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회사 풍경. 앙상한 가지에 매달린 감이 고즈넉한 절집 풍경을 선사한다.
이돈삼
숲길 끄트머리에서 만나는 불회사는 오래된 절집이다. 하지만 소실되고 다시 지어지고 하면서 고색창연한 멋은 그다지 없다. 그래도 몇 가지 색다른 게 있다. 사천왕문에 사천왕상이 없다는 것. 대신 그림으로 그린 사천왕도가 있다.
사천왕문을 지나 돌계단을 오르면 대웅전이다. 자연석 위에서 위압적이지 않으면서도 위용을 뽐내고 있다. 그 대웅전을 비자나무와 동백나무가 숲을 이뤄 감싸고 있다.
비자나무숲도 넓다. 면적이 30만㎡(9만 평)나 된다. 나무도 300∼400년 된 고목들이다. 보호림으로 지정돼 있다. 명부전·나한전 등 요사채도 주변 산세에 순응해서 조화롭게 배치돼 있다.
대웅전에 눈여겨봐야 할 불상도 있다. 어깨를 앞으로 약간 숙인 듯한 모습의 건칠비로자나불이다. 찰흙으로 빚어 삼베를 덧입히고 옻칠과 금물을 입혔다. 여느 절집에서나 볼 수 없는 희귀한 불상이다. 보물로 지정돼 있다.
이 불상을 모시고 있는 대웅전도 오래된 건축물이다. 건물 지붕의 모양이 새날개처럼 펼쳐져 있다. 조선 후기에 지어졌다. 보물이다. 경내에 있는 소조보살입상과 원진국사부도는 유형문화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