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민음사에서 최근 재번역해 발간한 소설 <레미제라블> 표지, 그리고 연극, 뮤지컬, 영화 <레미제라블> 포스터.
각 기획사
뮤지컬 <레미제라블>이 무대에 올랐을 때 영국 언론 <런던 스탠더드>는 '티켓을 구걸하거나 훔쳐서라도 봐야하는 작품'이라고 평했다. 튼튼한 짜임새의 스토리와 흡인력 있는 음악으로 유명한 이 작품은 전 세계 43개국 300여개 도시에서 21개 언어로 공연돼 전 세계 600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한 세계 최고이자 최장수 뮤지컬이다.
'흥행의 귀재'로 불리는 기획자 카메론 매킨토시(Cameron Mackintosh)가 제작한 <레미제라블>은 그가 만든 작품 <캣츠>, <오페라의 유령>, <미스 사이공>과 함께 세계 4대 뮤지컬로 꼽힌다. 네 작품 중 유일하게 국내에 정식으로 소개되지 않은 <레미제라블>이 1985년 런던 웨스트엔드 초연 후 27년 만에 드디어 국내에서도 막을 올렸다.
뮤지컬 팬들에게 <레미제라블> 우리말 공연은 분명 '역사적 사건'이지만, 작품의 윤곽이 서서히 드러남과 동시에 배우 캐스팅과 공연장 선정에 대해 우려 섞인 의문을 갖게 했다. 먼저 배우 캐스팅에서 <레미제라블>은 '원 캐스팅(one casting)' 방식을 택했다. 국내 뮤지컬 대부분이 한 배역에 배우 두세 명이 번갈아 가며 무대에 오르는 더블 혹은 트리플 캐스팅 방식인 것을 생각하면 매우 파격적이다.
1년 이상 장기 공연이 예정된 상황에서 한 배우가 한 배역을 시작부터 끝까지 전부 소화하는 것은 분명 큰 부담인 탓이다. 더욱이 초연임에도 서울의 유명 공연장이 아닌 경기도 용인에 위치한 신생 공연장 '포은아트홀'을 택했다. 중심가가 아닌 곳에 위치한 공연장은 관객이 선뜻 예매할 수 없게 만드는 요인이다. 평일 저녁 8시 공연을 보고나면 밤 11시를 훌쩍 넘겨 귀가하는데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작품의 완성도를 위해 이 두 약점 모두 필요한 것이기도 하다. 원 캐스팅 방식은 무엇보다 배우들 간 앙상블이 중요한 뮤지컬에서 서로 호흡 맞출 수 있는 기회를 늘려 작품의 질을 높인다. 오랜 시간 연습으로 배역이 완전히 체화된 상태로 조화를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
포은아트홀을 선택한 것 역시 가장 적합한 '무대'를 꾸미기 위한 최선의 선택이었다. 당초 서울 세종문화회관에 올리기로 한 <레미제라블>은 제작사에서 "극장 크기와 작품이 맞지 않는다"는 반발로 2007년 무산됐다. 3000석 규모의 세종문화회관은 작품에 비해 너무 컸기 때문이다. 2012년 적당한 크기인 1200석 규모를 가진 포은아트홀이 선정돼 드디어 초연을 가졌다.
7개월간 10차에 걸친 혹독한 오디션 통해 선택된 정성화·조정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