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9단은 역전낙관, 초선들은 불안해!

[현장분석] 문재인, 투표율 77% 넘으면 명동에서 말춤 공약

등록 2012.12.01 21:09수정 2012.12.01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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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통령 후보가 1일 오후 충북 충주시 성서동 차없는거리에서 선거유세를 하고있는 가운데 지지자가 문후보에게 안아달라고 하고 있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통령 후보가 1일 오후 충북 충주시 성서동 차없는거리에서 선거유세를 하고있는 가운데 지지자가 문후보에게 안아달라고 하고 있다.연합뉴스

"후보님 뵈려고 청주에서 걸어왔습니다. 한 번만 안아주시면 공부 열심히 하고 싶습니다."

청주 서원대학교에 재학 중인 이상현(25)씨는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가 1일 충주를 방문한다는 소식을 듣고 한달음에 달려왔다. 손으로 쓴 대형 플래카드에 적힌 '걸어왔다'는 문구는 사실이 아니지만 이른 아침 청주에서 출발해 충주 '차 없는 거리'에서 대기한 건 사실이다.

이날 오후 4시께, 친구들을 동원해 플래카드를 한껏 높이 든 이씨 앞에 드디어 문 후보가 섰다. 플래카드 문구를 찬찬히 읽은 문 후보는 "아유, 어떤 뜻으로..."라며 이씨를 덥석 안아줬다. 이씨는 "문 후보의 승리를 기원하는 뜻에서 달려왔다"며 웃었다. 이씨는 문 후보가 "서민들을 지지해주는 후보여서 좋다"고 했다. 반면, 박 후보에 대해 그는 "김종인을 내쳤듯이 경제민주화를 내칠 사람"이라며 "이명박·박근혜는 같은 사람"이라고 비판했다.

충주 차없는 거리에는 이씨와 같은 문 후보 열성 지지자들이 많았다. 새우깡 박스를 뜯어 '사랑해 문재인'이라고 적은 플래카드를 만든 송경미(42)씨도 그 중 하나다. 2시간 가량 문 후보를 기다린 송씨는 "문 후보는 서민의 대통령이 될 것"이라며 기대감을 표했다.

"이 정권의 바깥주인이 이명박 대통령, 안주인은 박근혜"

700여 명의 시민들의 환호 속에서 연단에 오른 문 후보는 '정권심판론'과 '박근혜 책임론'을 전면에 내세웠다. 이날 강원도 춘천 애막골 풍물시장, 원주 중앙시장, 충북 제천 중앙시장, 충주 차없는 거리 집중유세에서 보인 일관된 기조다.

문 후보는 "이 정권의 바깥주인이 이명박 대통령이었다면 안주인은 박근혜 후보 아니냐"며 "정권 실패 책임을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도 함께 책임져야 하는데 이명박 정부의 국정 파탄을 남의 일처럼 얘기하고 있다"고 힐난했다. 문 후보는 "부자감세 100조 원, 4대강 사업 22조 원 쓰는데 박근혜 후보도 찬성하지 않았냐, 부자감세가 곧 박 후보의 줄푸세 정책"이라며 "'이명박근혜' 쌍둥이 정책이 민생을 도탄에 빠트린 근본원인이다, 민생 실패 책임을 이명박 대통령에게 떠넘길 게 아니라 박근혜 후보가 직접 사과할 일"이라고 목소리 높였다.


또 그는 "이명박 정부는 경제만큼은 잘할 것처럼 보였지만 막상 맡기니 그마저도 엉망이었다"며 "악몽의 5년, 새누리당 후보를 또 찍어줄 수 있겠냐"고도 했다. 유세가 거듭될수록, '악몽의 5년', '정권의 안주인 박근혜','이명박근혜 쌍둥이' 등 발언의 수위도 높여갔다.

박 후보 측의 공격 포인트, '참여정부 심판론'에 대해 그는 "참여정부는 이미 5년 전에 처절한 심판을 받았다"며 "이번에는 국정 파탄 낸 새누리당이 심판받을 차례"라고 못 박았다. 그는 "이제 정권교체 18일이 남았다"며 "지난 5년 이명박 정권이 잘했다면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를 지지하시고, 이명박 정부 5년이 정말 지긋지긋했다면 문재인을 지지해달라"고 호소했다.


이날 유세장에 모인 시민들은 이 같은 문 후보의 호소에 "문재인"을 외치며 화답했다. 수십여명이 손에 든 노란 풍선이 덩달아 흔들렸다. 강원도 원주시장, 충북 청주 '차없는 거리' 등  번화가 한 복판에서 이뤄진 유세에는 유독 가족 단위 참석자들이 많았다. 두 아들과 함께 문 후보의 유세를 보기 위해 나온 서아무개(43)씨는 "대선이라는 역사적인 순간에 아이들이 참여해 함께하는 경험을 쌓게 해주고 싶어서 왔다"며 "문 후보에게는 기성 정치인과는 다른 정직함이 있다고 믿는다, 꼭 이겼으면 좋겠다"고 지지를 표했다.

영하로 뚝 떨어진 기온에도 손을 불어가며 자리를 지킨 김아무개(50)씨는 "본래 안 후보와 문 후보를 둘 다 지지했었는데 단일화됐으니 문 후보를 적극 지지하기로 했다"며 "지금은 문 후보가 조금 밀리지만 막상 투표장에서는 20~30대와 SNS의 힘으로 근소한 차로 문 후보가 이길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치 9단들은 "역전" 낙관... 초선들은 "전환점 필요" 우려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후보가 1일 오후 충주 차없는 거리를 방문해 시민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후보가 1일 오후 충주 차없는 거리를 방문해 시민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지지자들은 문 후보의 승리를 점치는 가운데, 유세에 함께한 민주통합당 의원들은 판세를 어떻게 파악하고 있을까.

강원도 유세에서 만난 박기춘 원내수석부대표는 "수도권을 보면 충분히 역전시킬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며 "TV 토론이 진행되고 안철수 후보가 본격적으로 나서면 일주일 전후로 역전이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지난 4·11 총선에서도 사용한 '정권심판론, 이명박근혜' 담론이 먹히겠냐는 질문에 "4·11 총선 때는 통합진보당과의 연합으로 좌클릭한 것에 영향을 받은 것이지 국민이 정권 연장을 허용한 게 아니"라고 규정했다.

박지원 원내대표 역시 "지금 3~4%p 뒤지고 있지만 정권교체에 대한 국민의 신념이 확고하다"며 "또 현재는 선택지가 문재인-박근혜 둘 중 하나만 남은 거 아니냐, 문재인을 선택해야 한다는 쪽으로 국민이 마음을 굳히고 있다"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는 오는 3일 안철수 전 무소속 대선 후보 캠프 해단식에서 나올 안 후보의 입장 발표에 기대를 걸고 있다. 그는 "안 전 후보의 입장 발표가 있은 후 문 후보가 역전해, 결국엔 승리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강원도에서 열린 의총에서 국회의원 세비를 30% 삭감하기로 의결한 것도 새정치를 강조한 안 후보와 안 후보 측 지지자를 끌어안기 위함이다. 문 후보와 민주당은 이날 오전 춘천 강원대에서 특별 의총을 열어 의원 세비 즉, 월급을 30% 삭감하는 안을 당론으로 채택한 바 있다. 박 원내대표는 "새로운 정치와 정치 쇄신에 대한 국민의 열망이 뜨겁다"며 "경기 침체로 인한 소득 감소로 국민 생계가 어려워지고 있는데 이들과 함께 한다는 취지로 국회의원 세비를 30% 삭감하고자 한다"며 취지를 설명했다.

이 같은 '정치 9단'들의 긍정적 판세분석과는 달리 초선 의원들은 비판적인 시각으로 현 정세를 파악하고 있었다. 문 후보 캠프에서 미디어 단장을 맡고 있는 신경민 의원은 "문재인 후보가 약간 밀리는 것 같다"며 "확실한 전환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오는 4일로 예정된 3자 TV 토론에 대해 "반론, 재반론이 안 되는 맞선식 토론"이라며 "이렇게 경직된 포맷을 극복해야 하는 숙제가 있다"고 말했다. 토론을 한다고 해서 문 후보의 지지율이 무조건 오르지는 않으리라는 것이다.

수도권이 지역구인 또 다른 초선 의원은 상황을 더욱 비관적으로 봤다. 그는 "유세·광고 모두 공감을 일으키거나 열정을 불러일으키는 요소가 없어 밋밋하고 평이하다, 공약도 파격적인 게 없다, 마치 여당처럼 행동한다"며 "이것이 선거에 불이 붙지 않는 이유다, 이대로 가면 힘들다"고 전망했다. 

그는 '박근혜 책임론'에 대해서도 "구체적이고 디테일하게 설명해야 박근혜 책임론이 부각 될텐데, 일반 유세에서 얘기한다고 해도 그게 언론에 다 보도 되는 게 아니"라며 "결국 싸잡아서 욕하는 것으로밖에 안 비춰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안철수 후보가 지원한다고 해도 지지율이 2~3% 올라갈 텐데 그러면 박 후보와 비슷한 수준 아니냐"며 "수도권 표도 결집되지 않고 있는데 너무 마음 놓고 있는 것 같다, 상부 전략 담당자들을 다 바꾸는 한이 있더라도 터닝포인트를 마련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문재인 이색공약 "투표율 77% 넘으면 명동거리에서 말춤"

한편, 정권 심판론'으로 각을 세운 문 후보는 강원도·충청도 종합 정책을 통한 민심잡기에도 나섰다. 강원대에서 열린 의총에서 문 후보는 "오늘 발표하는 지역공약에 대해 민주당이 함께 책임지겠다는 결의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강원도에 대한 푸대접을 넘어 무대접의 시대를 뛰어 넘고 강원도를 제대로 발전시키겠다"고 약속했다. 

구체적으로는 ▲ 강원도 '남북 협력성장 특별지역' 지정 ▲ 남북이 함께 하는 2018년 평창 동계 올림픽, 국가 올림픽으로 격상 ▲ 알펜시아 정상화 위한 별도 법인 설치 ▲ 춘천에 이화여대 2 캠퍼스 유치 지원, 원주-여주 수도권 복선 전철 연결, 남·북·러 천연가스 파이프 라인 건설, 양양-중국 간 직항로 개설, 동서고촉전철 완공 등을 공약했다.

충청도 유세에서도 ▲ 충주 기업도시 조기 활성화 ▲ 충북 경제자유구역 임기 내 지정 ▲ 청남대에 대통령 관련 종합 역사관 건립 등을 약속했다. 문 후보는 의총에 앞서 대학생들과 만난 자리에서는 "투표율이 77%를 넘으면 명동 거리에서 정장을 입고 말춤을 추겠다"는 이색 공약을 내놓기도 했다.
#문재인 #박근혜 #이명박근혜 #정권심판 #강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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