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크농도조절판. 인쇄의 '마지막 품질'은 결국 기장의 손에 의해 결정된다. 적색과 청색, 노랑색, 검정색 각 유니트의 블랑켓에 묻는 잉크의 양을 얼마나 잘 조정하느냐에 따라 나오는 색감이 달라진다. 각 블랑켓 마다 오른쪽 끝에서 왼쪽 끝까지 구역별로 잉크량을 조정하게 돼 있다.
백병규
- 인쇄업은 사양산업이라는 말 많이 하는데. "종이 인쇄 물량이 많이 줄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인쇄가 필요한 부문은 무궁무진하다. 인쇄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디지털 인쇄 등 새로운 기술과 기계도 많이 나오고 있다."
- 을지로 인쇄골목을 가 봐도 젊은 기술자들이 많지는 않아 보인다. "갈수록 기술자를 찾기 힘들다. 3D 업종이라고 젊은 사람들도 기피한다. 오죽하면 직접 인쇄기를 돌리겠다고 생각했겠느냐. 그러나 인쇄 기술을 익히면 밥 먹고 사는 데 지장은 없다. 기술을 잘 배우고 익히면 갈 곳은 많다. 을지로나 성수동 인쇄업자의 60% 정도는 기계를 돌리다가 직접 공장을 차린 분들이다. 그런 분들이 기계도 잘 아니까 잘한다."
- 인쇄 기술을 배우기가 어렵나?"인쇄기가 간단해 보이지만 사실은 첨단 기계다. 내가 갖고 있는 케바우 인쇄기의 경우 시간당 최대 1만5000장을 찍어낸다. 초당 4장 꼴로 뽑아낸다. 컬러니까 종이(전지) 한 장이 흑색(B), 적색(M), 청색(C), 노랑색(Y) 4개의 유닛(블랑켓)을 0.25초 안에 지나면서 정확하게 서로 핀이 맞아야 한다. 각 유닛의 핀이 조금만 엇나가도 색이 번진다. 각 유닛으로 종이를 보내주고 받는 것은 집게가 한다.
다루면 다룰수록 이런 기계 어떻게 만들었나 싶다. 보통 정밀한 게 아니다. 독일과 일본이 세계 인쇄기 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이유다. 게다가 색감을 맞추는 것은 아무리 자동화됐다지만 기계로만은 안된다. 결국 기술자(기장)의 감에 의해 맞추게 된다. 기계의 특성이나 기능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제대로 색을 내자면 보통 노하우가 아니다. 열심히 배우고 창의적으로 공부를 하면 어디서나 대접받는 기술자가 될 수 있다."
- 20년 가깝게 인쇄업에 종사했는데. "영업을 하던 때와 인쇄기를 돌리고 중소업체 하나 꾸리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다. 뭣 모르고 뛰어 들어서 이 길을 왔지만, 이럴 줄 알았으면 아마 시작하지 않았을 것 같다(웃음). 대한민국은 중소업체 하기가 정말 어려운 나라다. 자영업을 시작하거나 그런 분들에게 충분히 준비할 수 있도록 해 줄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 중소업체를 운영하는 사람에게는 정말 강력한 멘토가 있어야 할 것 같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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