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무소속 전 후보가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에 대한 전폭 지원을 약속했다. 안철수 전 후보와 문재인 후보가 6일 오후 서울 중구 정동 모 식당에서 배석자 없이 단독회동을 마친 후 환하게 웃고 있다.
남소연
세계 유례없이 높은 어르신 투표율
2012년에 우리가 아직도 20세기 패러다임과 싸워야 하는 이유는 우리사회 정치발전의 속도가 너무 느리기 때문이다. 우리와 비슷한 시기인 1980년도 후반에 민주화된 다른 나라와 비교해도 민주주의의 다양한 척도가 매우 나쁘다. 우리가 경제적으로는 성공했을지 몰라도 우리보다 경제발전 수준이 낮은 나라와 비교해도 삶의 질은 훨씬 떨어진다. 민주주의가 성숙하지 못하고 후퇴하고 역주행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어르신 투표율은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을 만큼 높다. 선진국의 경우에는 젊은 시절에는 투표율이 낮은 것이 보통이지만 40대가 되면 최고조에 도달한다. 그 후 정치보다는 자신의 삶에 관심을 갖는 장노년층이 늘어나면서 투표율이 점점 하락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오히려 노년층의 투표율이 점점 상승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의 복지정책으로 가장 큰 수혜를 볼 어르신들이 박근혜 후보를 지지하는 이유는 젊은 시절의 경험 때문이다. 가난과 굶주림으로부터 우리 국민을 구한 사람이 산업화를 성공시킨 박정희 대통령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이 부분에 관한 한 아무리 경제통계를 보여주고 민주정부 10년의 경제실적이 더 좋았다고 해도 이분들은 믿지 않을 것이다. 인간은 자신이 경험한 것을 먼저 믿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어르신들의 판단이나 선택을 충분히 이해한다. 나도 같은 상황에 있었다면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어르신들이 수십 년 전의 경험에 기초해 국가의 미래를 결정한다면 우리나라는 앞으로 전진하지 못하고 계속 20세기에 머물러 있게 된다. 젊은이들이 어르신만큼 투표하지 않는다면 우린 앞으로도 수십 년간 더 20세기에 머물러야 할 것이다.
선거에서는 구조적 요인과 전략이 모두 중요하다. 선거전략은 구조적 요인에 대한 분석에 기초해서 세워야 이길 수 있다. 구조적 요인은 양진영의 역사적 유산, 그리 인해 얻은 정당지지도가 핵심이다. 보수는 유산관리를 잘해온 데 비해 진보는 있는 유산을 스스로 훼손했다. 내부 분열 때문이다.
올 대선에서는 역사상 처음으로 보수정당과 진보정당이 정당지지도에 있어 엇비슷하게 균형을 맞췄다. 새누리당에 대한 높고 견고한 정당지지도는 박정희유산과 일사불란한 정당의 지배구조 덕분이다. 반면, 민주통합당에 대한 지지가 이만큼 상승하게 된 것은 민주정부 10년의 유산과 국민참여경선의 도입으로 정당민주주의가 어느 정도 자리 잡았고, 문재인 후보에 대한 정당혁신에 대한 기대 때문이다.
유산관리를 잘한 보수진영, 못한 진보진영
그러나 아직도 엘리트 사이에 남아있는 진보진영 내부의 분열로 민주당에 대한 지지도와 신뢰도는 새누리당에 비해 상당히 낮은 편이다. 이 점에서 이해찬 대표를 사퇴시킴으로써 민주당의 전투력을 약화시키고 내부분열로 지리멸렬하게 만든 안 캠프에 대해 논객으로서 내가 비판하는 건 당연하다고 본다. 안 후보 지지자들에게 이해를 구한다.
타협의 정치는 갈등을 감추거나 없는 척 하는 게 아니다. 갈등과 인식의 차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공동의 목표가 있기 때문에 하나가 되는 것이다. 서로 다른 점에만 집착하면 함께 불행해지지만 서로 차이를 인정하면서 상호이익을 위해 협력할 때 함께 행복해질 수 있는 것이다. 정치에서 감정보다 합리와 이성을 앞세워야 하는 이유이다.
목표는 같아도 전략은 다를 수 있다. 그 동안 진보진영 정치는 감성이 앞서서 자주 패배했다고 본다. 이번 대선에선 이기기 위해 이성을 강조한 내 발언이 누군가에게는 상처가 될 수도 있음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올 대선이 너무 중요해서 내가 악역을 담당했던 것이라 이해해주기 바란다. 마음 상한 모든 분들께 사과드리며 올 대선 승리로 모두 마음이 풀리길 기원한다. 문후보 지지자들도 섭섭한 마음 모두 내려놓고 우리 모두 하나가 되어 세기의 대결인 올 대선에 임해야 할 것이다.
민주정부 10년의 유산을 홍보해야하는 이유나는 문재인후보에게 다음의 세 가지를 주문하고 싶다.
첫째, 문재인후보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민주정부 10년의 유산을 잘 정리해서 중도층에게 설명하는 것이다. 유권자는 미래를 보기 위해 그 진영의 과거업적을 평가한다.
문재인후보의 겸손, 사과모드는 내부 분열극복에 도움이 될지는 몰라도 본선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20대는 양진영의 유산을 비교해서 미래의 역량을 평가할 것이다. 특히 참여정부는 언론과의 전쟁으로 업적을 홍보할 기회를 갖지 못했다. 참여정부 때 치러진 모든 선거에서 열린우리당은 사과하고 읍소하느라 참여정부의 다양한 업적을 한 번도 제대로 홍보하지 않았다. 문재인후보는 이번 대선에서 참여정부에 대한 공격을 정면으로 반박하고 업적을 당당히 홍보, 광고해야 한다.
자신이 하지도 않은 열린우리당 창당에 대해 호남지역에서 사과한 것이 두고두고 발목을 잡는 데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 박근혜후보가 호남에서 이 점을 집중 부각시키고 있다. 선거에서는 겸손이 지나치면 패배가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특히 어르신들이 현재 누리는 복지수혜의 대부분을 김대중, 노무현 정부가 만들었음을 홍보해야 한다. 기초생활보장, 기초노령연금, 노인치매보험, 암치료 비용 90% 보장 등이 그것이다. 노무현정부는 김대중정부가 시작한 수 많은 새로운 정책을 일관되게 확대발전시키는 일을 했다.
'새로운 정치'를 기치로 내걸고 탄생한 참여정부는 민주화 이후 변화하는 환경에 걸맞는 새로운 담론과 목표(균형발전, 동반성장)를 제시하는 데 성공했다. 참여정부는 지난 정부들이 해결하지 못하고 오랫동안 미뤄둔 난제들을 미루지 않고 정면으로 해결했다.
박정희 대통령이 시도하다 실패한 행정복합도시 건설을 관철시켰고, 국토균형발전을 위해 공공기관 지방이전과 혁신도시 건설을 시작했다. 18년 만에 방사성 폐기물 부지 선정을 민주적 방법으로 타결했고, 역대 정부가 추진하다 못한 미군 용산기지 이전과 전시작전권 환수를 마무리했으며, 국방개혁을 추진해 그렇게 많은 무기를 거래하지만 뇌물사건 하나 발생하지 않았다.
참여정부 시절 민주주의가 만개했다. 언론자유도는 아시아에서 1등, 미국보다 앞섰으며, 민주주의 평가에서도 최고 등급을 받았다. 인터넷 강국으로서 UN에서 전자정부는 늘 1등을 차지했다. 정부 투명도도 빠르게 개선되었다. 북핵위기관리를 성공적으로 했고 미국과 북한의 접점을 찾는데 성공했다. 북한과의 인적, 경제적 교류는 엄청난 속도로 확대되었고 10.4 공동성명을 통해 민족의 공생공영을 위한 청사진을 제시했다.
외환위기의 후유증과 카드채를 극복했고 최초로 수출 3000억 달러를 달성했으며 물가는 2%대에서 안정되었고 국민소득 2만불을 달성했다. 신용불량자 100만 명을 줄이고, 500도 안 되던 주가가 임기말 2000을 넘기기도 했다. 박정희정권 18년의 업적과 민주정부 10년의 업적을 비교해도 월등히 훌륭하다.
민주화에 대한 신념과 업적으로 승부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