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안' 뜨자, 영남 바닥까지 젖었다

[오마이TV 대선올레] 안철수 대구, 문재인 부산 유세 현장

등록 2012.12.15 15:22수정 2012.12.15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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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오면 생각나는 그 사람, 언제나 말이 없던 그 사람.

가수 심수봉의 노래 <그때 그 사람>의 첫 소절처럼, 비가 오니 그들이 더 그리웠던 걸까? 14일 대구 동성로 대구백화점 앞과 부산 서면 쥬비스태화백화점 앞에 많은 시민들이 모여 들었다. 색색의 우산을 받쳐 들고 각기 안철수 전 대선 예비후보와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를 보기 위해서였다.

대구 달서구에서 안철수 전 후보를 보러 왔다는 한 주부는 "안 후보는 전통적인 규범보다 자신 안의 바람직한 소리에 귀 기울여 내 아이에게 모범이 될 수 있는 것 같아 지지했다"라 말했다. 문재인 후보 지지자라 밝힌 한 시민은 "구태의연한 생각에 빠져 옛날 정치만을 유지할 게 아니라 새 정치에 대해 고민해봤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기존의 것이 아닌 새로운 것, 전통으로 상식을 뒤엎지 않는 것이 가능한 사회를 원하는 것이다. 시민들은 인간 문재인·안철수만큼 그들이 그리는 '정치개혁, 새정치'에 목말라 있는 듯 보였다.

14일 오마이TV '대선올레'는 안철수 전 후보의 대구 유세와, 문재인 후보의 부산 유세 현장을 순서대로 생중계했다. 이날 영남지역은 기온은 비교적 높았으나 겨울비가 멈추지 않아 몹시 추웠다.

대선올레, 물에 푹 젖다

 카메라와 오디오에 물이 들어갈 것을 염려해 우산을 3개나 쓰고 있는 대선올레 촬영기자의 모습
카메라와 오디오에 물이 들어갈 것을 염려해 우산을 3개나 쓰고 있는 대선올레 촬영기자의 모습박선희

대구에서 비가 부슬부슬 내렸다면 부산에선 비가 주룩주룩 내렸다. 한마디로 대구보다 부산이 비가 더 많이 왔다. 대구에서는 안 젖고 잘 버텼던 신발이 부산에 오자 물에 푹 젖어버릴 정도였다. 날이 궂다 보니 부산에서의 오프닝은 빗속으로 들어가지 않고 한 건물의 로비에서 진행됐다.

"다리가 아프니까 앉아서 하지요."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기자가 말했다. 비옷까지 입은 두 진행자 오연호 대표기자와 서해성 성공회대·한신대 외래교수는 비 내리는 현장을 중계하다 로비에 쭈그려 앉았다. 시청자는 이를 보고 "세계 최초 노숙 방송"이라 댓글을 달았다. '먹방(먹는 방송)', 길방(길거리 방송), 장방(장시간 방송)에 이어 앉아서 하는 방송 '길거리좌방'까지 달성한 것이다. 과연 대선올레의 "모든 곳이 스튜디오다"라는 모토가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물에 젖은 건 사람만이 아니었다. 카메라가 물에 침수되어 버린 것이다. 걱정이 돼 카메라를 랩으로 감쌌지만 한 대엔 소용이 없었다. 심지어 문재인 후보가 등장하기 전에 카메라의 작동이 멈췄다. 무대 앞에서 문 후보의 연설을 전하려 했던 카메라였다.


결국 이동하면서 현장의 분위기를 전하던 카메라가 최대한 높이 올라가 무대를 찍었다. 일촉즉발의 상황, 한 대 남은 카메라가 침수될까 우산을 세 개나 씌우며 전전긍긍했다. 화면이 해결되자 소리가 문제였다. 거리가 멀어 소리가 녹음되지 않았다. 이때 오연호 대표기자의 임기응변이 빛을 발했다. 현장에서 들은 연설내용을 마이크에 대고 다시 말하며 대선올레를 위한 '소리통'이 된 것이다.

시청자, 대선올레에 푹 젖다

 서해성 작가와 오연호 대표기자가 한 건물 입구에 주저앉아 대선올레를 진행하고 있다.
서해성 작가와 오연호 대표기자가 한 건물 입구에 주저앉아 대선올레를 진행하고 있다.박선희

세계 119개국에서 시청하는 글로벌 방송 오마이TV 대선올레는 '대통령 후보'도 아는 방송으로 유명하다. 14일 무대로 입장하던 문재인 후보는 옆에 서 있던 대선올레팀을 알아보고 반가운 표정을 지었다. 이후 문 후보는 진행자인 서해성 작가를 꼭 안아주었다. 지난 7일 안철수 전 후보가 문재인 후보의 적극적 지지 선언을 하던 날, 안 전 후보가 현장에서 마이크를 들이밀던 장윤선 기자를 알아보고 "방송하고 있냐"고 물은 것도 유명한 일화다.

정치인들에게도 잘 알려진 만큼 시청자들도 대선올레에 푹 빠져 있다. 14일 생방송을 하는 동안 시청자들은 방송 보느라 일상생활이 어렵다며 웃었다. 양치하는 시간, 밥하는 시간 아껴 대선올레 본다는 댓글이 올라왔다.

"남편보다 두 진행자 얼굴 보는 시간이 더 길다"(@happytre***)
"초조해서 장보러 갈 수가 없으니 밥을 못 해 먹는다"(@mingxisham***)
"먹고 자는 시간 빼고는 대선올레를 보는 것 같다"(@SUNGP***)

현장을 그대로 보여주는 대선올레의 '날 방송'에 흠뻑 젖어버린 것이다.

이들이 방송을 보다 <오마이뉴스>를 후원하는 10만인클럽에 가입하는 경우도 많다. 10만인클럽은 지난 2008년 <오마이뉴스>가 광우병 촛불시위를 대대적으로 보도한 후 광고가 끊기자 시민후원으로 시민참여형 미디어를 지키겠다는 의지로 생겨났다. 매달 1만 원의 회비로 가입할 수 있으며, 이 회비로 오마이TV 대선올레가 제작된다.

대선올레 방송 이후 10만인클럽의 회원도 늘었다. 회원에 가입하는 구구절절한 사연도 많다. 사업이 부도 나서 신용불량자가 돼 통장개설을 못하는 한 중년 남성이 딸 명의의 통장으로 10만인클럽에 가입하기도 했다.

대선올레를 시청하다 '비상사태 선포'를 듣고 이역만리에서 고국까지 날아와 투표하는 시청자도 있다. 14일 방송에서 뉴질랜드 오클랜드에 산다는 한 재외동포와 투표소까지 가는데 만 킬로미터를 날아야 한다는 재외동포가 "19일 투표하러 한국 간다"고 댓글을 달아 박수를 받았다.

시민, 정치개혁의 노를 젓다

 침수된 카메라를 뒤로 옮겨 보고 지켜보고 있는 강연준 기자(왼쪽 끝)
침수된 카메라를 뒤로 옮겨 보고 지켜보고 있는 강연준 기자(왼쪽 끝)박선희

14일 대선올레가 비 속에서 방송을 했다면, 시민들은 인간파도 속에서 정치개혁의 배를 움직이고 있었다. 안철수 전 후보가 방문한 대구 동성로 대구백화점 앞에는 직접 플래카드를 만들어 온 청년들이 있었다. 플래카드에는 "안. 철. 수 함께해요"와 같은 문구들이 적혀 있었다.

인터뷰한 대부분의 시민들이 가족을 설득하고, 카카오톡을 이용해 친구들에게 홍보하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이런 현장의 분위기에 대해 오연호 대표기자는 "안철수 전 후보와 문재인 후보의 영남 협공에 대한 현장 반응이 뜨겁다. 영남의 밑바닥까지 적셨다"고 선언했다.

시민들이 노를 젓는 '투표독려', '정치개혁'의 배에 대한 반응이 현실에서도 드러나고 있다. 14일 마감된 18대 대선 부재자투표 결과 지난 17대 대선보다 21만 명 더 투표에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재외국민 투표율은 70%를 넘어서기도 했다. 한 구청에서 진행된 부재자투표는 4시에 도착한 시민들이 제 시간 안에 투표를 끝내지 못해 번호표를 배부받아 5시 넘어서까지 투표를 하고 갈 정도였다.

이날 대선올레는 지난 7일 부산 '문재인-안철수 공동번개모임' 현장에서 인터뷰한 '박근혜가 안 되는 2가지 이유' 영상으로 유명해진 함정윤씨를 만났다. 함씨는 "현재의 주인이자 미래의 주인인 젊은이들이 '나와 미래'를 위해 일하겠다 나온 대통령 후보에게 권리를 행사하지 않는 것은 직무유기"라며 "대통령 선거에 참여하지 않는 사람도 직무유기다. 의무적으로 투표를 하도록 하는 방안도 필요하다"라 강력히 말했다.
#대선올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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