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성전통시장에는 '여자의 일생'도 있다

전라도·충청도 등 팔도특산물 다 모이는 곡성기차마을 전통시장

등록 2012.11.23 14:35수정 2012.11.23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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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자의 일생' 장점이씨. 곡성전통시장에서 채소와 과일을 팔고 있다.
'여자의 일생' 장점이씨. 곡성전통시장에서 채소와 과일을 팔고 있다.이돈삼

안내판 하나가 눈길을 끈다. 일평생 채소와 과일을 팔아 온 일생이란다. 이런 안내판을 사용하는 이는 장점이씨다. 시장 상인으로 살아온 점을 높이 사서 동료 상인들이 만들어 줬단다. 그녀는 직접 농사 지은 갖가지 채소와 과일을 장터에서 팔고 있다. 제 철 과일로 손수 만든 딸기잼과 오디잼, 멜론잼도 판다. 장씨의 넉넉한 웃음은 장터를 찾는 많은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준다.


'몸빼아저씨' 조상열씨도 있다. 고구마와 감, 열무 등 채소와 과일을 파는 그는 빨간 양말과 꽃무늬 몸빼바지 패션으로 시장을 찾는 사람들에게 큰 웃음을 선사한다. 익살스런 모습과 행동이 개그맨에 버금 간다. 팬클럽까지 생겼다.

 '몸빼아저씨' 조상열 씨가 곡성토요시장에서 상인과 관광객들에게 웃음을 선사하고 있다.
'몸빼아저씨' 조상열 씨가 곡성토요시장에서 상인과 관광객들에게 웃음을 선사하고 있다.이돈삼

 곡성기차마을 전통시장의 토요장터. 토요일마다 열리는 이 장터에는 재밌는 볼거리도 넘쳐난다.
곡성기차마을 전통시장의 토요장터. 토요일마다 열리는 이 장터에는 재밌는 볼거리도 넘쳐난다.이돈삼

'뿐이고' 이영심씨도 있다. '영심특산물' 대표다. 유행가 '뿐이고'를 유난히 좋아한다고 상인들이 붙여준 이름이다. 토요시장이 열리는 날이면 사회자의 행사진행을 돕고 있다. 시장의 제2의 MC로 불린다. 산에서 딴 능이버섯과 송이버섯 그리고 직접 농사 지은 것으로 만든 매실진액 등을 판다.

'섬진강 기차마을'로 알려진 전남 곡성의 전통시장에서 만난 사람들이다. 이들은 장터에 활기를 불어넣으며 장을 찾은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다. 곡성기차마을 전통시장은 매월 3일과 8일 그리고 토요일마다 펼쳐진다.

 곡성기차마을 전통시장 풍경. 최근 새로 지어 여느 시장보다 단정하고 깔끔하다.
곡성기차마을 전통시장 풍경. 최근 새로 지어 여느 시장보다 단정하고 깔끔하다.이돈삼

여느 오일장과 달리 장터가 깔끔하다. 지난 2009년 한옥형으로 새로 지었다. 동서남북으로 곡성의 지명과 상징물을 딴 문을 내고 그 사이를 장옥으로 이었다. 지붕은 비가림으로 얹었다. 옛 성의 축소판이다. 전통미가 물씬 묻어난다.

시골장터의 정취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왠만한 장터에선 보기 드문 대장간도 있다. 장이 열리는 날짜를 따서 붙인 '기적의 문화열차 38호' 프로그램도 볼거리다. 중소기업청과 시장경영진흥원의 도움을 받아 진행하고 있다. 추억 속의 라디오 DJ와 스토리텔링형 문화공연이 인기다. 전통시장 현대화 사업의 본보기로 자리잡고 있다.


"해마다 관광객 100만 명이 곡성을 찾고 있어요. 우리 토요장터는 바로 이 관광객을 장터로 흡수하기 위해 문을 열었습니다."

백태순 곡성기차마을 전통시장 상인회장의 말이다. 백 회장의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지난 18일 찾아간 장터는 관광객들로 붐비고 있었다. 어른에서부터 아이들까지 가족단위 관광객이 대부분이었다.


 곡성기차마을전통시장 백태순 상인회장. 시장을 활성화시키는 일에 앞장서고 있다.
곡성기차마을전통시장 백태순 상인회장. 시장을 활성화시키는 일에 앞장서고 있다.이돈삼

 곡성기차마을 전통시장 풍경. 산골마을의 시장답게 농산물이 주종을 이루고 있다.
곡성기차마을 전통시장 풍경. 산골마을의 시장답게 농산물이 주종을 이루고 있다.이돈삼

이 시장에서 팔리는 품목은 농수산물이 대부분이다. 장터의 정문을 들어서면서 만나는 '고향할머니장터'에서부터 알 수 있다. 고만고만하게 펼친 난전에는 배추, 생강, 토란, 고사리, 파, 마늘, 취나물이 앉아 있다. 느타리버섯과 석류도 있다. 수산물도 많다. 조기, 낙지, 간재미, 홍어, 꼬막, 참게, 갈치 등 푸짐하다. 산간지방의 장터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다.

"우리 장은 채소가 참말로 좋제. 옛날부터 사람덜이 농산물을 살라믄 우리 장에 오고, 또 생선을 살라믄 구례로 가고 그랬제. 오염도 안 되고 좋아. 여그가."

난전을 펼친 할머니들이 입을 모은다. 산삼에 버금간다는 자연산 능이버섯도 장터의 명물로 이름이 높다. '일 능이, 이 표고, 삼 송이'라고. 그 중에서도 산에서 갓 채취해 온 것을 최고로 친단다. 담뱃잎처럼 생겼다고 해서 이름 붙은 담배상추와 유정란도 웬만한 장터에서는 접하기 어려운 특산물이다.

 전통시장 내 팔도특산품 코너. 곡성기차마을전통시장에서는 곡성과 인근의 농수산물은 물론 팔도의 특산품까지 다 살 수 있다.
전통시장 내 팔도특산품 코너. 곡성기차마을전통시장에서는 곡성과 인근의 농수산물은 물론 팔도의 특산품까지 다 살 수 있다.이돈삼

 곡성기차마을전통시장 내 팔도특산품 판매코너. 한 여행객이 특산품을 고르고 있다.
곡성기차마을전통시장 내 팔도특산품 판매코너. 한 여행객이 특산품을 고르고 있다.이돈삼

전국에서 내로라하는 유명 특산물을 한꺼번에 만날 수 있는 공간도 있다. 특설무대 왼편에 자리한 '팔도특산물대전'이 그곳이다. 여기서는 곡성 멜론과 영광 굴비 등 전라도 특산을 비롯 충주 사과, 강경 젓갈, 주문진 황태포와 오징어, 정선 곤드레, 제주한라산 고사리 등을 살 수 있다.

상인회에서 전국의 유명시장과 결연을 통해 직접 들여온 것들이다. 값은 생산 현지의 시장과 같다. 곡성 토요장터의 자랑이다. 시장에는 또 곡성의 친환경 농산물만을 파는 '친환경인증 특산물 직판장'도 있다. 곡성군이 직영하고 있다. 지리산에서 키운 한우만 파는 한우명품관도 있다.

시장에서 음식을 빼놓을 수 없다. 3대째 내려오는 전통의 선지순대국밥과 국물이 진한 즉석 팥죽은 장터를 찾는 이들의 입맛을 사로잡는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손두부도 별미다. 뿐만 아니다. 장터 한켠에 전국의 유명 먹을거리를 맛볼 수 있는 먹거리촌도 조성하고 있다.

백태순 상인회장은 "그 동안은 모범시장을 돌아보며 시장혁신 노력을 하고 팔도특산품을 파는 등 외형 확장에 주력해 왔다"면서 "조그마한 성공에 만족하지 않고 앞으로 전남의 대표적인 전통시장으로, 나아가 대한민국 전통시장 자립화의 본보기로 만들어 가겠다"고 밝혔다.

 곡성기차마을전통시장 풍경. 시장에 나온 주민들이 물건을 고르고 있다.
곡성기차마을전통시장 풍경. 시장에 나온 주민들이 물건을 고르고 있다.이돈삼

 곡성기차마을 전통시장 바깥 풍경. 한옥 형태로 새단장을 하고 손님들을 맞고 있다.
곡성기차마을 전통시장 바깥 풍경. 한옥 형태로 새단장을 하고 손님들을 맞고 있다.이돈삼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전남새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곡성기차마을 전통시장 #토요장터 #곡성전통시장 #여자의일생 #몸빼아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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