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여행중에 프랑스 한국대사관에서 18대 대선 재외국민투표에 참여한 하태준씨.
하태준
"
투표를 하겠다고 마음먹은 이유는 좀 더 나은 대한민국을 만드는데 제 힘을 보태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이번 정권을 통해서 정치의 중요성, 정치가 우리 생활에 얼마나 큰 영향을 줄 수 있는지에 대해 크게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분노했습니다. 이번 대선에서 이상한 사람이 당선되어 대한민국을 망치는 꼴을 보고 싶지 않습니다. 그래서 투표했습니다. 추가로, 힘든 여행을 하는 것은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투표를 하겠다는 마음만 있으면 말이죠." 재외국민투표 기간이 시작되자 한국 언론들은 외국에 살고 있는 '선거하기 어려운 부류'의 한국인들 소식을 많이 보도했다. 그루지아 트빌리시 대학교에서 한국어를 강의하시는 계로이 선생님과 다른 교민들이 터키에 있는 대사관에서 투표하기 위해 2박3일 걸리는 여행을 시작했다는 소식을 접하고는 7시간 버스를 편하게 타고 가서 투표를 한 필자는 차라리 편한 축에 든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또한 미국에 사는 친구로부터 "투표를 하기 위해 8시간이나 되는 먼길을 마다않고 직접 운전을 해서 다녀왔다"는 문자메시지를 접하곤 난 차라리 '선거하기 편한 부류'에 속한다고 확신하기에 이르렀다. 많은 재외국민들은 그동안 투표를 하지 못하던 부류에서 그나마 '어렵지만 할 수는 있는 부류'로 신분상승을 이룬 기쁨에 그런 어려운 결정도 마다하지 않았을 것이다.
"한국 IT강국 아니었나요?"그러나 이런 한국인들의 선거열기를 모든 이들이 다 이해하는 것은 아니다. 필자가 투표를 하기 위해 폴란드까지 가야한다고 말을 하면 주변에서 다들 의아한 표정을 짓는다. IT강국이라고 전세계에 광고를 하는 한국에서 왜 아직까지 인터넷 투표를 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실제로 에스토니아는 몇 년 전부터 다양한 선거에 인터넷 투표방식을 도입해서 꽤 큰 성공을 거뒀으니, 에스토니아 사람들에 보기에는 한국이 이상할 수밖에.
리투아니아의 경우도 전세계에 대사관이 없는 나라가 대부분이다. 예를 들어 한국은 재중 리투아니아 대사관이 관할을 하고 있는데, 그렇다고 한국에 사는 리투아니아인이 선거 때마다 일부러 돈을 들여서 중국에 가진 않는다. 관할 대사관이 멀어서 투표를 하러 가기가 어려운 이들은, 관할 대사관에서 각각의 교민들에게 투표용지와 투표에 필요한 서류들을 우편으로 보내준다. 그럼 선거권자들은 투표를 한 용지를 밀봉해 관할 대사관에 보내면 끝이다. 인터넷 선거야 그렇다 치더라도 그런 간단한 우편 투표 방식조차 없는 한국의 재외국민 선거 방식이 그들로서는 이해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그들은 해외에 사는 한국인들이 비로소 올해 들어서야 '투표가 불가능한 부류'에서 '투표가 어려운 부류'로 신분상승되었다는 말을 들으면 더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세계에 알려진 IT기술과 정치 발전은 아직 외국인이 상상하는 한국의 모습과 상당히 거리감이 있다. 그동안 선거에 참여할 수 없었던 재외국민들은 정작 인터넷선거나 우편투표보다 정부가 투표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를 준 것에 감사해야하는 상황이다.
그렇게 필자가 투표를 마치고 며칠 동안 바르샤바에 머물면서 사람들을 만나 회포를 풀고 사흘 만에 돌아오니, 정신은 몽롱하고 몸을 천근만근이지만 그래도 일부러 시간과 돈을 들여 찾아간 만큼 삶의 활력소를 제공한 것은 분명하다.
이번 대통령 선거로 선출된 후보가, 그렇게 산 넘고 물 건너 바다 건너서 어렵게 선거에 참여한 교민들과 어려운 삶을 살고 있는 대한민국 국민들과 한국 역사에 한줄기 활력소가 되어주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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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강국 한국? 근데 왜 인터넷 투표는 안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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