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5일 오전 전남 여수 서교동 서시장을 찾아 상인들을 격려하며 인사를 나누고 있다.
유성호
그러나 호남 민심은 녹록지 않았다. 여수 교동시장 앞 유세장에서 만난 김아무개(70)씨는 김경재 특보를 향해 손가락질을 했다. 그는 "죽은 노무현이는 뭐하러 들먹이냐는 말이여"라며 "나라 말아먹은 영삼이(김영삼 전 대통령)는 왜 말 안 해"라고 역정을 냈다.
김씨는 "아직꺼정 여자가 대통령 되긴 그렇고, 박정희가 장기집권 안 했으면 영웅인데 너무 독재해가지고 골탕 얼마나 먹었나"라며 박근혜 후보를 지지하지 않는 이유를 설명했다. 한광옥 수석부위원장에 대해서도 "(김대중) 대통령 비서실장꺼지 헌 사람이 돈이 아쉬버, 자리가 아쉬버"라며 "박근혜 붙잡고 뭣을 해먹을라고 그란댜"라고 비판했다.
그는 지난 4일 열린 대선후보 TV토론에 대해서도 "문재인은 법관이라, 참 말을 잘하고 박근혜 비평도 않는데 박근혜는 노상 노무현 얘기하고 첫말과 뒷말이 좀 안 맞아"라며 "뭔 정희인가가 속 시원히 박근혜 까부러드만"이라고 말했다.
1천여 명이 운집한 순천 웃시장 유세 때도 마찬가지였다. 베트남전 참전 비둘기부대 마크가 그려진 모자를 쓰고 있던 포장마차 주인 김아무개(65)씨는 "박근혜 후보를 보러 사람들이 많이 왔다"는 말에, "차로 다 싣고 왔다"고 일축했다. 그는 전날 대선후보 TV 토론은 보지 못했다면서도 "박근혜가 전두환한테 6억 원 받았다는데, 그게 지금 돈으로 얼매여, 그것만 받았겠어"라고 불신을 표했다.
유세차에서 멀찍이 떨어져 선거운동을 지켜보던 이들도 비슷했다. 다만, 선택을 유보한 채 대선 판도를 관망하는 점이 달랐다.
자전거를 몸에 반쯤 걸친 채 유세 현장을 바라보던 고아무개(39)씨는 "처음부터 안철수는 대통령감 아니라고 했다"면서도 박 후보에 대한 호감을 비치진 않았다. 그는 "옛날하고 달라서 (박 후보에게) 좋은 소리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라며 "여기 모인 사람 중 절반은 지지자, 절반은 웃시장에 온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직 (지지후보를) 결정하진 못했다, 문 후보도 정치경력이 짧아 마음에 드는 편은 아니다"라면서도 "(TV토론을 보니) 이정희 후보가 야물딱지게 질문하던데 속이 다 시원했다"고 말했다.
대학생 장아무개(25)씨는 "(단일화 과정에서) 문재인·안철수 두 후보 모두에게 실망이 커서 지금 심정으론 투표장에 가고 싶지 않다"며 "안 전 후보가 문 후보를 돕더라도 별로 마음이 움직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대통령이라면 말을 조리있게 잘해야 하는데, (TV토론에서) 문재인·박근혜 후보 모두 말을 너무 못하더라"며 "박 후보를 지지하지도 않고, 새누리당도 좋아하지 않는데 이번 대선은 정말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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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호남 배신한 문재인에게 또 속으시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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