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영당 제선선사> 표지
비움과 소통
박부영·원철·김성우 지음, 도서출판 비움과 소통 출판의 <석영당 제선濟禪 선사>, 무문관 수행의 전설로 전해지고 있는 제선선사의 일대기와 무문관 수행이 무엇인가를 읽을 수 있는 <석영당 제선濟禪 선사>야말로 공부도 되고 읽는 재미도 느낄 수 있는 신간이 될 것입니다.
우리가 위인들의 전기를 읽는 건 그 위인의 인생관, 가치관, 국가관 등을 가슴에 새기며 시나브로 닮아갈 수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미래를 꿈꾸게 하는 희망의 등대가 되기 때문입니다. 어렸을 때 읽었던 대개의 전기들은 이러한 내용들을 충분히 담고 있으면서도 재미있습니다.
조금은 과장되고, 때로는 비현실적으로 생각되는 부분도 없지 않지만 그러한 과장이나 비현실적으로 생각되는 부분들조차도 가슴에 새기거나 꼭 알아야할 내용을 강조하거나 돋보이게 하는 꾸밈이나 배경입니다.
그러자 믿지 못할 일이 일어났다. 병풍 뒤에 누워 있던 부친이 벌떡 일어나 앉으면서 아들에게 말을 하는 것이었다. "잘 왔다. 지금 내 머리 위에 두 사자가 와서 빨리 가자는 것을 자식 보고 가겠다며 내가 통 사정을 해서 이렇게 버티고 있었다"하니, 기부는 "어떤 놈이 우리 아버지를 데려가려 왔느냐"하고 호통을 쳤다. 기부를 본 아버지는 "이제 나는 여한이 없다"하며 편안히 눕고는 세상을 떠났다. - <석영당 제선濟禪 선사> 21쪽제선선사의 일대기 중 일부는 '전설'이라는 말에서 어림할 수 있듯이 현실에서는 쉽게 수긍할 수 없는 사건이거나 수행이력입니다. 하지만 그 전설 같은 이야기들이 조명하고 있는 골자(骨子)들을 헤아려보면 죽음조차도 거스르며 자식을 기다리는 부정(父情)입니다.
집채만큼이나 수북한 장작더미에 올라 앉아 불을 붙여 자화장(自火葬)을 시도한 기행은 생사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구도의 탁마였으며 무오류의 진리인 부처님 말씀을 실천한 수행과정의 이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