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규동 감독
조재현
[기사수정 : 25일 오후 7시 54분] "젊은이들의 투표율이 높았으면 좋겠다. 단일화 과정에서 지지자들이 격렬하게 붙고 있지만 이 자체가 후보들의 힘이기도 한 게다. 무엇보다 가장 투표율이 낮은 20대가 정치의 장으로 나오고 있다는 게 너무 반갑다. 20대들이 스스로 우리가 세상을 바꾸는 데 너무나 중요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 꼭 왔으면 좋겠다."
<여고괴담 두번째 이야기>(1999)로 데뷔한 영화감독이 있다. 최고의 흥행작으로는 <내 아내의 모든 것(2012)>이 있다. 1988년에 대학에 입학했고, 꾸준히 학생운동에 참여했으며 민주노동당 당원으로서 자신의 정치적 입장도 피력했던 문화예술인이다.
민규동 감독. 그는 올 대선에서 안철수 후보를 선택했다. 늘 그렇고 그런, 지지고 볶는 일의 반복에서 탈출하고 싶기 때문이다. 안철수 캠프에서 딱히 뭘 맡아 활동하는 것은 아니지만, 지지자의 한 사람으로서 지난 21일 서울 공평동 안철수 캠프 사무실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났다.
"정치는 정치인이 해야 한다는 건 정치인들의 룰이다. 그러니 만날 비슷한 일만 벌어지고 지지고 볶고 약속도 늘 어기고, 시민은 거기에 속고... 그런 일들의 반복이다. 그러니 우리에겐 엄청난 '정치허무주의'가 있다. 젊은층은 투표 안하고 정치와 내 삶은 무관한 것으로 여긴다. 여기에 박원순이 '시민도 정치할 수 있다'는 새로운 경험을 인식시켜줬다."그가 강조한 건 '박원순 판타지'다. 시장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하는 것뿐인데, 날마다 박 시장에게 감동을 받는 우리들의 자화상을 생각해보자고 했다. 왜 우리는 박원순에게 감동할까? 그건 그동안 그렇게 상식적으로 일한 시장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그는 말했다.
민 감독은 "이 '박원순 판타지'가 안철수에게 연장되고 있다고 본다"며 "안철수가 대통령이 된다면 제2, 제3의 박원순 판타지가 가능해진다, 비단 인물에 대한 열망이라기보다는 영역의 확대, 색깔의 변화, 이런 것들"이라고 설명했다.
"영화로 보자면 민주당은 아주 익숙한 시나리오다. 문재인 후보는 많이 봤던 인물군에 속한다. 대중은 익숙한 인물을 보고 싶어하는 보수적인 마음이 있다. 영화로 치면 안철수는 신인배우다. 연기 생활 한 번도 안 해본 신인배우가 전혀 다른 삶을 살면서 인기를 얻었고, 그래서 사람들은 그를 극장에서 보기 원한다. 그가 어떤 연기를 펼칠지 대중은 모른다. 나는, 그냥 그저그런 익숙한 시나리오말고 좀 새로운 영화를 보고 싶은 것이다."좀 다른 정치를 보고 싶다고 했다. 신물 나는 여의도 정치말고, 새 술은 새 부대에 담듯이 새로운 사람이 새로운 정치를 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야말로 엑스터시(를 느끼고 싶다고 했다.
그는 "이 영화는 예전만큼 격정적이지 않고 담담한 편이지만 신선할 것"이라며 "지금 단일화 과정이 첨예하다고 하지만 굴곡진 한국 정치사에 비하면 담담한 드라마일 뿐, 두 사람의 생각에 공통분모가 많기 때문에 분명히 단일화가 될 것"이라고 낙관했다.
그는 "이미 정당만으로 정치가 안 된다는 새로운 시대가 열렸다"며 "2008년 촛불집회에서 봤듯이 이미 우리 사회에는 직접민주주의가 실현되고 있고 동원이 불가능한 SNS가 있다, 이런 자발적 열망이 '안철수'라는 전혀 검증되지 않은 상징을 통해 표현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민 감독은 "예전에 해오던 방식만이 유일한 길이라고 할 수 없는 것"이라며 "나는 새로운 길을 독려하고 열어주고 싶은 마음"이라고 전했다.
다음은 민 감독과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안철수 없었다면 야권이 대중 관심 끌 수 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