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호남 배신한 문재인에게 또 속으시겠나"

동교동계 인사들과 민주당 '텃밭' 전남 유세... "호남 눈물 닦아주는 대통령 될 것"

등록 2012.12.05 15:58수정 2012.12.05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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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5일 오전 전남 여수 서교동 서시장 유세에서 민주당 출신 김경제 새누리당 대통합위원회 기획조정특보(왼쪽), 인요한 국민통합위원회 부위원장(오른쪽)과 함께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5일 오전 전남 여수 서교동 서시장 유세에서 민주당 출신 김경제 새누리당 대통합위원회 기획조정특보(왼쪽), 인요한 국민통합위원회 부위원장(오른쪽)과 함께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유성호

 겨울비가 내린 5일 오후 전남 목포 호남동 목포역 앞에서 열린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 유세에서 유권자들이 우산을 쓴채 박 후보의 연설을 지켜보며 환호하고 있다.
겨울비가 내린 5일 오후 전남 목포 호남동 목포역 앞에서 열린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 유세에서 유권자들이 우산을 쓴채 박 후보의 연설을 지켜보며 환호하고 있다.유성호

"문재인 후보가 핵심 실세였던 참여정부, 호남에서 90% 넘는 압도적 지지를 보내줬는데 호남 뿌리였던 정통 야당을 없애고 갈등과 분열의 역사를 쓰기 시작했다. 그랬던 사람이 호남에 와서 표를 달라고 한다. 또 속으시겠나."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5일 민주통합당의 텃밭인 전남을 방문해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를 '배신자'로 몰아붙였다. 동시에 "저는 호남의 눈물을 닦아주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공언했다.

박 후보는 이날 오전 전남 순천의료원 앞 웃시장 유세 현장에서 "호남의 선택이 대한민국의 역사를 바꾼다고 믿는다"며 "실패한 과거로 돌아가느냐, 준비된 미래로 나아가느냐, 호남 여러분이 결정해주셔야 한다"고 주장했다.

순천 출신인 김경재 국민통합위 기획조정특보, 인요한 국민통합위 부위원장 등이 박 후보 옆에 서 있었다. 박 후보는 이들을 적극 활용했다. 그는 "이번 대선에서 호남 여러분과 함께 국민대통합의 새 역사를 쓰고 싶다, 이미 그 길에 많은 분들이 함께 해주시고 계신다"며 이들을 예로 들었다. 최근 자신에 대한 지지의사를 표한 한화갑 전 평화민주당 대표도 여기에 포함됐다.

그는 "한광옥 수석부위원장, 김경재 특보, 인요한 부위원장 등이 국민대통합의 길을 열어주고 있고 호남의 큰 어른 한화갑도 저와 함께 해주셨다"며 "어려운 결단을 내려주신 뜻을 국민대통합을 꼭 이루라는 책임감으로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박 후보는 이어 "저에게 주는 한 표는 호남과 영남이 마음을 열고 산업화 세력과 민주화 세력이 진정으로 화해해서 대한민국이 하나 되는 소중한 토대가 될 것"이라며 "저는 대통령이 되면 제일 먼저 대탕평 인사부터 펼치겠다"고 약속했다.

또 "박근혜 정부의 인사 제1원칙은 품성과 능력"이라며 "정부부처와 공공기관, 공기업을 막론하고 호남의 아들딸이 마음껏 능력을 펼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노무현, 호남에 싸가지 없는 발언... 문재인 '모바일 작전'으로 후보돼"

 민주당 출신 김경제 새누리당 대통합위원회 기획조정특보가 5일 오전 전남 여수 서교동 서시장에서 열린 박근혜 대선후보 유세에서 지지연설을 하고 있다.
민주당 출신 김경제 새누리당 대통합위원회 기획조정특보가 5일 오전 전남 여수 서교동 서시장에서 열린 박근혜 대선후보 유세에서 지지연설을 하고 있다.유성호

김경재 기획조정특보는 문재인 특보를 두고 "노빠와 종북파의 모바일 작전"에 의해 탄생한 후보라고 깎아내렸다. 특히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해 "싸가지 없는 발언이나 하고 호남 사람들을 한 맺히게 했다"고 비난했다. 향후 논란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김 특보는 이날 전남 여수 교동시장 앞 유세 현장에서 "노아무개란 사람이 국정을 농간하고 호남을 차별하고 심지어 자신에게 90%대를 찍어준 우리에게 '그 사람들이 뭐 나 좋아해서 찍었습니까, 이회창 미워서 찍었지'라는 발언을 했다"며 "호남 사람들에게 한 맺히게 했고 우리 가슴에 대못을 박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솔직히 민주통합당에 (대선후보로) 만약 손학규가 나왔다면 제가 이 자리에 안 섰을지 모른다, 안철수도 (대선에) 안 나왔을지 모른다"며 "노빠들과 종북파들의 모바일(경선) 작전에는 절대 이기지 못한다, 조작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문재인 후보를 직접 겨냥해 "노무현의 비서실장이 유일한 경력인 민주당의 문아무개한테 나라의 5년을 맡기는 게 말이 되느냐"고 비난했다.

반면, 박근혜 후보에 대해서는 "아버지 과오는 딸로서 따뜻하게 어루만지고 자기 고뇌 과정을 거쳐 유신 피해 국민에게 사과하고 동서통합으로 진정한 민주주의를 발전시키자는 게 박 후보다, 이만하면 지지할 만하다"고 추켜세웠다.

특히 "(박 후보는) 고난을 극복하고 정말 좋은 대통령이 돼서 권위주의적 통치자 박정희의 이름 앞에 '민주적인 박정희'라는 이름을 만들기 위해, 좋은 대통령 돼서 열심히 노력하는 게 아버지에 대한 최고의 효도라 생각하고 온갖 비난과 모함을 무릅쓰고 이 자리에 섰다"고 말했다.

동교동계 영입·탕평 인사 약속에도 녹록지 않은 호남 민심

 5일 오전 전남 여수 서교동 서시장에서 열린 박근혜 대선후보 유세에서 유권자들이 박 후보의 연설을 지켜보고 있다.
5일 오전 전남 여수 서교동 서시장에서 열린 박근혜 대선후보 유세에서 유권자들이 박 후보의 연설을 지켜보고 있다.유성호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5일 오전 전남 여수 서교동 서시장을 찾아 상인들을 격려하며 인사를 나누고 있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5일 오전 전남 여수 서교동 서시장을 찾아 상인들을 격려하며 인사를 나누고 있다. 유성호

그러나 호남 민심은 녹록지 않았다. 여수 교동시장 앞 유세장에서 만난 김아무개(70)씨는 김경재 특보를 향해 손가락질을 했다. 그는 "죽은 노무현이는 뭐하러 들먹이냐는 말이여"라며 "나라 말아먹은 영삼이(김영삼 전 대통령)는 왜 말 안 해"라고 역정을 냈다.

김씨는 "아직꺼정 여자가 대통령 되긴 그렇고, 박정희가 장기집권 안 했으면 영웅인데 너무 독재해가지고 골탕 얼마나 먹었나"라며 박근혜 후보를 지지하지 않는 이유를 설명했다. 한광옥 수석부위원장에 대해서도 "(김대중) 대통령 비서실장꺼지 헌 사람이 돈이 아쉬버, 자리가 아쉬버"라며 "박근혜 붙잡고 뭣을 해먹을라고 그란댜"라고 비판했다.

그는 지난 4일 열린 대선후보 TV토론에 대해서도 "문재인은 법관이라, 참 말을 잘하고 박근혜 비평도 않는데 박근혜는 노상 노무현 얘기하고 첫말과 뒷말이 좀 안 맞아"라며 "뭔 정희인가가 속 시원히 박근혜 까부러드만"이라고 말했다.

1천여 명이 운집한 순천 웃시장 유세 때도 마찬가지였다. 베트남전 참전 비둘기부대 마크가 그려진 모자를 쓰고 있던 포장마차 주인 김아무개(65)씨는 "박근혜 후보를 보러 사람들이 많이 왔다"는 말에, "차로 다 싣고 왔다"고 일축했다. 그는 전날 대선후보 TV 토론은 보지 못했다면서도 "박근혜가 전두환한테 6억 원 받았다는데, 그게 지금 돈으로 얼매여, 그것만 받았겠어"라고 불신을 표했다.

유세차에서 멀찍이 떨어져 선거운동을 지켜보던 이들도 비슷했다. 다만, 선택을 유보한 채 대선 판도를 관망하는 점이 달랐다.

자전거를 몸에 반쯤 걸친 채 유세 현장을 바라보던 고아무개(39)씨는 "처음부터 안철수는 대통령감 아니라고 했다"면서도 박 후보에 대한 호감을 비치진 않았다. 그는 "옛날하고 달라서 (박 후보에게) 좋은 소리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라며 "여기 모인 사람 중 절반은 지지자, 절반은 웃시장에 온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직 (지지후보를) 결정하진 못했다, 문 후보도 정치경력이 짧아 마음에 드는 편은 아니다"라면서도 "(TV토론을 보니) 이정희 후보가 야물딱지게 질문하던데 속이 다 시원했다"고 말했다.

대학생 장아무개(25)씨는 "(단일화 과정에서) 문재인·안철수 두 후보 모두에게 실망이 커서 지금 심정으론 투표장에 가고 싶지 않다"며 "안 전 후보가 문 후보를 돕더라도 별로 마음이 움직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대통령이라면 말을 조리있게 잘해야 하는데, (TV토론에서) 문재인·박근혜 후보 모두 말을 너무 못하더라"며 "박 후보를 지지하지도 않고, 새누리당도 좋아하지 않는데 이번 대선은 정말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박근혜 #김경재 #문재인 #노무현 #동교동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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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2007년 5월 입사. 사회부·현안이슈팀·기획취재팀·기동팀·정치부를 거쳤습니다. 지금은 서울시의 소식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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