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말 몸집 불리려는 법무부, 부끄러운 줄 알아야

[주장] 법무부 이민청 설립 추진은 부처이기주의이자, 인면수심의 발로

등록 2012.12.07 10:21수정 2012.12.07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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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나 행정기관, 공공단체가 중요한 정책의 결정이나 법령 등의 제정 또는 개정안을 심의하기 이전에 이해관계자나 해당분야의 전문가로부터 공식석상에서 의견을 듣는 제도.

국어사전에 나온 공청회의 뜻이다. 공청회란 사전에 나온대로 다양한 의견을 경청하기 위해 마련한 공식적인 자리라는 뜻이다. 이 자리는 이해관계자나 해당 분야 여러 사람에게 열려 있는 공간이어야 한다. 그래서 그럴까? 법무부 외국인출입국정책본부는 최근 모 대학 부설연구소와 민간단체 주최로 12월 7일 오후 3시부터 5시까지 이화여자대학교 목동병원 김옥길 홀에서 <이민 다문화 통합정책 추진 기구 설치를 위한 공청회- 2013년 새정부의 이민 다문화정책 제시>라는 제목으로 열리는 공청회 신청을 받고 있고, 신청자들에게는 차량을 제공하면서 공청회 참석을 독려하고 있다.

이상한 것은 참가신청을 받고, 차량까지 제공한다는 법무부 출입국 외국인정책본부는 정작 자신들의 홈페이지에는 관련 소식을 한 줄도 전하지 않고 있다. 공청회가 있다는 사실을 감춰야 할 이유라도 있는 걸까?

차량까지 제공해 주는 친절한 법무부 출입국의 대단한 공청회 사랑 출입국 문자
차량까지 제공해 주는 친절한 법무부 출입국의 대단한 공청회 사랑출입국 문자고기복

법무부, 정권 말 몸집 불리기 시도

대선을 앞두고 법무부가 몸집을 키우기 위해 최근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법무부는 분주하게 움직이면서 현재의 외국인정책을 이민정책으로 전환하고, 이민정책 전담기구로 이민청을 설립해야 한다고 공공연하게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외국인 정책위원회' 간사단체를 맡고 있는 법무부가 이렇게 공공연하게 이민정책 전담기구 설립을 주장하는 이유는 부처 몸집 불리기 위한 꼼수에 지나지 않으며, 인면수심의 발로가 아닐 수 없다.

지난 11월 28일 정부는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외국인 정책위원회' 심의를 거쳐 내년부터 2017년까지 우리나라 외국인정책의 기본방향을 결정짓는 제2차 외국인정책 기본계획을 최종 확정지었다. 제2차 기본계획은 향후 5년간 우리나라 이민정책에 관한 범정부 차원의 국가계획이자, 정책지침서이며, 향후 정책추진에 관한 기본설계도 역할을 하게 된다.

외국인정책 기본정책은 '재한외국인 처우 기본법'에 따라 법무부장관이 5년마다 관계부처 의견을 수렴하고, 공청회 등을 거쳐 기본계획안을 외국인정책 위원회에 상정하여 마련되었다. 이번 기본계획이 1차 기본계획과 크게 다른 점이 있다면, 1차 계획은 대한민국으로 이주하고자 하는 외국인과 그 자녀 등에 대해 영구적 또는 일시적 사회구성원 자격을 부여하거나, 국내에서 살아가는 데 필요한 제반 환경 조성에 관한 사항을 종합적인 관점에서 다루고자 했던 반면에, 2차 계획은 국경 및 출입국관리 정책과 사회통합 정책을 포괄하는 이민정책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1차 기본계획 수립당시만 해도 우리사회는 '이민'='해외이민'이라는 개념을 갖고 있었다. 즉 이민이라고 했을 때 일반대중은 해외로 나가는 것을 생각했지, 국내로 들어오는 이민에 대해서는 생각지 않았기 때문에 국민들이 이민정책이라고 하면 해외이민과 혼동될 우려가 있었다. 그래서 이민정책이라는 말 대신 외국인정책으로 호칭하기로 정부 내에서 합의하여 사용했었다. 그 후, 정부 부처 내에서 외국인정책, 다문화정책, 다문화가족정책, 결혼이민자정책 등의 용어를 혼용하여 사용하면서 정책의 혼선과 중복이 심화되는 부작용이 없지 않았다.

그러던 것을 2차 계획에서는 용어는 그대로 사용하되, 기본 개념을 국경 및 출입국관리정책과 사회통합 정책을 포괄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 2차 계획이 말하는 외국인정책은 확실하게 이민정책이라고 법무부는 이야기하고 있다.


1차 기본계획이 막 시작될 무렵 우리사회는 체류 외국인 100만 시대를 열었다. 그러던 것이 이미 146만이다. 이주노동자, 유학생, 결혼이주민, 재외동포 등 다양한 체류자격을 가진 외국인이 증가하고 있다. 급속하게 늘어나는 체류 외국인, 그 중에서도 정주를 목적으로 하는 결혼이주민의 증가는 우리사회에 다문화담론의 확산을 가져왔다. 그러면서 단일민족, 혈통주의의 부작용에 대한 지적과 성급한 다문화주의 혹은 동화주의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기도 하였다.

그러다보니 정부와 학계에서는 언급한 것처럼 외국인정책과 다문화정책이 혼용되어 사용되기 시작하였다. 그런데 법무부는 2차 기본계획에서 외국인정책은 이민정책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 법무부 산하에 이민청 설립을 꾀하고 있다.

한편 정부가 표방하는 외국인정책에는 태생적 국민과 이민배경을 가진 국민 및 외국국적 체류 외국인이 모두 포함된다. 여기서 모순이 발생한다. '외국인정책'이라고 명명해 놓고, 귀화 결혼이주민과 같은 '국민'까지도 그 정책에 포함시키는 일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 말은 법무부가 외국인정책을 단순하게 이민정책으로 몰아가는 것이 이번 2차 외국인정책 기본계획의 정책목표와 부합하지 않는 측면이 많고, 그런 설정이 무리가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출입국 홈페이지 공청회 관련한 내용을 찾아볼 수가 없다.
출입국 홈페이지공청회 관련한 내용을 찾아볼 수가 없다.고기복

1차 외국인정책 기본계획의 한계

외국인정책 기본계획은 언급한 바대로 외국인정책 기본계획은 우리나라 이민정책에 관한 범정부 차원의 국가계획이자, 정책지침서이며, 향후 정책추진에 관한 기본설계도 역할을 한다. 그런데 정부의 계획과는 달리 1차 계획에서 외국인정책은 분명한 한계를 드러냈었다.

1차 계획에서 정부는 적극적인 이민 허용을 통한 국가경쟁력 강화라는 목표를 세웠지만, 전체 이주노동자 둥 전문인력이 차지하는 비율이 8%에 불과할 정도로 제도 개선 대비 우수인재 유치 실적이 미흡했다. 즉 단순노무인력 중심의 외국인력 유치정책이 지속되었고, 외국인력은 사회통합의 대상에서 배제되어 다문화담론의 확산과 함께 차별과 인권침해의 대상이 되어 버렸다.

이어 질 높은 사회통합이라는 목표를 세웠지만, 이 역시 사회통합 정책이 특정 이민자 집단에 편중되고 시혜적 정책이 남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사회통합프로그램에 대한 시민단체의 반발로 인한 저조한 참여도 등, 정책추진의 효과 달성에 분명한 한계를 드러냈다. 게다가 중앙부처간 경쟁 및 조정 기능의 미비와 중장기적 사회통합 정책과제 수립과 추진체계의 미흡, 중앙부처 중심의 정책 추진으로 지방자치단체와의 차별화된 프로그램 추진이 곤란했다는 점 등의 한계가 있었다.

그 외에도 질서 있는 이민행정 구현이라는 목표는 가장 명확한 한계를 드러낸 부분이었다. 정부측 입장에서 보면 불법체류자 감소목표 달성을 위한 5개년 계획을 세우고 꾸준히 실적위주 단속을 펼쳤지만 실패했다. 오히려 그로 인한 부작용, 즉 사망과 부상 등이 끊임없이 발생했다. 게다가 당초 계획과는 달리, 고용허가제 만기 도래에 따라 미등록자 감소 목표를 금년 말 15만명에서 17만명으로 수정하는 등 체류외국인 질서 확립을 위한 인프라 구축에는 미흡했다.

또한 외국인 인권옹호에 있어서도 역시 소극적이고 제한적인 외국인 인권보호 과제 설정 및 인권침해 구제 기구의 형식적인 운영과 인권관련 국제협약 및 국내 기본계획과의 연계 미흡이 문제였다. 그로 인해 유엔아동권리협약 등의 준수에 대한 무관심 혹은 무감각을 정책 집행 과정에서 숱하게 드러내는 한계가 있었다.

사람잡는 출입국 '안전'

위와 같은 많은 한계를 드러낸 1차 계획에 대한 반성도 없이 법무부는 2차 계획에서 '개방, 통합, 인권, 안전, 협력' 등 5대 핵심가치에 따른 정책 목표를 설정하였다. 여기서 눈여겨 볼 부분은 안전 분야인데, 법무부는 "국민과 외국인이 안전한 사회구현"을 위해 기초 질서 위반 외국인에 대한 실효적 제재, 단속 사전예고제·광역단속 등 불법체류자 단속 체제 다변화 등 26개 과제를 추진할 예정이라고 한다.

특히 불법체류자 단속 패러다임 다변화를 위해, 외국인 밀집지역 등에 단속 사전예고를 실시한 후 집중 단속, 광역 단속시스템 및 기동 단속팀을 운영하고, 불법체류자 은신 사업장에 대한 출입국공무원의 출입조사권 법제화를 추진한다고 한다. 그 밖에 신분세탁사범, 신원불일치자 등에 대한 기획조사를 강화 한다는 계획 등이 세워졌다.

이러한 법무부 출입국의 안전 분야 목표는 그 적절성에 대해 논란의 여지가 많다. 우선 단속예고제의 시행은 단속과정에서의 충돌과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는 점에서 환영할만한 조치다. 그러나 광역단속은 결국 숱한 인권침해를 가져왔던 관할지역을 벗어난 교차단속을 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겠다는 것이고, 출입국공무원의 출입조사권 법제화 역시 출입국사범을 형사범에 준해 처리하겠다는 발상으로 많은 논란이 예상된다.

왜냐하면 올해만 해도 법무부는 단속 추방 과정에서 무리하게 단속하다 사망사고를 일으킨 게 한두 건이 아니다. 법무부 출입국은 이주노동자 단속추방 과정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며 사람을 잡았지만, 백정과 다를 바 없었지만 정부 부처 어느 곳으로부터도 제재를 받은 바 없다. 부산출입국, 춘천출입국 단속반에 의한 사망사고, 화성외국인보호소에서의 사망사고, 서울출입국의 이주청소년학생 추방 사건 등 굵직굵직한 사건들이 단속 추방 과정에서 일어났지만, 법무부는 사과 한 마디 없었다. 그런데 이런 오만한 태도를 법을 통해 강화하겠다고 하니, 인면수심이 아닐 수 없다.

출입국의 이러한 태도에 대해 상식적인 선에서 한 가지만 물어보겠다. 우리 형사소송법은 형사사범에 대해 범행을 저지른 때로부터 일정기간 이내에 공소가 제기되지 않으면 기소 및 처벌할 수 없도록 하는 공소시효 제도를 두고 있다. 미등록자에 대한 단속 및 추방 등의 근거는 출입국관리법이다. 출입국측 주장대로라면 불법체류자는 출입국관리법을 위반한 범죄자다. 그렇다면 형사소송법상의 공소시효 제도는 출입국관리법 위반 사범에 대해서도 똑같이 적용되어야 하지 않을까?

적어도 법무부 출입국이 출입국사범을 죽음으로 내몰면서까지 단속하고 추방해야 하는 범죄자, 형사범 취급하고 있다면 그들에게도 똑같이 공소시효를 적용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묻는 이유는, 국내에서 일정 기간 이상 미등록자로 생활한 이들에 대해서, 국내에서 합법적인 체류 자격을 갖고 살 수 있는 사면합법화가 이뤄져야 하지 않는지 여부를 따져봐야 하기 때문이다. 적어도 미등록이주노동자들을 죽일 놈 취급하고, 형사범 취급하는 사람들은 그 질문에 답해야 하는 것이 상식이 아닐까 싶다.

숱한 인권침해의 중심에 서 있던 법무부가 외국인정책은 이민정책이라고 무리하게 설정하는 이유는 뻔하다. 산하에 이민청을 두고 조직을 확대하기 위한 부처이기주의 때문이다. 웃기는 것은 외국인정책에서 가장 많은 예산이 투입되는 부분은 사회통합 부분이다. 전체 예산의 54%를 차지하고 있고, 연간 예산 증가율이 40%에 이른다. 그러한 사회통합 예산 중 결혼이민자와 그 자녀 관련 예산이 2011년 877.6억원으로 75%, 2012년에는 1183.9억원으로 95%를 차지한다. 이 말은 외국인 정책 예산의 절반 이상이 '국민'을 대상으로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정책을 이민정책이라고 할 수 있는가?

무리하게 '외국인정책은 곧 이민정책'이라고 단순화하려는 법무부의 욕심이 정책의 본질을 흐려놓고 있다. 오히려 외국인정책 기본정책은 국경통제, 즉 출입국문제와 사회통합 문제를 분명하게 선을 긋는 것이 마땅하다. 기초자치단체와 행정안전부 같은 중앙부서가 사회통합 차원에서 좀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말이고, 이는 외국인과 내국인을 아우르는 정책이 되어야 한다는 의미를 갖는다.

부끄러운 줄 모르는 법무부, 이민청 설립 추진 꼼수 중단해야

거듭 말하지만, 정권말미 어수선한 틈을 타서 외국인력 정책과 사회통합정책의 종합적인 추진을 위한 컨트로 타워 운운하며 산하에 이민청 설립을 하려는 법무부는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자신들로 인해 희생당했던 수많은 이주노동자와 그 가족에게 단 한 마디 사과도 없이 몸집 불리기에 여념이 없는 태도는 인간의 탈을 쓴 짐승만도 못한 태도다.

이에 관련사회단체는 인간의 탈을 쓰고 백정 노릇하려는 법무부는 이민청 설립 추진 꼼수를 철회할 것과 2차 외국인정책 기본계획의 안전 분야 목표를 전면 개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또한  이주노동자 단속 과정에서의 인명피해에 대한 사죄와 미등록 이주노동자 전면 사면합법화를 법무부에 요구하고 있다.

금년 9월말 기준으로 국내 체류 외국인 145만 명 중 미등록 이주민은 약 18만 명이다. 미등록 이주민들은 한국의 외국인력 정책을 비롯한 외국인 정책의 폐해와 노동시장의 필요성에 의해 구조적으로 양산된 측면이 있다. 미등록 이주민들은 기본적으로 노동자로서의 삶을 살기 때문에 입국 당시의 비자 형태에 관계없이 이주노동자로 보는데, 이들은 취약한 법적 지위로 인하여 인권의 사각지대에서 각종 인권침해와 노동착취에 노출되어 있다. 그런데 한국정부는 국가인권기본계획 수립 과정에서마저 미등록 이주민 부분을 전부 제외하고 있고, 재한외국인처우기본법에서 미등록 이주민을 제외하는 등 미등록 이주민들을 사회통합 정책에서 철저하게 배제하여 왔다.

그동안 우리 정부는 미등록 이주민을 양산하고 있는 구조적인 폐해는 외면한 채, 미등록 이주민에 대한 강제단속, 강제추방 중심의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미등록 이주민에 대한 단속, 추방 과정은 매우 폭력적이며 심각한 인권침해가 일어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버릇을 못고치고, 인권침해 구조를 강화하겠다는 법무부는 부끄러움을 알아야 한다. 법무부는 성추문 검사, 스폰서 검사, 정치 검사만 부끄러운게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사람이 죽어나도 나 몰라라 하는 행태야말로 부끄러워 해야 하는 일이다.

부끄러움을 안다면, 법무부는 당장 이민청 설립을 위한 꼼수를 중단해야 한다.
#법무부 출입국 #이민청 #사회통합 #이주노동자 #공청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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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과 편견 없는 세상, 상식과 논리적인 대화가 가능한 세상, 함께 더불어 잘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사) '모두를 위한 이주인권문화센터'(부설 용인이주노동자쉼터) 이사장, 이주인권 저널리스트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저서 『내 생애 단 한 번, 가슴 뛰는 삶을 살아도 좋다』, 공저 『다르지만 평등한 이주민 인권 길라잡이, 다문화인권교육 기본교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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