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원전하나줄이기'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서울시
서울시보다 더 강력한 목표를 내건 지자체가 있다. 올해 2월, 노원구는 전국 기초지자체 45곳이 참여하는 '탈핵·에너지전환 도시선언'을 주도했다. 김성환 구청장은 지난해 월계동 방사능 아스팔트 사건을 처리하면서, 처치 불가능한 방사능 폐기물을 양산하는 원전은 그만둬야 한다는 확신이 들었다고 한다. 노원구는 지난 8월 '탈핵에너지 전환 종합대책'을 세우고, 노원에코센터를 통한 주민교육, 펠렛보일러를 이용한 난방, 노원햇빛발전소 등을 열심히 하고 있다. 탈핵에너지전환도시는 지난해 45개였던 것이 11월 순천시가 동참하면서 46개로 늘어났다.
서울시가 수도권의 전력소비 증가로 인해 고통 받는 지역에 대한 책임의식에서 '원전하나줄이기'를, 노원구가 방사능 폐기물을 미래세대에게 전가해서는 안 된다는 책임의식에서 '탈핵도시'를 선언했다는 것은 매우 반가운 일이다. 우리사회가 '탈핵'을 목표로, 그동안 흥청망청 써온 원전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변화는 원전을 확대해서는 안 된다는 국민들의 생각을 반영한 것이기도 하다. 더불어 각종 고장과 납품비리, 부품증명서 위조, 약물 복용에 이르기까지 신뢰를 잃어버린 한수원이 자초한 것이기도 하다.
다음 5년은 원전 세력과 소수의 지식경제부 관료들이 독점하고 있는 에너지 주권을 국민들에게 돌려주는 시간이어야 한다. 에너지 정책의 중심을 중앙정부에서 지자체로 권한을 이전함으로써 에너지 분권을 통한 에너지 민주주의를 실현해 나가야 한다. 대형 원자력과 화력발전소를 위주로 한 중앙집중식이 아니라 분산형 지역에너지 시스템으로 전환해야 한다.
우리나라 전력 소비의 절반은 산업에서 나머지 절반은 가정, 상업, 공공부문에서 소비되고 있다. 따라서 산업계에 대한 정책은 중앙정부가 요금과 세제를 통해서, 나머지 가정, 상업, 공공에 대해서는 지자체가 수요관리와 재생가능에너지 확대를 정책을 펼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지자체에 에너지 자립도 개념을 도입, 모든 지역이 에너지 생산과 소비에 대한 책임을 골고루 져야 한다.
우리사회에서는 핵발전소를 계속 지어 전기를 생산해야 돈을 버는 '이해당사자'들이 많다. 이들 '원전마피아'들은 에너지를 많이 생산하고 많이 쓰는 방식을 선호한다. 이제는 에너지를 적게 쓰고, 효율을 높일수록 돈을 버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거기에서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 '탈핵을 위한 이해당사자'들을 모으고 확산해야 한다. 이제 우리가 살고 있는 동네와 지역에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 그렇기에 서울시와 46개 탈핵·에너지전환 도시의 실험이 소중한 것이다.
그런데 이런 지자체의 실험에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 중앙정부 정책이다. 서울시의 신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은 정부의 의무할당제(RPS) 정책과 규제 장벽 때문에 한발도 못나가고 있다. 노원구는 지자체에서 에너지 정책을 집행하는데 적용할 수 있는 지자체장의 권한이 너무 미미하다고 한다.
에너지 정책은 이번 대선을 통해 큰 변화를 맞게 될 것이다. 탈핵을 비전으로 내세운 중앙정부, 지역에너지 정책을 펼치는 지자체, 에너지 생산과 소비에 책임의식을 가진 시민들이 '삼위일체'가 된다면 '핵 없는 대한민국'은 현실이 될 것이다. 이번 선거는 '에너지 민주화'를 위한 선거이다. 우리의 미래를 위해 '탈핵'에 투표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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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전환연구소 연구원. 기후위기 대응과 지역에너지전환을 중심으로 연구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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