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오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엄수된 박지훈 군의 장례식에서 경찰이 박군의 시신 운구를 가로막자 장애인 활동가들이 "11살 어린애 가는 길 막지 말라", "이제라도 편히 가게 하자"고 외치고 있다.
강민수
장례식에서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 장애인 단체들은 "장애아동돌봄서비스가 있지만 극소수의 장애아 가정에 1년 320시간 불과한 생색내기"라며 "더 이상 장애인을 죽이지 마라"고 주장했다. 박군의 부모는 맞벌이로 집을 비우는 동안 박군을 돌봐줄 사람을 신청하기 위해 장애인 활동보조인을 고려했지만 심사가 까다롭고 시간이 2~3시간밖에 안 돼 포기했다.
지난 10월 26일, 장애인 활동가 김주영씨가 활동보조인이 퇴근한 새벽에 화재로 숨을 거든 후 장애인 단체들은 '부양의무제·장애인등급제 폐지'를 외치고 있지만 정치권의 반응은 싸늘하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는 장애인 돌봄 서비스 확대 방안을 내놓기도 했지만 현실은 전혀 변하지 않고 있다.
이에 김소연 무소속 대선후보는 두 후보를 향해 쓴소리를 남겼다. 김 후보는 "김주영·박지우·박지훈 연이어 3명이 죽어야만 대책을 세우는 것인가"라며 "오늘 광화문에서 유세가 있지만 사람 중심의 정치를 하겠다는 후보가 장애인 문제 해결 안 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김 후보는 "돈 몇 푼 때문에 사람의 목숨을 잃어도 아무렇지 않는 사회가 됐다"며 "고통받고 있는 장애인, 노동자, 철거민들과 함께 끝까지 싸우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 후보 측의 이언주 민주통합당 의원은 눈물을 흘리며 "정말 죄송하다"고 장애인들 앞에 고개를 숙였다. 이 의원은 "복지가 최소한의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할 수 있도록 최대한의 지원이 필요한 것"이라며 "부양의무제, 장애인등급제 폐지는 새누리당과 타협하면서 할 일이 아니기에 정치적 결단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김제남 진보정의당 의원도 "지우, 지훈이 남매를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하다, 고통 없는 곳에서 행복하길 바란다"며 "부모에게만 내맡겼던 사회의 무관심을 한탄한다"고 말했다. 이어 김 의원은 "우리 사회가 부자에게는 한 없이 너그럽지만 사회적 약자인 장애인들에게는 까다로웠다"며 "더 이상 지훈이 같은 아이들이 희생당하지 않도록 두 눈 부릅뜨고 차별없는 세상을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박군의 시신은 이날 오후 벽제 화장장(서울시립승화원)으로 옮겨져 화장된다. 겨우내 임시로 보관한 후 그의 유골은 봄이 되면 수목장으로 예정된 곳에 뿌려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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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나 곁으로 간 동생..."고통없는 곳에서 행복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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