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읍사무소직원들과 김용만(가운데)씨
이미선
그뿐 만아니라 읍사무소 전 직원들은 바쁜 업무 중에도 용만씨에게 관심을 늦추지 않는다. 혹여 용만씨가 모르는 사람들로부터 해코지라도 당할까 직원들은 따뜻한 마음으로 용만씨를 배려하고 있다.
"처음에 이곳으로 발령받아 왔을 당시만 해도 용만씨가 장애인으로 특별채용된 직원인줄만 알았습니다. 한 일주일 쯤 지났을까요? 부읍장님께 여쭈니, 용만씨가 정식직원은 아니라고 하더군요. 하지만 우리 모두 암묵적으로 용만씨를 직원처럼, 가족같이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게 시골 읍사무소만의 정 아닐까요?"신형철(46) 산업계장으로 하여금 거창하게 소개받은 용만 씨가 어린아이 같은 순수한 웃음으로 박송범 부읍장과 마주보며 미소를 짓는다. 김경미 주무관도 거든다.
"1년 반 전 제가 이곳에 처음 올 때는 아무래도 제가 여자다 보니, 용만씨와 서먹한 게 있었는데 이제는 너무 편하고 좋아요. 용만씨 사랑해요~(웃음)" "용만이는 우리 읍사무소의 웃음바이러스에요. 이장님들도 늘 이곳에 오면 용만이에게 우스꽝스런 인사를 하며 친분을 과시합니다. 그러면서 몇몇 이장님과 직원들이 주는 돈으로 주말에는 교회에 감사헌금을 하죠." 박 부읍장의 설명에 따르면, 용만씨는 매일같이 이곳으로 출퇴근을 한단다. 또 주말엔 인근 구세군태안교회(담임사관 이단주)에 나가는데, 토요일에는 주보를 직접 접는가 하면, 일요일엔 주중에 생긴 수익으로 헌금과 예배를 드린다고. 집안사정이 여의치 않아 매일 밥을 굶는 용만씨에게 읍사무소 직원들은 회식도 불사하고 용만씨를 챙긴다. 혹여 배고픔에 괴로울까 김밥이며, 자장면으로 그의 허기를 달래기도 한다고.
"용만이는 밥을 좋아해요. 식당에 가면 공기밥 2~3그릇은 뚝딱 해치우죠. 허허 건강을 생각해서 매 끼니를 챙겨주고 싶지만 점심 밖에 사줄 수 없는 한계도 있고요." 박 부읍장이 말끝을 흐리자 용만씨가 취재진에게 내민 건 다름 아닌 드링크제. 공손히 탁자 위에 음료수를 내민 용만씨는 읍사무소에 출근해 퇴근하기까지 많은 시간을 이 의자에 앉아 보낸다거나 강선경 주무관과 자판기 음료수를 뽑아먹거나, 신문을 정리하고, 손님을 맞는 일 등을 한다.
"용만씨, 언제까지 읍사무소에 나오실 거예요?""계속…나오…"이빨이 몇 개 없어 정확하지 않은 발음이지만 똑똑히 들리는 용만씨의 대답을 들으니, 세상은 이래서 아직 살아 갈만 하다는 생각이 문득 머릿속을 스친다. 용만씨가 있어 더욱 생기가 넘친다는 읍사무소 23명의 직원들과 용만씨. 그리고 태안읍 주민들의 일상이 그렇게 저물어 간다. 짧은 해가 더욱 짧게 느껴지는 요즘. 오늘도 용만씨는 건강한 웃음으로 태안읍을 찾는 주민들에게 웃음전도사를 자처하고 있다.
"안녕히 계세요. 다음에 뵐 때도 건강한 웃음 잃지 마시고요""네…" 쑥스러운 듯 대답도 미처 다 못하고 얼굴을 땅에 파묻는 용만씨.
"이왕 기사 쓰실 거면 우리 용만이가 태안읍의 마스코트라고 써주세요. 하하하" 용만씨의 든든한 백이자, 통역사 박 부읍장이 용만씨를 대신해 마지막 멘트를 날렸다. 이 땅에 천사가 있다면, 지금 용만씨와 같은 웃음을 짓고 있지 않을까. 또 지금 이 공기 속 읍사무소 직원들의 얼굴처럼 밝지 않을까. 확신으로 찬 하늘이 읍사무소 뒤편 노을로 붉게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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