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현상 열망 버린다면 그자체로 큰 상실"

[지지자 인터뷰②-안철수] <여고괴담2> 영화감독 민규동은 왜 안철수를 택했나

등록 2012.11.24 14:25수정 2012.11.25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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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문재인 대통령 후보와 무소속 안철수 후보 사이의 단일화가 막을 내렸습니다. 안 후보의 전격적인 사퇴 선언으로 20여일 동안 험난한 단일화가 마무리된 것입니다. <오마이뉴스>는 지난 20일 양 캠프로부터 두 문화예술인을 소개받아 '지지자 인터뷰'를 했습니다. 두 후보 사이의 치열한 단일화 협상 과정이었습니다. 이들로부터 '왜 문재인인가, 왜 안철수인가'를 들었습니다. 하지만 안 후보의 사퇴로 이들의 목소리가 다소 빛을 바랜 측면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이들의 정치쇄신 등에 대한 생각 등은 들어볼만하다고 판단해 싣습니다. <편집자말> [편집자말]
 민규동 감독
민규동 감독조재현

[기사수정 : 25일 오후 7시 54분]

"젊은이들의 투표율이 높았으면 좋겠다. 단일화 과정에서 지지자들이 격렬하게 붙고 있지만 이 자체가 후보들의 힘이기도 한 게다. 무엇보다 가장 투표율이 낮은 20대가 정치의 장으로 나오고 있다는 게 너무 반갑다. 20대들이 스스로 우리가 세상을 바꾸는 데 너무나 중요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 꼭 왔으면 좋겠다."

<여고괴담 두번째 이야기>(1999)로 데뷔한 영화감독이 있다. 최고의 흥행작으로는 <내 아내의 모든 것(2012)>이 있다. 1988년에 대학에 입학했고, 꾸준히 학생운동에 참여했으며 민주노동당 당원으로서 자신의 정치적 입장도 피력했던 문화예술인이다.

민규동 감독. 그는 올 대선에서 안철수 후보를 선택했다. 늘 그렇고 그런, 지지고 볶는 일의 반복에서 탈출하고 싶기 때문이다. 안철수 캠프에서 딱히 뭘 맡아 활동하는 것은 아니지만, 지지자의 한 사람으로서 지난 21일 서울 공평동 안철수 캠프 사무실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났다.

"정치는 정치인이 해야 한다는 건 정치인들의 룰이다. 그러니 만날 비슷한 일만 벌어지고 지지고 볶고 약속도 늘 어기고, 시민은 거기에 속고... 그런 일들의 반복이다. 그러니 우리에겐 엄청난 '정치허무주의'가 있다. 젊은층은 투표 안하고 정치와 내 삶은 무관한 것으로 여긴다. 여기에 박원순이 '시민도 정치할 수 있다'는 새로운 경험을 인식시켜줬다."

그가 강조한 건 '박원순 판타지'다. 시장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하는 것뿐인데, 날마다 박 시장에게 감동을 받는 우리들의 자화상을 생각해보자고 했다. 왜 우리는 박원순에게 감동할까? 그건 그동안 그렇게 상식적으로 일한 시장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그는 말했다.

민 감독은 "이 '박원순 판타지'가 안철수에게 연장되고 있다고 본다"며 "안철수가 대통령이 된다면 제2, 제3의 박원순 판타지가 가능해진다, 비단 인물에 대한 열망이라기보다는 영역의 확대, 색깔의 변화, 이런 것들"이라고 설명했다.


"영화로 보자면 민주당은 아주 익숙한 시나리오다. 문재인 후보는 많이 봤던 인물군에 속한다. 대중은 익숙한 인물을 보고 싶어하는 보수적인 마음이 있다. 영화로 치면 안철수는 신인배우다. 연기 생활 한 번도 안 해본 신인배우가 전혀 다른 삶을 살면서 인기를 얻었고, 그래서 사람들은 그를 극장에서 보기 원한다. 그가 어떤 연기를 펼칠지 대중은 모른다. 나는, 그냥 그저그런 익숙한 시나리오말고 좀 새로운 영화를 보고 싶은 것이다."

좀 다른 정치를 보고 싶다고 했다. 신물 나는 여의도 정치말고, 새 술은 새 부대에 담듯이 새로운 사람이 새로운 정치를 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야말로 엑스터시(를 느끼고 싶다고 했다.


그는 "이 영화는 예전만큼 격정적이지 않고 담담한 편이지만 신선할 것"이라며 "지금 단일화 과정이 첨예하다고 하지만 굴곡진 한국 정치사에 비하면 담담한 드라마일 뿐, 두 사람의 생각에 공통분모가 많기 때문에 분명히 단일화가 될 것"이라고 낙관했다.

그는 "이미 정당만으로 정치가 안 된다는 새로운 시대가 열렸다"며 "2008년 촛불집회에서 봤듯이 이미 우리 사회에는 직접민주주의가 실현되고 있고 동원이 불가능한 SNS가 있다, 이런 자발적 열망이 '안철수'라는 전혀 검증되지 않은 상징을 통해 표현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민 감독은 "예전에 해오던 방식만이 유일한 길이라고 할 수 없는 것"이라며 "나는 새로운 길을 독려하고 열어주고 싶은 마음"이라고 전했다.

다음은 민 감독과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안철수 없었다면 야권이 대중 관심 끌 수 있었을까"

 민규동 감독
민규동 감독조재현

- 영화감독으로서 안철수 후보를 지지하기로 결심한 이유가 무엇인가.
"사실 문재인 캠프에 아는 사람이 더 많다. 큭큭. 영화로 모여 얘기하면 금새 단일화 될 텐데... 아쉽다. 아마 나처럼 대다수 국민들은 '누가 됐든 단일후보 된 분을 지지하겠다' 이럴 것 같다. 다만, 제가 일일이 정책을 들여다보는 부지런함을 갖고 있지는 않지만 정치가 일상생활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는지 잘 알고 있다. 영화도 정치에 영향을 많이 받으니까."

- 문재인 캠프에 아는 사람들이 많은데, 안철수를 선택한 특별한 기준은 무엇인가.
"만약에 안철수라는 사람이 없었다면 야권이 지금 이 정도라도 대중의 관심을 끌 수 있었을까. 우리는 아주 오랫동안 민주당을 믿었고, 실망했고, 또 다시 믿고, 또 다시 좌절했다. 민주당은 큰 정치세력이다. 영화로 보자면 민주당은 아주 익숙한 시나리오다. 문재인 후보는 많이 봤던 인물군에 속한다. 대중은 익숙한 인물을 보고 싶어하는 보수적인 마음이 있다. 영화로 치면 안철수는 신인배우다. 연기 생활 한 번도 안해본 신인배우가 전혀 다른 삶을 살면서 인기를 얻었고, 그래서 사람들은 그를 극장에서 보기 원한다. 그가 어떤 연기를 펼칠지 대중은 모른다.

나는, 그냥 그저그런 익숙한 시나리오말고 좀 새로운 영화를 보고 싶은 것이다. 물론 이 영화는 예전만큼 격정적이지 않다. 담담한 편이다. 다만 신선하다. 지금 단일화 과정이 첨예하다고 하지만 굴곡진 한국 정치사에 비하면 담담한 드라마다. 두 사람의 생각에 공통분모가 많기 때문에 분명히 단일화가 될 것이다. 그걸 응원하고 싶었다."

- 신인배우가 영화를 잘 모르고 좌충우돌 하는 건 아닐까. 의원정수 축소 등등.
"정치경험이 있으니 당연히 잘할 수 있다는 생각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 시대가 정당만으로 정치를 할 수 있나. 이미 정당만으로 정치가 안 된다는 새로운 시대가 열렸다. 이걸 기성 정치권도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2008년 촛불집회에서 봤듯이 이미 우리 사회에는 직접민주주의가 실현되고 있다. 동원이 불가능한 SNS가 있다. 이런 자발적 열망이 안철수라는 전혀 검증되지 않은 상징을 통해 표현되고 있는 것인데, 예전에 해오던 방식만이 유일한 길이라고 할 수는 없는 것이다. 나는 새로운 길을 독려하고 열어주고 싶은 마음이다."

"박원순의 기적, 안철수도 가능하다"

 민규동 감독
민규동 감독조재현

- 안철수 후보를 만난 적이 있나.
"만난 적 없다. 전화번호도 모르고. 영화인 간담회 때 2m 앞에서 '봤을' 뿐이다. 사진도 찍긴 했다. 단체로. 청소노동자가 비례대표 국회의원이 되듯이 전혀 정치해보지 않은 일반 시민도 정치할 수 있어야 한다. 민주당 진선미 의원, 이분은 정치를 한번도 한 적이 없지만 20년 정치 한 사람처럼 정치를 잘 한다. 문 캠프가 자꾸 안철수 후보의 경험 부족을 이유로 좋은 정치를 못한다는 식으로 말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에게 정치 안했지만 정치 잘하는 사람이 있다. 바로 박원순 서울시장이다. 우리는 날마다 박원순의 기적을 보고 있다. 박원순의 판타지가 하루하루 시민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박원순은 정치 경험이 없다. 정치 경험 전혀 없는 사람의 새로운 정치, 그것은 상식적으로 당연히 해야 할 일들을 묵묵히 해냄으로써 나타나는 것이다. 그런 기적을 우리는 날마다 보고 있다.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 안철수 후보도 박원순 시장처럼 할 수 있다는 얘기인가.
"정치는 정치인이 해야 한다는 건 정치인들의 룰이다. 그러니 만날 비슷한 일만 벌어지고 지지고 볶고 약속도 늘 어기고 시민은 그에 속고 그런 일들의 반복이다. 그러니 우리에겐 엄청난 정치허무주의가 있다. 젊은층은 투표 안하고 정치와 내 삶은 무관한 것으로 여긴다. 여기에 박원순이 시민도 정치할 수 있다는 새로운 경험을 인식시켜줬다.

사실 시장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하는 것뿐인데, 그의 일에 우린 감동받는다. 왜? 그동안 그렇게 상식적으로 일한 시장이 없었기 때문에. 나는 이 '박원순 판타지'가 안철수에게 연장되고 있다고 본다. 안철수가 대통령이 된다면 제2, 제3의 박원순 판타지가 가능해진다고 본다. 비단 인물에 대한 열망이라기보다는 영역의 확대, 색깔의 변화, 이런 것들이다."

- 그런데 안철수 후보의 새로운 정치가 별로 눈에 안 띄던데.
"우리가 원하는 건 혁명이다. 엄청난 상징적 구현이 안철수에게서 나온 것은 없다. 그러나 안철수현상의 열망을 버리고 꺾는다면 그 자체로 엄청나게 큰 상실이 될 것이다."

- 단일화 협상 어떻게 되면 좋겠나.
"양자가 모두 승복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결선투표제도가 있다면 이런 것 고민도 안 해도 되겠지만, 적어도 이번 단일화 과정이 우리 정치의 진화 과정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본다.  우리 국민은 예전 낡은 정치의 반복적 시나리오에 피곤함을 느끼고 있다."

- 단일화 협상이 공전되면서 국민들에게 피로감이 생겼는데.
"그런데 이런 생각도 해봐야 한다. 조직도 약하고 사람도 없는 안철수가 어떻게 박근혜와 맞붙어 저렇게 큰 지지를 받고 있는 거지? 민주당이 얼마나 크고 생존본능이 강한 정당인데 저걸 이기고 있지? 준비 안 된 안 후보가 민주당 문재인 후보와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와 맞붙어 대등하게 버틴다는 것 자체가 엄청난 기적이다. 그 힘. 이 팽팽하게 맞선 균형이 너무 좋고 일방적이지 않아서 너무 좋다."

"정치허무주의를 경계한다... 20대가 나서야"

 민규동 감독
민규동 감독조재현

- 영화감독으로 배우들에게 안철수 후보에 대해 설파하면 뭐라고 하나.
"배우들과 정치를 얘기를 자주 하는 건 아니지만, 내가 어떤 배우에게 이번에 꼭 투표해야 한다고 당부했을 때 완전히 나를 꼰대 취급했다. 촌스럽게 무슨 투표를 해? 정치 논쟁은 대표적인 아저씨 냄새로 여겨졌다. 투표가 촌스러워진 나라. 젊은이들의 정치허무주의를 그대로 읽게 된다. 박원순을 통해 사람들이 느끼는 엑시터시, 열광, 이런 걸 민주당이 잘 이해해주면 좋겠다. 어떤 후보가 되든 미완의 실험이 되지 않게 잘 풀리길 빈다."

- 문재인 후보는 '서민 대통령'이라는 카피를 쓰는데 안철수 후보는 '국민이 선택하는 변화가 시작됐다'는 것말고는 아직 눈에 띄는 카피가 없다.
"문재인 후보도 따지자면 1% 특권층이다. 변호사이고 국회의원이다. 그분은 이미 서민이 아니시다. 서민이 정말 대통령이 된다면 그때는 서민 대통령이라는 말을 써도 되지만 그건 아닌 것 같다. 참 재밌는 것은 99%는 늘 1%를 꿈꾼다는 게다. 아등바등 살면서도 1000억 원쯤 벌어 사회에 기부하며 살고 싶은 게 99%의 생각이다. 이제 우리는 그 1%도 어떻게 살아온 1%인지 구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불법을 저지르고 독점적으로 사업하면서 배타적으로 굴었는지, 아니면 그 1%가 나누려고 했는지, 공유하려고 했는지 베풀려고 했는지 어떤 1%냐를 따져야 한다.

단일화 시점에 안 후보를 공격할 요량으로 서민 대통령을 쓴다면 그건 아닌 것 같다. '맏형론'도 마찬가지다. 역시 민주당의 뛰어난 마케팅의 승리다. 조직과 경험, 전략가가 풍부한 정당에겐 어쩔 도리가 없다."

- 올 대선에서 꼭 바라는 소망이 있다면?
"젊은이들의 투표율이 높아지면 좋겠다. 단일화 과정에서 지지자들이 격렬하게 붙고 있지만, 이 자체가 후보들의 힘이기도 한 게다. 안철수가 예전 정치의 반복이었다면 훨씬 관심이 덜했을 것이다. 그러나 관심이 많은 대선이 됐다. 가장 투표율이 낮은 20대가 정치의 장으로 나오고 있다는 게 너무 반갑다. 20대들이 스스로 우리가 세상을 바꾸는 데 너무나 중요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 꼭 오면 좋겠다.

또 둘 중 어느 한 사람으로 단일화 되더라도 실망하지 않고 꾸준히 지지해서 야권 단일후보에 투표하면 좋겠다. 그리고 대통령이 된 분과 SNS로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으면 좋겠다. 박원순 시장이 고3 학생들의 새벽잠을 깨워주듯 그런 친근한 대통령이 됐으면 좋겠다. 차기 대통령은 정치인의 언어가 아닌 일반인의 언어로 대중과 대화하기를 바란다. '헤어스타일 2:8 웃겨요' 이런 시민의 디테일이 정치인에게 전달되면 좋겠다."

- 다음 작품은?
"가제는 <럭키보이>다. 한국전쟁 직후 서사 멜로를 준비 중이다. 또 다른 하나는 한국전쟁 직전에 반민특위 습격사건을 다룬 이야기다. 두 편의 시나리오를 작업하고 있다."
#민규동 감독 #여고괴담 두번째 이야기 #안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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