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대 대통령 선거를 사흘 앞두고 대선후보직을 사퇴한 이정희 통합진보당 후보가 16일 오후 기자회견을 마친 후 차량에 올라 국회를 떠나고 있다.
유성호
이정희 후보의 사퇴는 후보 본인의 결단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 후보가 각종 여론조사 결과, 1~2% 안팎의 지지율을 기록해왔지만 대선후보 방송토론을 통해 존재감을 부각시키면서 당 일각에서는 완주 가능성도 조심스레 점쳐왔다.
통합진보당의 한 관계자는 지난 11일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3차 토론 이후 사퇴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지금은 거취 얘기를 전혀 안 하고 있다"며 "지난 6개월간 선거부정세력, 폭력사태의 주범, (진보를) 망친 자가 됐다가 이제 기회가 주어졌는데 이를 살려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금 상황에서 간다, 안 간다 한 방향을 정해서 끌어가는 게 맞겠나"라며 "지금 상황에서 사퇴를 고민하는 자체가 뜬금없는 얘기"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후보는 이날 오전 사퇴 결심을 하고, 선대위-선대본 연석회의를 소집해 이 같은 자신의 결단을 밝혔다. 김 대변인은 이와 관련 "개인적으로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은 있었지만 연석회의에서는 후보의 결단을 존중하기로 했다"며 "그 전에는 사퇴에 대해 논의한 바가 없다"고 설명했다. 박근혜 후보와 문재인 후보가 여론조사 공표금지 기간 직전 각종 여론조사에서 오차범위 내의 박빙승부를 벌이는 상황도 감안된 것으로 보인다.
이상규 통합진보당 의원은 이날 <오마이뉴스> 기자와 만나 "(이 후보가) '이제 이길 수 있는 판을 조성한 것 같다, 정권교체를 위해 살신성인하는 마음으로 사퇴하고자 한다'고 밝혔다"며 "우리로서는 그 결단을 존중한 것이다, 이제 남은 일은 문재인 후보의 몫인 것 같다"고 말했다.
"정권교체 반드시 이루겠다"..."묻지마식 과격연대 다시 이뤄졌다" 한편, 민주통합당은 이정희 후보의 사퇴에 대해 두 줄의 짧은 논평을 내놨다. 박광온 민주통합당 대변인은 "이 후보의 사퇴는 정권교체를 바라는 국민들의 열망을 무겁게 받아들인 결정으로 본다"며 "문재인 후보와 민주당은 반드시 정권교체를 이루고 새 정치를 실현하고 사람이 먼저인 세상을 열겠다"고 밝혔다.
반면, 새누리당은 "이 후보가 의미 있는 국민 지지를 받지 못했기 때문에 사퇴한 것"이라고 깎아내렸다.
이상일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4월 총선 때 선보였던 민주당과 통합진보당의 '묻지마식 과격 연대'가 또 다시 이뤄진 셈"이라며 "통합진보당은 4월 총선에서 민주당과 연대한 덕분에 큰 재미를 본 만큼 이번에도 민주당을 도우면 정치적으로 세력을 키우고 이득도 챙길 수 있다는 계산을 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 대변인은 또 "문 후보가 권력을 잡으면 거국내각을 구성하겠다고 한 만큼 이 후보의 통합진보당 세력이 몇몇 장관급 자리를 챙겨 행정에 관여할 가능성이 크다"며 "이 후보가 '진보의 미래를 열겠다'고 말한 것은 문 후보를 도와 대선에서 이기면 챙길 몫이 크다는 계산 속을 드러낸 것"이라고 주장했다.
무엇보다 그는 "이 후보의 사퇴로 '문재인-이정희-심상정-안철수 연대'가 이뤄졌다고 할 수 있지만 이것은 '가치연대'가 아니고 '잡탕연대', '짬뽕연대'"라며 "문 후보가 집권하면 통합진보당, 진보정의당의 입김은 더욱 커질 것이고, 권력 나눠먹기 과정에서 권력다툼, 이념싸움을 벌일 가능성이 크다"고도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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