6일 단일화 첫 회동 이후 2주 만이다. 두 후보는 21일 밤 야권 후보 단일화를 위한 역사적인 TV 토론회를 열었다. 두 후보의 운명을 가를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였다. 각자의 정책과 철학을 중심으로 진지한 토론이 오갔다.

문제는 과거 단일화 TV토론과 달리 두 후보는 아직 단일화 방식에도 합의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싱거울 것이라는 예상은 초반부터 깨졌다. 교착상태에 빠진 단일화 협상을 두고 불꽃 튀는 공방전이 벌어졌다. 일찌감치 단일화를 위한 회동에 두 후보가 합의한 것이 오히려 예상된 수순이었다. 싸움은 끝났다. 남은 건, 단일화가 아니라 단일화 이후다. '이기는 단일화'를 위해서 단일화 외에 +알파를 찾아야 한다. 두 후보가 만나 내놓을 담판의 결과에 열쇠가 담겨 있다.

'돌직구' 날린 문재인에 '감성'으로 맞선 안철수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가 22일 새벽 서울 용산구 효창동 백범기념관에서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와의 '2012 후보 단일화 토론회'를 마친뒤 취재진에 둘러싸인 채 단일화 방식 협상에 관한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가 22일 새벽 서울 용산구 효창동 백범기념관에서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와의 '2012 후보 단일화 토론회'를 마친뒤 취재진에 둘러싸인 채 단일화 방식 협상에 관한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남소연

이날 토론에 쏠린 관심을 반영하듯 백범기념관 주변에는 팽팽한 긴장이 흘렀다. 살짝 굳은 얼굴로 기념관에 도착한 문재인 후보는 "직접 보시죠"라고 짧게 말한 뒤, 대기실로 들어갔다. 반면 1분 뒤 도착한 안 후보는 문 후보에 비해 상대적으로 여유로운 표정이었다. 그 역시 "평소 진심으로 임하겠다"고 짧게 말했다.

사탕까지 입에 물었지만 문 후보는 여전히 긴장을 풀지 못하는 듯 했다. 문 후보는 심각한 표정으로 입을 풀었고, 안 후보는 연신 웃음을 지었다. 리허설 도중 안 후보가 "(여기가) 그때(6일 첫 회동) 만난 장소인데, 느낌이 많이 다르다, 스튜디오가 설치돼 있어서"라고 말하자, 문 후보는 "지난 번 그 장소인가? 세팅을 다르게 하니 영 달라져버렸다"고 답했다.

토론이 시작되자 두 후보의 태도는 180도 바뀌었다. 문 후보의 표정에서 긴장이 사라졌고, 여유가 엿보였다. 두 팔을 책상 위에 올려놓은 문 후보는 다양한 제스처를 취하는 등 적극적인 토론 태도를 보였다. 당내 경선을 거치면서 얻은 토론경험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반면 안 후보는 긴장된 표정이 역력했다. 말을 할 때 시선 처리가 부자연스럽고, 손은 자주 원고를 뒤적였다.

문 후보는 초반부터 교착상태에 빠진 단일화 협상의 책임을 안 후보 쪽에 떠넘기며 기선제압에 나섰다. 안 후보가 참여정부의 과오를 지적해 올 때는 인정할 것은 인정하면서 오히려 역공을 폈다. 특히 안 후보에 비해 직설화법이 돋보였다.


지지율이 상승세인 문 후보가 공격형 축구를 선보였다면 지지율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안 후보는 수비형 축구 전략을 폈다. 문 후보에 대한 공격 보다는 정책 질의에 집중한 것이다. 모두 발언과 마무리 발언에서 새 정치에 대한 자신의 열망 등을 일관성 있게 피력한 것도 문 후보와 대비를 이뤘다.

안 후보는 또 모두 발언에서 직접 준비해 온 지지자의 편지를 꺼내 읽는 등 특유의 '감성'전략을 폈다. 반면 문 후보는 자신의 국정경험 등을 내세워 위기관리 능력에서의 우위를 강조했다. 문 후보에게는 무게감이 실렸고, 안 후보에게 친근감이 있었다.


100분간의 치열했던 TV토론이 끝나고, 22일 새벽 1시쯤 두 후보는 차례대로 기념관을 나섰다. 먼저 기념관을 나온 문 후보는 "후보 등록일자가 얼마 남지 않아서 국민들께서 다들 걱정하실 텐데 오늘 토론에서 미진했던 부분들은 내일 단일화 협상팀에서 만나서 노력할 것"이라며 "또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후보들끼리 만나서 논의들을 잘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문 후보 보다 2분 뒤 토론장을 나선 안 후보는 "지금까지 제가 가졌던 생각들을 이번 기회에 진솔하게 말씀 드리려 노력했다"며 "(문 후보가) 단일화의 대상이시니까 후보 간의 예의를 지키고, 국민들에 대한 예의를 지키고자 노력했다"고 밝혔다.

"TV토론 지지율 영향 미미"... 관건은 '이기는 단일화' 위한 '+알파'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가 22일 새벽 서울 용산구 효창동 백범기념관에서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와의 '2012 후보 단일화 토론회'를 마친뒤 취재진에 둘러싸인 채 단일화 방식 협상에 관한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가 22일 새벽 서울 용산구 효창동 백범기념관에서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와의 '2012 후보 단일화 토론회'를 마친뒤 취재진에 둘러싸인 채 단일화 방식 협상에 관한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남소연

이날 토론회에서는 문재인 후보의 적극성이 높은 점수를 받았다. 자신감과 안정감 있는 모습이 돋보였다는 것이다. 반면 안 후보는 전체적으로 차분했지만 문 후보의 공세에 대응하는 수준에서 정책 설명에 치중하는 태도를 취했다. 아무래도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 문 후보가 메시지 전달력 등에서 안 후보를 앞선 셈이다.

안 후보도 첫 '맞짱 토론' 치고는 꼼꼼한 자료 조사 등을 통해 무난하게 토론을 마쳤다는 평가다. 안 후보가 국민들에게 자신의 정책을 설명하려고 시도한 것이 얼마나 효과를 발휘했을 지는 향후 여론조사 지지율 등을 통해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정책 설명에 필요한 어휘와 수치에 집중한 나머지 이미지가 강조되는 TV 토론의 특징을 살리지 못했다는 아쉬움은 남는다.

그러나 이번 토론회가 두 후보의 지지율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정몽준 단일화' TV토론에서도 정몽준 후보가 더 잘했다는 평가가 있었지만 결국 노무현 후보가 단일화에서 이기는 등 결과는 속단하기 어렵다. 게다가 '노무현-정몽준' TV토론의 경우 서로 '당신은 단일후보 자격이 없다'는 식으로 자질시비가 격렬하게 붙었던 상황과는 판이하게 다른 양상이었다.

정치평론가인 김헌태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겸임교수는 이날 '오마이TV'에 출연해 "이번 TV토론은 두 후보가 내용에 집중을 많이 했다"며 "TV와 같은 영상 매체는 일반 국민들이 볼 때 내용보다 표정, 이미지, 분위기를 보는데, 그런 점에서 두 후보가 너무 진지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보통 TV토론의 경우 새로운 지지자를 유입하기 보다는 자기 지지자를 결집시키는 효과가 크다"며 "과연 누가 더 자기 지지층을 결집시켰는지는 두고 봐야겠지만, 오늘 TV토론은 서로 우리 후보가 잘 했다고 하는 토론이어서 이런 경우 지지도 변화가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이 두 후보의 상호 지지율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겠지만 수준 있는 토론 내용으로 야권 후보에 대한 전반적인 이미지 제고에 기여했다는 분석도 있다.

결국 관건은 누가 단일후보로 선출 되느냐 보다, 어떻게 단일화를 해야 양쪽 지지자를 누수 없이 응집시킬 수 있는 '아름다운 단일화', '이기는 단일화'가 될 수 있느냐는 것이다.

문재인 후보는 마무리 발언에서 "단순한 단일화만으론 안 된다. 두 세력이 함께 힘을 합치고, 거기에 더해 일반 국민들 사이에 야권 단일후보 지지분위기, 시너지 효과까지 생겨야 한다"며 "투표 참여 열기까지 일어나야 우리가 이번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단일화 이외에 '+알파'의 필요성을 역설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단일화 이후에 주목한다. 안철수 후보 쪽의 한 관계자는 "지난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정몽준 단일화' 이후 대선의 모든 쟁점은 행정수도 이전 문제로 모아졌고, 실제 대선 결과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따라서 야권의 후보 단일화로 끝나는 게 아니라, 단일후보가 향후 어떤 쟁점을 끌고 가느냐가 이번 대선의 향방을 가를 것으로 보인다.
#후보단일화 #문재인 #안철수 #TV토론 #백범기념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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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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