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 쪽에 보이는 것이 노무현 대통령의 생가, 그 뒤 편이 귀향 후 머물던 사저다.
김다솜
"여기서 새누리당 뽑겠다는 말 하모 맞아 죽심더."경남 김해 봉하마을 휴게소에서 만난 김정희(가명, 74)씨는 말을 아꼈다. 김씨는 "봉하마을에 사는 사람이 대부분 노인층이다 보니 새누리당이 많은 지지를 받고 있다"며 "'노무현은 노무현이고, 박근혜는 박근혜'라는 생각을 많은 사람이 갖고 있는 게 사실이지만 말은 잘 안 한다"고 말했다.
봉하마을 대선 민심 들어보니일때문에 봉하마을을 자주 찾는다는 이덕수(가명, 39)씨는 "봉하마을 사람들은 웬만해선 정치에 대해 언급하지 않으려 한다"며 "안 좋은 일(노무현 대통령 서거)이 있었기 때문에 사람들이 조심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12일 기자가 봉하마을을 찾았을 때, 주민들은 답변을 꺼리거나 "실명을 언급하지 말라"고 요구했다.
12일 오후, 홍정숙(61)씨는 "박근혜 뽑겠다"는 이웃 주민과의 마찰로 속이 상해 술을 마시고 있었다. 홍씨는 어묵 국물과 맥주로 쓰린 마음을 달래고 있었다. 홍씨는 서거 전까지 노무현 전 대통령과 알고 지낸 주민이다. 그래서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애정이 깊다. 노 전 대통령을 언급할 때 홍씨의 눈은 붉어졌다.
"전체적으로 (노 전 대통령 사저) 비서진과 마을 원로들 의견이 다릅니다. 여기 남은 비서진들은 문재인 민주당 후보를 지지하고, 마을 원로들은 대체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를 원하지요. 겉으로 드러나는 마찰은 없지만, 의견 차이가 있는 건 사실입니다. 박근혜 후보를 지지하는 분들은 솔직히 고루한 생각을 가진 거라 봐요."홍씨의 술자리를 지키던 권연경(가명, 61)씨는 "하우스에서 핀 꽃은 맥을 못 춘다"며 박근혜 후보를 비난했다. 권씨는 "공산주의는 밥이라도 주는데, MB 정권은 도대체 뭐냐"며 정권 교체를 주장했다.
김해는 노 전 대통령 서거 뒤 야권의 관심 지역이 됐다. 그 때문일까. 지난 4.11총선에서 민주당 민홍철 후보는 2005년부터 2012년까지 7년간 김해갑에서 승리를 거둔 김정권 새누리당 의원을 꺾었다. 비록 패했지만, 노 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관'이라 불리는 김경수 후보는 김해을에서 김태호 의원을 상대로 47.89%를 득표했다. 하지만, 김해를 야권 강세 지역으로 볼 수는 없다.
봉하마을이 있는 김해 진영읍의 민심 변화도 눈에 띈다. 지난 17대 국회의원 선거 때는 민주당(68.2%)과 새누리당(25.5%)의 득표율 차이가 컸다. 하지만 지난 4.11총선 때는 새누리당(46.7%)이 민주당(53.3%)을 많이 추격했다.
달라도 너무 다른 김해 민심"이모야. 서민들 다 죽겄다."김해 새벽시장에서 만난 황영주(68)씨는 서갑분(71), 박일녀(70)씨와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이미 걸쭉하게 소주 한 잔을 걸친 황씨는 "정치만 생각하면 몸서리치게 된다"며 "박근혜 후보가 돼야 정신없는 정치 싸움이 끝난다"고 말했다. 옆에 앉아 있던 박씨는 빈 잔에 소주를 따르며 아무 말 없이 한숨만 내쉬었다.
"박정희 대통령님 계실 때가 좋았제. 법만 안 어기고 바른대로 살모 우리한테 피해가 전혀 없었거든. 밥 맥이주제. 나쁜 놈들은 다 잡아가삐제. 을마나 속 편한 세상이었노. 내는 다 필요 없고 박근혜면 된다고 믿는다."새벽시장에서 생선을 팔던 서씨가 입을 열었다. 서씨는 "시간을 되돌릴 수만 있다면 박정희 대통령 때로 돌아가고 싶다"며 "배부른 사람들이야 민주주의, 민주주의 하지만 우리처럼 없이 사는 사람들한테 민주주의는 필요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