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믿음 박근혜' 고향인 대구경북에서 입증

[대선 분석] 대구경북 "믿을 건 박근혜뿐, 그동안 야당이 제 역할 못한 탓"

등록 2012.12.20 18:08수정 2012.12.20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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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사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에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교부받은 당선증을 들어보이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사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에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교부받은 당선증을 들어보이고 있다.유성호

지난 19일 치러진 제18대 대통령 선거에서 대구경북은 '고향 사람'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를 선택했다.

대구와 경북은 전국 평균 투표율 75.8%보다 높은 79,7%, 78.5%의 투표율을 보였고, 박근혜 후보는 전국 평균 득표율 51.55%에 비해 훨씬 많은 득표를 했다. 대구에서 80.14%, 경북에서 80.82%를 얻었다. 당초 새누리당 대구경북 선대위가 세운 목표인 80-80(80% 투표에 80% 득표) 전략이 맞아떨어졌다.

반면 민주통합당은 대구에서 30%, 경북에서 35%의 득표를 목표로 했지만 지난 16대 대선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얻은 득표율에 만족해야 했다. 경북에서는 오히려 16대에 비해 낮은 득표를 얻었다.

대구경북은 20년 만에 가장 높은 투표율을 보였고, 박근혜 후보에게 역대 가장 많은 표를 몰아줬다. 16대 대선에서 이회창 후보가 얻었던 77.75%를 훌쩍 넘어선 것이다. 이번 대선이 젊은층과 장년층의 대결이었다는 각종 여론조사가 대구경북에서는 깡그리 무너졌다. 그만큼 박 후보에 대한 지지와 기대가 컸다는 반증이다.

이는 지난 4.11 총선에서 이미 예견됐다. 당시 새누리당은 대구의 일부 선거구에서 불과 20여 일 전에 국회의원 후보를 선정했고, 후보들은 지역의 정서를 전혀 모른다는 소리를 들었다. 심지어 지역 공약을 내지 못해 상대편 예비후보의 공약을 그대로 베끼다시피 한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새누리당 후보들은 다가오는 대선에서 박근혜 당시 비대위원장을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해 자신이 국회의원이 되어야 한다는 논리만으로 전원 당선됐다. 지역민들은 박근혜를 보고 국회의원을 선택한 것이다.

3선인 민주통합당의 김부겸 후보가 수성구에서 출마해 야당 사상 역대 최고로 40%의 득표를 하고 낙마하자 많은 지역민들이 "대통령 선거가 없다면 김 후보가 당선됐을 것"이라는 안타까운 반응을 보였지만 그걸로 끝이었다.


어떠한 논리도 통하지 않고 야당도 필요 없었다. 18년 동안 지역내총생산(GRDP)이 전국 꼴찌를 기록하고 경제가 바닥을 치고 있었지만 새누리당에 대한 애정은 변함이 없었다. 대구의 발전을 위해 다양성이 필요하다는 야당의 목소리는 전혀 들리지 않았다.

박근혜 당선인이 선거기간 중에 대구 서문시장을 찾았을 때 상인들은 구름처럼 몰려들었고 눈물을 흘리는 이도 있었다. 이들은 박근혜 후보에 대해 "아버지인 박정희 대통령이 우리나라 경제를 일으켜 이만큼이라도 살게 해주었다"며 "은혜를 갚아야 한다"는 이도 있었고 "박근혜 후보가 부모를 총탄에 잃어 너무나 불쌍하다"는 이도 있었다.


박근혜의 1분이 문재인의 3천명 유세보다 강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자의 홈페이지에 있는 대구 공약. 추후 다른 공약으로 대체되었지만 초기에는 전혀 공약이 나와있지 않았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자의 홈페이지에 있는 대구 공약. 추후 다른 공약으로 대체되었지만 초기에는 전혀 공약이 나와있지 않았다.조정훈

당시 박 후보와 새누리당은 대구지역에 대한 공약 하나 발표하지 않았지만 대구시민들은 "이겨서 돌아오라"며 응원을 보내주었다. 지난 11월 23일 대구 북구 농산물시장을 찾았을 때 대구경북 시도의원들을 비롯한 새누리당 당직자들은 "다시 오시지 않아도 된다"며 "여기는 우리가 지키겠다"고 박 후보에 대한 지지를 나타냈다.

박 후보는 선거운동 마지막날인 지난 18일 오후 동대구역을 지나는 KTX에서 내려 불과 1분동안 발언을 했다. 박 후보는 "대구시민의 뜻을 잊지 않고 보답하겠다"면서 "대구를 더욱 크게 발전시키겠다"고 지지를 호소했다. 박 후보의 1분은 문재인 후보가 같은날 3000여 명이 모인 동대구역 광장에서의 연설보다 파급력이 컸다. 대구시민들은 문 후보와 민주통합당에 대한 목소리를 외면했다.

2030을 비롯한 젊은층도 다른 지역과는 달리 문 후보를 외면했다. 지역에서 취직이 안 되더라도, 비정규직으로 살더라도 야당인 문 후보를 믿기보다는 지역출신 정치인 박근혜를 더욱 신뢰한 것이다.

이는 그동안 대구경북에서 여러 대통령을 배출했지만 이지역 경제는 다른지역에 비해 뒤떨어지고 혜택은 받지 못햇다는 자격지심에서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그동안 다른 지역에 비해 발전하지 못했지만 믿을 건 '박근혜'뿐이라는 또 다른 기대인 셈이다.

 19일 밤 대선 패배를 인정한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는 "새 정치, 새 시대를 열어야 한다는 역사적 소명을 제대로 다 하지 못해 송구스럽다"고 밝혔다.
19일 밤 대선 패배를 인정한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는 "새 정치, 새 시대를 열어야 한다는 역사적 소명을 제대로 다 하지 못해 송구스럽다"고 밝혔다.남소연

민주통합당은 외로운 싸움... 이름만 바꾼 지지선언

이번 선거에서 민주통합당은 외로운 싸움을 했다. 지역의 시민사회단체와 다른 야당들도 똘똘 뭉쳐 정권교체를 외쳤지만 대구경북은 야당의 목소리를 전혀 듣지 않았다. 당초 목표했던 30%에는 못미치더라도 최소 25% 이상의 득표를 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완전히 빗나갔다.

안철수 전 무소속 예비후보가 사퇴하지 않았을 때 대구와 경북에서 안 전 후보에 대한 지지율이 25%에서 30%에 달했고, 문재인 후보에 대한 지지율은 10%대인 점을 감안할 때 최소 25~30% 정도의 지지를 얻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하지만 안 전 후보 지지층이 문 후보 대신 박근혜 후보로 옮겨간 것이다.

민주통합당은 역대 어느 선거보다 잘 짜여진 진용을 갖추고 선거에 임했다는 것이 중론이다. 매일 대변인실을 통해 논평을 내고 대구경북에 대한 공약을 발표하면서 활기가 넘친다는 소리를 들었다. 문재인 후보 지지선언도 잇따랐다.

하지만 '이름만 바꾼 지지선언일 뿐 그 사람이 그 사람'이었다. 안철수 전 후보를 지지했던 영남포럼은 박근혜 후보 지지로 돌아섰고 대학의 총학생회장단을 비롯한 젊은층도 박 후보를 지지했다.

선거 막판에는 '대구 십알단' 사건이 터지면서 새누리당에 대한 비난이 고조되기도 했지만 대구경북의 보수층들은 더욱 공고하게 결집했고, 박근혜 후보를 찍었다. 대구경북 투표율이 높아진 만큼 박 후보에 대한 지지율도 높았다.

민주통합당이 이처럼 대구시민들로부터 외면을 당하는 것은 박 후보가 지역출신 대통령 후보였기 때문이 아니라 그동안 지역사회와 제대로 결합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민주통합당은 지역의 제1야당이면서도 제대로 목소리를 내지 못했을 뿐 아니라 지역민들의 고통에 함께하지 못했다는 비난을 감수해야 한다.

대구가 전국 유일의 무상급식 불모지이지만 민주당은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했다. 시민단체가 대구시의회 앞에서 경찰에 둘러싸여 무상급식을 외칠 때 민주당은 없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대구시지노인병원 노동자들이 대구시청 앞에서 106일 동안 힘겨운 싸움을 할 때, 영남대병원 노동자들이 해고를 당해 박근혜 후보 집 앞에서 매일 3000배를 하면서 복직을 요구할 때 민주당은 없었다.

이에 대해 대구의 시민단체 한 관계자가 "이번 선거에서 패배해 앞으로 5년 동안 더 힘들겠지만 패배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며 "지역의 야당은 지역민들이 과연 어떤 요구를 하는지, 왜 외면하고 있는지 성찰해야 한다"는 말을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박근혜 #문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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